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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세환 Dec 04. 2024

나의 친애하는 우익우파 쪽 친우들에게 진심을 담아

계엄난동

이 말도 안 되는 계엄 오두방정을 거치며, 이제 한국의 우익우파는 존재 자체로 악이어야 하는가?


1.

생뚱맞게 잠시 시리아 이야기를 짧게 해 주겠다. 시리아의 대통령 아사드는, 학살을 '기획한'이 아니라 실제로 실행한 이다. 그것도 무지막지하게ㅇㅇ(학살의 물리적 양으로 따지면 아사드 쪽이 IS보다도 더 많다고 한다..) 때문에 아사드정권은 그 존재 정당성을 상실했고 반군이 일어났다. 그리고 반군과 사람들은 지금 시리아에서 아사드를 처단하는 것보다 중요시될 건 없다고, 시리아인이라면 마땅히 반군 편에서 우리와 함께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지금까지도, (요 며칠 사이 주가를 크게 올렸음에도..) '그' 반군 세력은 시리아의 일부이지 결코 절대다수가 못된다. 생각보다 많은 이들이 아사드에 대해 훨씬 온건한 태도를 보이는 (온건하다 못해 수시로 내통(?)하는 것으로 보이는..) 쿠르드계 반군과 함께하거나, 심지어 아예 아사드정권과 함께하려 한다.


아사드 척결을 1순위로 내세우는 반군들 입장에서, 이는 한심하거나 혹은 그들의 대의에 대한 반역?으로 여겨지기도 하며 그렇게 반아사드 반군들은 '저런'이들에게 극단적 혐오감을 표출하곤 한다. 그럼, 왜 아직도 많은 시리아인들이 가장 안티아사드 반군이 아닌, 다른 세력들과 함께하고 있을까?


뭐니 뭐니 해도 가장 큰 이유는 반 아사드 반군이 내전을 거치며 지나치게 친 이슬람주의적 면모를 보여왔기 때문일 것이다. 때문에 이슬람이 아니거나 세속주의성향을 가진 이들은 '그 반군'의 존재를 실존적인 위협으로 여기게 된 것이다. 때문에 반아사드 반군이 아닌 다른 세력과 함께하게 된 것이지 그것이 딱히 아사드의 학정을 지지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여하튼 중요한 건 이것이다. 시리아건 한국이건, '선택 안'이라는 게 얼마 없는 비좁은 상황 속에 민중이 어느 특정 진영을 선택한다는 건, 그 세력이 가지고 있는 오물까지도 모두 함께 동의한다는 의미가 아니라는 거. 선택 안이 비좁은 세상에선 A가 잘못됐음을 알면서도 B라는 다른 이유로 특정 세력을 지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왕왕 나타난다. 이러한 속에서, '그 특정세력'을 지지한다는 이유만으로 전 국민의 수십%에 이르는 규모의 사람들을 그 진영 악행에 대한 공범자로 치부하는 건 분명한 잘못이다. 어떤 상황에서도, 수뇌부 소수가 아닌 전 국민의 수십%를 다 싸 묶어 공범자, 죄인으로 치부하는 정치는 성공할 수 없다. 그리고 우리는 그런 마인드를 보통 '극단주의'라고 부른다.


당연히 용산 주정뱅이 돼지가 미친 짓을 저질렀다 해서, 민주당보다 오른편에 있는 정치세력을 지지했던 (우익우파라고 하는..) 거진 절반의 대한민국 국민들 전부에게 상황의 공범, 반역죄의 혐의를 적용시킬 수는 없다는 말이다.


어제 그 난리통에서, 필자는 이 문제를 놓고 오랜 좌파 친우와 꽤 치열한 대화를 나누었다.




2.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익우파 쪽 친구들에게도 좀 하고 싶은 말이 있다.

여러분들과 나와의 가치관 차이를 존중한다. 당신들과 나간의 그 차이들에 대해 '선과 악'이라는 편협한 이분법으로 재단하진 않겠다. 그럼에도..


.. 단순한 도덕 윤리적 선과 악을 넘어, 필자는 정치사회 논의의 장에 들어서는 이들이라면 어느 정도의 자질이 요구된다고 보는데 특히 중요한 부분이 바로 '최소한의 상황판단 능력'이다.


그러니까 간단하게, 어제와 같은 미친 계엄장난질이 얼마나 파국적이고 정신 나간 짓거리 인지, 도덕적 선과 악을 넘어 지극히 정치공학적 층위에서라도 최소한의 상황 판단을 할 수 있었어야 했다는 것이다.  

자, 어제 저 짓거리가 멋졌는가? 정말로 이 대한민국에 이롭고 아름다운 일이 될 수 있으리라 믿었는가?


당장 타임라인만 보더라도, 어제 그 짧은 계엄정국 동안 "드디어 멋진 일이 시작된다!" "오오! 좌빨 척결하고 멋진 대한민국의 시작이다!" "드디어 시작되는 대한민국의 정상화! 온몸으로 지지하리라!" 이러한 환호글들이 여기저기 눈에 띄었는데.. 여러분들은 정녕 '저 짓거리'가 먹힐 거라 진지하게 믿었는가? 국민 다수가, 세상이 저걸 지지할 거라 진지하게 믿었어? 자, 지금 꼬락서니를 봐봐. 앞으로가 막막하지?


동덕여대 페미들 보면 한심하지? 이미 세상 민심 다 떠났는데 즈들끼리 한줌단 맞다 맞다 해주면서 세상이 아직도 다 즈들편인줄 설치는 거 보면 우스꽝스럽지? 그게 지금 그들에게만 국한된 이야기일까?

한 줌 우익우파 극우 유튜버 커뮤니티에 갇혀 끼리끼리 부둥부둥하고 있으면 세상이 다 자기편인양 보이지. 그래서 봐봐. 지금 세상 밖에 당신들 지지해 주는 이들이 얼마나 있는지. 당신내들이 얼마나 편협한 세상에 갇혀 정신 못 차리고 끼리끼리 부둥 거리며 살았었는지를 봐봐. 동덕여대 페미들이랑 다를 거 같아?


그저 윤석열의 정치적 자1살로 끝났으니 다행인데 여차하면 대한민국에 시리아가 펼져질 수도 있었어.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반역자는 가장 극단적인 혐오의 대상이었다. 이건 거의 생리적인 현상으로 어느 시대서건 반역죄는 그 사회에서 가장 악독하고 잔인한 처벌을 받아야만 했다.

그리고 그 반역죄에 동조를 표명한 이들은..

.. 이건 미투 성범죄 폭로 긁혀서 평판에 금가고 어쩌고 하는 따위와 감히 비교를 할 수 없는 수준의 문제가 된다.


.. 그러니 친애하는 일부 우익우파 친우들이여. 제발 지금이라도 정신 좀 차려주시길. 전술했듯 제법 이름 있는 우파 쪽 유명 인플루언서들조차도 어제 사태에 동조하네 너무 기쁘네 이런 걸 올리는 거 봤는데, 이거 진짜 보통 문제가 아니야. 당신들 그거 여차하면 주홍글씨로 남아ㅇㅇ


그러니 도덕적 실책은 치자 하더라도, 최소한 당신들의 상황판단 능력의 부족 만이라도 통렬하게 인정하고 반성하는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 여러분들 자신을 위해서라도 말이다.


페미 피씨에 대적하는 활동을 하며 이래저래 많은 우파 친구들을 사귀게 되었고, 그들 대부분은 참 좋은 사람들이었다. 그리고 난 당신들을 잃어버리고 싶지 않다. 그래서 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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