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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jelo May 11. 2020

Welcome to China

중국에 왔으면 중국법을 따르라

중국에서 살게되면서 황당한 일을 겪었을 때 모든 외국인들은 하나같이 이렇게 외친다.


Welcome to China !

중국, 이제는 나에게 애증이 된 곳. 중국에서 유학을 하거나 일을 하는 많은 한국 사람들은 한국인 커뮤니티를 벗어나지 못한다. 10년을 넘게 살아도 늘지 않는 중국어와 적응하기 힘든 이상한 중국의 문화와 음식들, 그렇다고 한국에 당장 돌아갈 수 없는 많은 이들을 보았다.


엄마가 어릴 때, 영화배우이신 외할아버지는 대만과 홍콩에서 5-6년간 활동하셨다. 10년 넘게 외할아버지와 함께 살아오면서 그간 중화권에 관련된 이야기를 많이 들을 수 있었고, 중국에 대한 호기심과 친근감을 가지게 된 것 같다. 그래서 고등학교 때 제2외국어로 중국어를 선택했고, 일본어와 스페인어를 배우지 못해 조금 아쉽긴 하지만 내 인생에서 가장 잘 선택한 일이 중국어를 배우기 시작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지금 공부를 열심히 하는 학구파는 아니라 중국어를 제대로 공부하거나 정확하고 유창하게 구사하는 실력은 아니지만 주변에 한국인이 없는 환경에서 혼자 살아가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 언어는 어쨌든 도구에 불과하기 때문에 한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내가 조금 더 친근하게 중국인에게 다가갈 수 있는 무기가 된 것이다.




photo by njelo


중국에서 일하게 된지도 어느덧 4년이 훌쩍 넘었다. 한국 회사이지만 10년 넘게 이 시골 바닥에 자리잡은지 오래된 '로컬형' 기업이라 중국인들과 함께 일하는 시간이 훨씬 많고, 다른 한국인 상사에게 도움을 요청해도 해결할 수 없는 '웰컴투차이나' 를 곱씹을만한 일들도 정말 많았다. 사회주의 국가라서 함께 하는 일에 훨씬 탁월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중국인들은 그 안정된(?) 체제 속에서 자신만의 세계를 추구하기 때문에 더 이기적이라는 생각도 많이 했고, 시간이 지나면서 나 또한 그들처럼 점점 변해가고 있는 중이다. 포기해야 할 부분은 포기하고, 인정할 부분은 인정하는 것이 가장 현명한 생존전략임은 틀림없다.


도대체 이런 환경에서도 왜 한국으로 돌아오지 않느냐고 묻는 주변 사람들에게 나는 역으로 되묻는다. 내가 한국에 돌아가면 이런 사람들이 없을 거라고 생각하는가? 절대 아니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답 안 나오는 사고를 가진 사람들이 한둘이 아니라는건 어딜 가나 마찬가지다. 더러운 상황은 어디에나 존재하고, 그게 무섭지 않으면 피하면 그만이다. 같은 상황에 닥치더라도 중국어로 상대하면 어느정도 필터링이 되는 것 같기도 하고, 굳이 그걸 마음에 담아둘 필요가 없다. 듣고 흘리면 그만.


그래서 나는 매번 중국에 올 당시에 생각했던 차이나 드림을 최대한 되새겨보고는 한다. 한국과는 다르지만 충분히 나름의 매력이 있는 곳이다. 가장 큰 매력이라면 다양성, 그리고 두번째는 앞의 얘기와는 좀 역설적인 부분이 있긴 하지만 바로 친절함이라고 할 수 있겠다. 중국에서 한국인을 마주치는 일이 어려운 일도 아니게 되어버렸지만, 어쨌든 '외국인'이라는 타이틀은 나에게 힘이 된다. 한국에서는 '클라스'가 다른 사람들에게 말을 걸 엄두도 못내는 소심한 나이지만 지금은 중국에서 '드릴나영'이라고 불린다. 내가 친해지고 싶은 사람들에게 먼저 말을 걸었을 때, 이상한 눈으로 보지 않고 친절하게 받아주기 때문이다. 중국인들이 타인과 교류하는 것을 좋아하지만 사실 나처럼 먼저 들이대는 한국인은 정말 드물기 때문에 내가 먼저 알고 싶다고 다가가면 당연히 그들도 기분이 좋을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요즘 나에게 가장 즐거운 일은 중국의 새로운 아티스트들을 발견하고 알아가는 것이다. 중국에서 음악 좀 듣는다는 친구들은 주로 虾米 혹은 网易云 두 가지 음악 app을 사용하고 있는데,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듣다보면 추천 음악으로 가끔 꽤 괜찮은 중국 뮤지션의 음악을 들을 수 있다. 중국 대중음악에는 사실 관심 없지만, 전자음악이나 힙합 쪽으로는 계속 발전하고 있고 아티스트들끼리 교류하고 협업하는 환경은 한국보다 더 개방되어 있고 기회가 많다. 한국에서 인스타 dm이나 사운드클라우드 메시지를 활용하는 것처럼 중국인들도 app을 활용해서 교류하기도 하고, 나 같은 경우에는 주로 공연장에서 공연을 보다 발견하면 기다렸다가 직접 위챗을 물어보기도 한다. 내가 좋아하는 해외 아티스트들의 공연을 최근 상하이에서 많이 볼 수 있기 때문에, 오프닝 공연에 서는 새로운 아티스트를 알아가는 재미도 쏠쏠하다.


한국인으로서 중국 음악이라고 하면 보통 첨밀밀, 월량대표아적심, 조금 더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주걸륜과 오래된 홍콩 영화의 ost 정도일 것이다. 그러나 대륙을 뚫고 미국 전역을 휩쓸고 다니는 88rising 소속의 Higher Brothers처럼 전세계인들이 인정하는 힙합 그룹도 있고, 이외에도 전세계에서 나름의 지위를 가지고 있는 중국 아티스트들이 많다. (그 넓은 땅에 인재가 단 0.1% 뿐이라고 해도, 그 수가 어마어마할 것이다.) 물론 일반적으로 한국인들이 들었을 때 이 음악이 어디가 좋다는거지? 라고 생각할 수도 있고, 어떤 이는 중국에 이런 음악도 있었구나 '好听 하오팅' 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음악이란 어디까지 개인의 취향이기 때문에 모두의 의견을 존중한다. 


다만, 나는 중국 뮤지션들이 만들어내는 음악의 퀄리티를 따지고 싶기보다는 그들이 음악을 왜 시작하고, 어떤 음악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나가는지에 조금 더 초점을 두는 편이다. 너무 뻔한 음악이 대중의 귀에 편하게 들릴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천편일률적인 내용과 주제보다 조금 더 자기를 드러내고 투박할지라도 자신의 사운드를 만드는 중국인들의 창작 스타일이 나는 굉장히 재미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중국인들도 잘 모르는 나만 알고 싶은 중국 아티스트들을 소개하고, 중국 친구들과 함께 중국에서 벌이는 문화 프로젝트들을 다루려 한다. 몇 년 째 중국의 패션과 음악을 한국에 소개하고 싶어 계속 여러가지 방식으로 발버둥 치고 있는데, 역시 다른 누군가와 함께 하는 일은 꾸준히 하기 힘든 법이다. 그냥 담백하게 나 혼자만이 보고 느낀 것들을 담아내야 이 기록들이 차곡차곡 쌓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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