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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루한끼 May 19. 2024

진실과 거짓말

"저..혼자서 애 둘 키워요.~"


"남편 뭐해요?"

임용된지 얼마 안되어

점심 식사 후  함께 산책하는 사수가 물어봤다.


"아 네.. 하하하"

얼버무리며 대답을 하지 않고 화제를 급히 돌렸다.


아직 모든 것이 낯설고 어색한데

개인사를 밝히는 것이 부담스러웠다.


며칠 후 사수는 또 물어봤다.


"명절 때 시댁에 가나요?"

"남편 직업이 뭐예요?"

"시댁이 어디에 있나요?"


순간, 거짓말을 할 것인가 말것인가 잠시 고민이 스쳤다.


앞으로 같은 구에서 오랫동안 일을 할 건데

거짓말을 하는 건 아니라는 판단이 들어


"저 혼자서 아이 둘 키워요."

라고 말했다.


조금 놀란 듯한 사수는 다시는 비슷한 질문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또 며칠 후

"별거하는 거예요? 아님 이혼, 사별?"


속으로 참 무례한 사람이구나 싶었다.


둘러대도 또 계속 물어볼 것 같아


"이혼했어요."

라고 짧게 대답했다.


"서류정리까지 다 끝난 거예요?"


그 질문에는 조금 어이가 없었는데

직업병처럼 수급자 상담하듯 물어보는 것 같았다.


여기서 끝났으면 좋으련만

일주일 후 쯤..


"이혼 사유가 뭐예요?"

또 물어본다.


아무도 물어본 적이 없는 질문인데...


그래서 담담하게 얘기했다.


"애들아빠는 공무원이었고 어린 동료랑 바람이 나서 이혼했어요."


그 뒤로도 질문은 이어졌다.

"양육비는 받는지, 이혼 후 그 둘은 어찌되었는지.."



나의 상황이 재밌나보다 싶었다.



남의 일에 관심이 많은 분이라

친한 동료들에한테 말이 다 퍼졌을 거라 짐작한다.


다행인 건

처음 말 꺼내기가 어렵지

어느정도 밝히고 나니 속은 편하다.


누가 날 어찌보든 관심을 끄고

일 열심히 하며 직장생활 하면 그만이다.


어쩌면 소문이 조금 퍼져서

누군가 앞으로 나에게 비슷한 질문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싱글맘 공무원 중에 아는 동생은

불가피하게 거짓말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임용된 날에,

그 팀 계장님이

"애가 셋인데 남편이 외조를 많이 해줬나보네요.

남편이 정말 좋아하겠다."

라고 말을 걸어왔다고 한다.


그 동생도 순간 고민했지만

그 팀원들과 다른 팀이 다 있는 자리에서

혼자 애 셋 키우는 싱글맘이라는 말을 차마 할 수가 없어서

웃으면서 "네~" 하고 대답을 하고 말았다고


문제는 그 뒤부터라고 한다.


계속 거짓말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반복되고

혹시 동료들에게 들킬까 걱정되고

위축되고 침묵하게 되고

마음이 불편하다며 얘기한다.


그 동생의 마음이 어떤지 짐작이 되어 슬펐다.




누구한테 죄를 진 것도 아니고

더더군다나 부끄러워할 일은 아닌데,

오히려 응원받아야할 일이 아닌가..


동생이나 나나 왜 그런 상황들에 놓이게 되는지 속상하다.






이혼 후

감당할 것들이 참으로 많다.


경제적인 것도,

외로움도,

양육의 무게도


어느 하나 쉬운 것이 없지만

가장 불편한 건 사람들 관계 속에 있다.


일반적이지 않고

문제가 있는 사람으로 볼까 염려되고

주류가 아닌 비주류

평범이 아닌 비평범


그런 시선으로 날 바라보는 사람들을 감당하는 것

그런 취급을 당하는 것.




사람마다 다를 수 있지만

대체적으로 어린 나이의 싱글맘일수록 더 예민해보인다.


완전체가 되기 위한 노력을 하는 분들을 보면

섣부른 판단으로 또 힘들어질까 염려가 되기도 한다.



부모가 아이 하나 키우는 것도 쉽지 않다.

하물며 혼자서 아이둘, 셋을 키우는 싱글맘은

남들보다 두세배의 노력을 해야한다.


동생에게 얘기했다.

버티는 것만으로도 대단한데

우리 정말 잘하고 있는 거라고

남들 뭐라하든 우리가 서로 인정해주자고..



Going My  Way!

누가 뭐라하든 나의 길을 가는

배짱이 필요한 시점인지도 모르겠다.


마음의 힘을 더 길러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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