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어버터와 침묵
지독하게 말이 없는 사람이다.
낯선 환경에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언제나 입을 다물고 있다.
익숙함을 편해함과 동시에 동화되는 것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사람은 말을 할 수 있는 동물이므로 말하고자 하는 욕구에 대해 잘 알고 있다.
그래서 편한 관계의 사람들이 곁에 있으면 침묵하는 편이다.
사실은 말하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다.
순간 보고 느낀 것보다 오래 보고 깊게 정제한 말들을 좋아한다.
손 잡는 것이 좋아.
내 손을 만지는 사람들이 부드러움을 느꼈으면 해서 시어버터를 듬뿍 바르기로 했어.
인생이 고달플지라도 온기와 폭신함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
별거 아닌 일이지만, 짧은 한 순간을 위해 열심히 나를 갈고닦는다.
한 문장을 이해시키기 위해 열문장의 설명을 덧붙이는 내가 스스로도 피곤하다.
그래서 관계가 짙은 사람에겐 말보다 행동으로 표현하려 노력한다.
반대로 낯선 이들에게는 천천히 보아줄 인내를 기대하지 않는다.
어색한 분위기가 지속되는 것이 괴롭다.
금방 흩어질 단어들을 마음껏 뱉어낸다.
너도 나도 부담스럽지 않은 관계가 그래서 더 좋다.
마음 가는 대로 흘러가는 나의 생각들이 주렁주렁 떠다닌다.
오래된 관계라고 해도 마냥 좋을 수는 없다.
완벽하지 않음을 알기에, 관계가 흔들리는 것을 원하지 않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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