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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축구 경영인 박영곤 Feb 28. 2020

축구팀의 흑자 운영은 가능할까? (3/5)

축구산업 시리즈 #1

스페인 축구 3부 리그는 총 80개의 팀으로 이루어진다고 언급했다. 이들은 다시 접근성을 기준으로 20개 팀씩 묶여 총 4개의 그룹으로 나뉘어 시즌을 치르는데 내가 운영했던 에시하 발롬피에는 그룹 4에 속해 2017-18 시즌에 참가했었다.



동 시즌 그룹 내에서 가장 부자 구단은 엑스트라마두라와 카르타헤나 두 팀이었다. 약 2.5백만 유로, 한화로 35억 전후의 예산을 운영했고, 반면 곳간이 가장 헐거웠던 구단은 이의 1/3 수준인 80만 유로(한화 11억)로 그 해를 버텨야만 했다. 그리고 그 10억 남짓한 돈도 구단이 자체적으로 창출해 내지 못했기에 큰 부분을 외부 유입으로 충당해야 했으며 나는 이 리그 최저 예산으로 운영할 수밖에 없었던 에시하 발롬피에 내 개인 자산을 투입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고 엑스트라마두라와 카르타헤나가 완벽한 경제적 자립을 이루었던 것도 아니었다. 승격을 목표로 시즌에 임했던 이 두 팀은 구단주가 본인 소유권을 담보로 투자를 유치하는 도박을 걸었고 이를 통해 백오십만 유로 이상을 끌어왔던 것으로 안다. 두 팀은 승격에 도전하기 위해, 에시하는 운영 자체를 위해 투자를 받았던 것이다. 그런데 이는 3부 리그 80개 대부분 팀들이 공통적으로 겪고 있는 운영 형태였다. 앞서 스페인 1,2부 팀들은 중계권 수입을 받고 있다고 했고 동 수입이 전체 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팀에 따라 현격히 달라진다고 밝혔는데 3부 이하 팀들에겐 이 중계권 수입 분배가 거의 없는 수준이기 때문에 마케팅과 경기 수입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에시하의 케이스와 상동하게 이 수입원 만으로는 운영 자체가 어렵기에 대부분의 팀들이 어떻게든 외부에서 돈을 조달 받아야만 하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엑스트라마두라는 승격에 성공했고 카르타헤나는 플레이오프에서 쓴맛을 보았다. 에시하는 시즌 마지막 경기에서 골 하나가 부족하여 강등의 아픔을 겪게 되었다. 한 팀은 성공, 다른 팀은 절반의 성공, 그리고 이전 시즌에서 3부로 승격하여 잔류를 목표로 했던 마지막 팀은 뼈아픈 실패에 신음했다. 또한 투자의 관점에서 보면 엑스트라마두라를 제외하면 두 팀이 투자에 실패했다고 해석할 수 있기도 하다.


Image by Goumbik from Pixabay


그럼에도 불구하고 카르타헤나와 에시하의 투자는 적어도 투자에 대한 기대수익은 분명히 존재했다. 카르타헤나의 경우 승격을 할 경우 2부에서 중계권을 비롯한 투자금을 훨씬 상회하는 수입을 올릴 수 있었을 것이고 구단의 시장가치, 즉 제3자에게 매각하였을 경우 투자자들이 회수할 수익 역시 투자금 대비 매우 높았을 것이다. 에시하는 3부 잔류에 성공하였을 경우 비단 수입의 관점에선 급격한 개선을 기대하긴 어려웠겠지만 구단 가치를 보존하고 관계자(구단주) 외의 투자를 유치할 시간을 벌 수 있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그 성공 여부를 떠나 이 클럽들에 투입된 돈의 성격은 '투자'라고 분명히 정의 내릴 수 있다는 것이다.



유럽의 다양한 축구리그, 특히 경제적 규모상 상위를 이루는 리그의 하부 리그 팀들은 이와 같은 이유로 투자 유치에 성공하는 경우가 매우 빈번하다. 실제로 구단의 매각, 인수가 왕성하게 이루어지는 사실만을 보더라도 돈의 회전이 계속해서 흘러가고 있을 것이라는 걸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매우 간소화한 수치지만 스페인의 경우 3부 리그 팀이 2부로 승격할 경우 그 팀의 (매각) 가치는 5배 이상 올라가기에 투자라는 단어가 큰 무리 없이 사용되는 산업임엔 누구나 고개를 끄떡일 것이다.



한국의 K리그 팀들이 모기업 및 지자체로부터 예산의 상당 부분을 지원받고 있음을 이야기했다. 그리고 이 지원의 성격이 투자와는 거리를 둔다는 의견 역시 간략하게 피력했었다. 투자는 기대수익이, 그것의 실현 여부를 떠나 돈을 넣고 그 이상을 벌 수 있다는 논리가 있어야 성립된다. 물론 그 결과물이 꼭 돈이어야 하는 건 아니다. 돈에 상응하는, 투자하는 규모 이상의 '가치'를 획득할 가능성이 있다면 이 역시 투자의 관점에서 풀어볼 수 있는 성격이 갖춰진다. 그러나 K리그 22개 팀 가운데 받는 것 이상으로 주고 있는 팀이 과연 얼마나 될까. 정성적인 부분까지 계산에 포함시켜야 하기 때문에 단순한 몇 줄로 요약해서 답을 할 수 있는 질문은 아니겠지만 우리는, 아니 심지어 축구팬들조차도 이 물음에 대해 긍정적이기보다는 부정적인 답을 할 사람들이 많다고 생각한다.



우선 유럽 리그에서 축구팀들에게 '투자'가 '수익'을 기대하며 이루어지고 있음을 예를 들어 이야기해보았다. 반면 우리 K리그 팀들에게 주어지는 돈에는 이 투자라는 단어가 어울리지 않는다는 큰 개념의 의견도 곁들였다. 다음 글을 통해 이에 대해 좀 더 자세히 풀어볼 수 있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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