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세는 끝이 아니라 지금부터가 시작
*박세환식 미래예측이 늘 그러하듯, 이는 '내가 절대 원하지 않는' 미래 시나리오라는 걸 미리 밝혀두는 바이다.
1.
용산 굥사장이 아무리 용서받을 수 없는 미친 짓을 했다 해도, 코어 산업화세대 멘탈리티 우익우파 여론은 여전히 탄핵에 부정적일 것이다. 그들은 이미 그 후폭풍의 몰락기를 8년 전 겪어본 바 있고 심지어 (탄핵정국이 이어지면 반드시 차기 지도자가 될 수밖에 없는..) 이재명은 문재인보다도 훨씬 싫기 때문에, 대통령이 반역자라도 이를 수호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할 수 있다.
또 하나 알아야 하는 게, 필자가 유승민이나 이낙연을 비웃을 때 했던 말이 있다. 정치판에서 '적'으로부터 들어오는 지지는 다 허수라고 말이지.
그 옛 503 시절 때
유승민 반란 멋지다고 열심히 손들어줬던 민주진보 사람들, 선거 때도 문재인 안 찍고 유승민 찍어주던?
이낙연 대립 용감하다 열심히 칭찬해 주던 우익우파 사람들, 선거 때도 한동훈 안 밀고 이낙연 찍어주던?
'그' 유승민 '그' 이낙연 둘 다, 결국 코어지지층으로부터 배신자 딱지가 붙은 체로 정치생명이 아작 나고 말았다.
굥사장 탄핵도 똑같이 갈 수 있는 거. 전체 여론에서 7:3으로 탄핵 찬성이 높다 해도, 우익우파에선 여전히 탄핵 반대가 더 높다 나온다면 (유승민, 이낙연식 인기몰이가 허수라는 걸 처~절하게 깨달은) 우익우파 정치가들은 전체 여론이 아닌 내부 코어여론을 따라 움직일 확률이 더 높은데 이는 이미 한동훈과 국힘의 대통령수호 당론 확정으로 입증되고 있다. 물론 이 과정에서, 한동훈은 우익우파세계의 이권 상당 부분을 (사실상 항복한)굥으로부터 딜 쳐서 받아냈을 거라 생각한다. 여하간 '반란표'는 생각보다 쉽지 않을 것.
그리고 어제 필자의 글에도 불구하고, 우익우파 탐라들에서는 반성은커녕 오히려 "좌익 빨갱이 때려죽이려면 칼슈미트식 초법적 수법도 불가피"이런 게시물들이 더욱 격정적으로 돌아다니고 있는데, 이는 니가 죽나 내가 죽나 끝까지 함 붙어보자는 산업화 정치진영 전반의 입장 것이다.(이재명은 죽어도 인정할 수 없다는 정치적 거부감이 아마 이를 크게 부추기고 있을 것이다.) 이들은 '같은 논리'하에 초법적 상황을 용인해 온 사례가 이미 한 두 번이 아니다.
또 한 가지 변수가.. 도덕적 옳고 그름 다 치자하고, 정치경제안보등등으로 우리가 긴밀하게 관계 맺고 있는 '서방세계' 입장에서도 탄핵을 원치 않을 수 있다. 이재명 코어지지층의 반미 반서방 성향을 껄끄러워하는 것이다.
최순실 시국 포함, 일전 탄핵 시국들을 돌이켜보면 나오는 사실 하나는, 탄핵은 민주진보 우익우파 양 진영 모두의 동의가 없으면 절대 가능하지 않다는 것이다. 앞으로 이어질 탄핵추진 정치운동이 우익우파의 참여가 없는 채 오직 민주진보만의 주도로 간다면, 시위장에 흩날리는 깃발이 오직 민주당과 진보당, 그리고 민주노총뿐이라면, 이건 시간이 가면 갈수록 성공을 확신하기 어려워질 것이다.
2.
그래서 만약 최종적으로 탄핵이 부결된다면, 사실 필자 입장에서도 피하고픈 두려운 시나리오지만
결과적으로 한국은 '대중 다수의 여론에 위배되는 통치'를 받아들여야 하는 상황이 되는 건데, 당연히 많은 이들이 이 상황을 수긍하지 못하게 될 것이다. 거리는 혼란에 뒤덮이고 공권력은 이를 제압하기 위해 더욱 악랄해질 수밖에 없다. 그리고 한국의 우익우파 세력이 이런 상황에 가장 잘 써먹는 카드는 몇 개 없다는 걸 우리 모두는 너무나 잘 알고 있다.
"대규모 공안정국"
어쩌면 통진당급 이슈가 앞으로 다시 터질 수도 있을 것이고(공권력을 총 동원해서 어떻게 서건 NL들 꼬투리를 잡으려 들겠지.)
이것보다 더 심하면 답은 하나밖에 없는데..
... 전쟁.
북한 붕괴.
3.
이 말을 필자의 소중한 친우들에게, 특히 공이들 친우들에게 해주고 싶다.
부디 침착해달라.
난세에서의 삶은, 특히 난세에서의 저항은 침착해야만 한다. 침착해야 살아남는다. 흥분하는 이들이 먼저 쓰러진다.
우리는 우리가 원치 않는 미래가 올 수 있음을, 부당한 압제가 현실이 될 수 있음에 대한 어느 정도 심적 각오를 해야 할 수도 있다.
심적 각오를 미리 하고 있어야 일이 닥쳐도 침착해질 수 있다. 그런 각오를 하지 않고 희망회로에 절어있으면, 결국 비분강개하고 폭주하다 쓰러지게 된다. 침착해야, 장기적인 계획 하에 어둡고 기나긴 터널을 함께 지나갈 수 있다.
다시 말 하지만, 위의 시나리오들은 결코 필자가 원하는 게 아니다. 그래서 특별히 더 두렵고 우려스러운 마음으로 글을 적는 바이다.
+용산의 난 이후 계속해서 살이 빠지고 초췌해지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