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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세환 Dec 06. 2024

민주진보 친우분들, 제발 이러지 맙시다.

오늘도 엄청 장문

1.

이번에도 다소 생뚱맞아 보이는 다른 이야기로 운을 한번 띄워보겠습니다. 


일전 류호정이 개혁신당 쪽 연대를 고려하여 한창 페미니즘을 버리려는 듯 전향적인 모습을 보였던 적이 잠시 있었습니다. 페미 반대하는 우리 쪽에서는 이 상황에 의아해하면서도, 전반적으로는 부정적인 기류가 더 팽배했었죠. 그간의 행실로 쟤가 어떤 인간인지는 이미 답 나온 지 오래인데 이제 와서 전향한다 한들 그걸 받아주는 게 말이 되냐는 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때 저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만약 진정으로 전향한다 한다면, 우리는 그걸 받아주어야 한다고. 


페미 반페 이 지난한 싸움에서 이기려면, 페미니즘 힘이 빠진다는 느낌이 들고 저들의 사기가 흔들리는 이때 우리가 전향자를 환대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말이죠. 전향하면 살 수 있다는 생각이 들게 해 주어야 적진이 더 분열되고 혼란해지기 마련입니다. 만약 그렇지 않고 그간 행실의 변변찮음을 이유로 전향 의사자를 내치는 모습을 보인다면, 앞으론 아무도 우리 쪽으로 붙으려 하지 않을 것이고 자기들끼리 더욱 의기투합해 똘똘 뭉쳐 저항하게 될 것인데 그때는 정말 이기기 어려워진다고 말이죠.


물론 류호정은 막판에 결국 전향을 거부했고 결과적으로 모두에게 버림받아 정치적 실각으로 나아갔지만, 만에 하나 진정으로 전향을 했다면 우리는 이를 받아주었어야 했다는 생각만큼은 지금도 변함이 없습니다.




2.

이제 탄핵정국이 됩니다. 


방어 측 입장에선 코어지지층 20~30%를 극도로 결속시키는 고도의 선명성 전략을 쓸 수밖에 없습니다. 캐캐 묶은 부정선거론까지 다시 끄집어내어 조직적으로 열심히 프로파간다를 돌리고 있는 우익우파진영의 모습은 이를 잘 말해줍니다.


그럼 공격 측도 '같은' 선명성 전략으로 코어 지지층을 더욱 결속시키면 될까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건 폭망의 길입니다. 

탄핵은 5:5 한 점 차 우세가 아니라 거의 8:2급의 우세가 나와야 공격 측의 승리를 장담할 수 있는 그런 싸움입니다. 특히 민주진보 우익우파 양쪽에서 호응이 나와 주는 게 아주 중요하고요. 그런 면에서 지금의 정국은 분명 16년 최순실 정국 때보다도 어려운 면이 있습니다. 어제도 글로 말씀드렸지만, 탄핵찬성파에게 그렇게 수월한 상황이 못됩니다. 


이때 공격 측이 써야 하는 전략은 고도의 선명성 전략이 아니라 정 반대인 고도의 포용성 전략일 수밖에 없습니다. 조금이라도 일치점이 보인다 싶으면 물불 가리지 말고 아군으로 포섭해 8:2의 거대한 포위망을 형성해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죠.


지금 우익우파진영은 흔들리고 있습니다. 저들조차도 예상치 못한 너무 어마어마한 X를 대통령이 싸질러버렸기에, 이걸 어떡해야 하나 우왕좌왕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여기서 최대한의 아군을 끌어모아야만 합니다. 그게 승패를 가릅니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하나 있습니다. 불가피하게 공격 측의 중추가 될 수밖에 없는 민주진보진영 사람들은, 전통적으로 이 포용전략을 너무나도 못한다는 겁니다. 전통적으로 민주진보진영은 포용전략보다 끝없는 선명성 싸움에 더 익숙했던 사람들입니다. 그리고 바로 이 점이 지금 같은 시국에선 심각하게 문제가 됩니다.




3.

지금 민주진보 쪽에서 흥분한 사람들이 많습니다. 이들 중 일부는 우익우파 전부가 악이라고 말합니다. 이 땅의 전반 우익우파 놈들은 어떤 식으로 건, 직접적이건 간접적이건 죄다 쿠데타의 공범이니 절대 이들을 용서치 말자 말합니다. 이제 와서 어쭙잖게 탄핵 동의를 표한다 한들 그저 모든 게 가증스러울 뿐, 적어도 자신은 이들을 도무지 용서할 마음이 생기지 않는다 말이죠.


간단한 예를 들어보자면, 지금 민주진보 쪽에서 돌고 있는 이야기 중엔 이준석에 대한 비난이 있습니다. 남들은 다 담 넘어 들어가 표결했는데 혼자 정문에서 무가치한 입씨름 정치쇼나 벌이고, 이게 너무 가증스럽다는 것이죠. 저들도 결국 우익우파일 뿐이다. 개준스기 파벌 절~대 아군으로 받아줄 생각 없다.


다시 말 하지만 지금 우익우파애들 엄청 혼란한 상황입니다. 도무지 실드칠 수 없는 미친 계엄령. 하지만 이재명이 승리하는 건 너무 두려운 마음 등등. 이건 이준석 개혁신당 지지층에서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이 상황에서 민주진보 내 돌아가는 여론 모양새가, 우익우파인 자신들이 탄핵에 협조한다 한들 자신들을 진지한 동료로 받아들이지 않을 거란 생각이 든다면 이들은 결국 다시 '나왔던 곳으로' 되돌아가자 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준석 지지층(반페미, MZ남성, 펨코)도 보통 강성이 아닙니다. 이들은 이미 일전 총선시국 개혁신당의 연합세력화 발표에 불복해 거의 당을 홀라당 태워먹을 수준으로 난동을 부렸고 결국 사흘 만에 이 연합시도를 좌초시켜 버렸습니다. 때문에 이번에도 비슷한 반발이 지지층에서 나온다면("죽 쒀서 이재명 줄 일 있냐? 차라리 국힘한테 다시 붙어라!") 이준석은 여기에 굴복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미 한 번 당한 게 있어서 절~대 거부 못합니다. 


... 지금 탄핵 공격 측은 '그 개준스기' 받아놓고도 8표인가 부족해서 죽내사내 했는데 그나마 있는 개준스기파 마저 쫓아내고 나면 그 공백은 여러분들이 매꿔주나요?


한동훈이 내부 코어층 눈치 봐서 탄핵 협조 안 한다 했을 때, 분명 대의에 대한 배신인데도 지금 제도권 민주진보 수뇌부에서 "야이 가증스러운 머머리 새꺄!"라는 메시지 하나 안 내고 꾸욱 참았던 이유가 무엇일까요? 화가 안 나서, 이재명이 무슨 부처라서 참았겠습니까? 





4.

지금 민주진보 선명성 따진다는 게, 반란 세력에 대한 감정적 화풀이 이상의 무슨 의미가 있습니까? 일단 대통령 끌어내려야 한다는 대의 수행에 무슨 도움이 되나요? 도움이 아니죠. 사실 해악을 끼치는 것이죠. 포위당한 적들에게 일각의 포위망을 열어주어 살 길을 만들어주는 짓이지요.


그만합시다. 이기고 나서 논할 일은 일 끝나고 나서 논해도 됩니다. 오랜 시간도 아닙니다. 기껏해야 한 두 달이면 기건 아니건 각이 다 나올 텐데 그때까지도 그 '감정' 추스르지 못하겠다 한다면 솔직히 그건 그냥 이적행위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다시 말하지만 지금 그렇게 속 편한 상황이 못됩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감정보단 대의를 먼저 생각해 주시길 다시 한번 부탁드립니다.


+지난날 탄핵 동조했던 유승민파를 쩌리 취급해 양쪽에서 버림받고 정치적 사망선고를 받게 내버려 두었던 지난날의 우를 다시 범하지 맙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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