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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축구 경영인 박영곤 Mar 06. 2020

기성용 vs 페르난도 토레스 (1/2)

Input vs. Output

몇 해 전 페르난도 토레스가 임대 신분으로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에서 뛸 때의 이야기. 당시 난 축구팀을 인수하기 전이었고 마드리드에서 운영하던 스포츠 매니지먼트사에서 선수대리agent 사업을 활발히 추진하고 있는 중이었다. 특히 스페인 선수들의 K리그 진출이 우선 목표였는데 예전 현대차 재직 시절부터 친분을 쌓았었던 전북 현대로 슈퍼스타를 이적시키는 것을 최대 과제로 삼았었다.



유럽의 국가대표 혹은 국가대표 출신 선수들을 위주로 스크리닝을 했고 호세 안토니오 레예스(스페인)와 우고 알메이다(포르투갈), 피터 크라우치(잉글랜드) 같은 선수들을 접촉하고자 했다. 레예스의 경우 선수의 에이전트 파트너와 마드리드의 한식당에서 자리를 가졌는데 연봉이 엄청나게 크다면 움직일 수 있을지 모르지만 선수 본인이 스페인을 떠나고 싶어 하지 않을 거란 이야기를 들었다. 알메이다는 선수 본인과 문자를 주고받았다. 역시나 연봉에 대해 가장 궁금해했는데 사이닝 보너스를 크게 부르는 걸 보고 일을 진척 시키기 어렵겠다는 느낌을 받았다.



크라우치의 에이전트는 업계에선 유명인인 조나단 바셋이다. 마침 바셋이 가레스 베일과 레알 마드리드 간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어 (problem to solve) 마드리드에 방문 중이었기에 미팅이 이루어질 수 있었는데 역시나 그 유명세만큼이나 초반부터 어처구니없을 정도의 큰 금액을 불렀다. 그 정도 규모는 아마 맞추기 힘들 거라고 이야기하자 그럼 브라질 선수를 추천하겠다고 하여 자료를 전달해달라는 말을 남기고 자리를 떴다. 여담이지만 베일의 마드리드 생활이 어떻냐는 나의 질문에 바셋은 그가 매우 만족하고 있다고 답했는데 그때부터 지금까지 선수와 구단은 바람잘 날 없는 날을 이어가고 있는 중이다.


토레스의 아틀레티코 임대 후 첫 훈련. 팀 트레이닝엔 참가하지 않고 간단한 러닝만 했다 '(14년 12월)


이들 셋을 포함해 몇몇 추가적으로 선수들을 접촉하긴 했지만 협상 테이블 자체를 열기 어려운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이보다 더 중요했던 건 선수들의 상품성이었다. 유명한 선수들인 것은 맞지만 실력을 떠나 슈퍼스타로서의 브랜드 파워는 다소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었다. 전북 현대가 큰 금액을 투자한다면 그것 이상의 가치를 얻을 수 있어야 할 것이며 이는 단순히 리그 우승, ACL에서의 성과 만으로는 부족할 것이다. 세계적으로 마케팅 효과를 얻게 해줄, 선수의 영입 자체가 그리고 선수가 초록색 옷을 입고 골을 넣을 때마다 세계 언론에서 단신으로나마 소개해 줄 미디어 파워를 갖춘 선수가 필요했다.



그때 떠오른 선수가 페르난도 토레스였다. 전성기가 지난진 이미 오래이고 첼시에서 비난의 대상이 되어왔지만 그가 가진 상징성은 대단하다. '14년 중반 레퓨콤Repucom에서 발표한 축구 선수의 국제 인지도global awarness에서 토레스는 여전히 상위 4번째 이름을 올리고 있었다. 그가 K 리그에서 많은 골을 기록해 줄 거란 믿음을 가지긴 힘들었어도 팀의 모기업인 현대자동차의 홍보에 큰 힘이 되어줄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여전히 호감 가는 외모와 이미지, 흠잡을 데 없는 모범적인 사생활, 인간미가 느껴지는 인성 등. 토레스는 분명 투자 대비 취득 가치라는 측면에서 최적의 후보라는 확신이 들었다.



토레스의 에이전트 사무실은 내 출근길의 딱 중간 정도인 콜론 광장 인근 빌딩에 위치해 있었다. 몇 번의 연락 끝에 선수의 에이전트와 미팅을 가질 수 있었고 나는 준비해 간 자료를 바탕으로 선수의 전북 현대 이적이 어떤 가치를 가지는지를 열심히 설명했다. 선수 측은 가능한 연봉 규모를 물어보면서도 토레스가 현대자동차라는 브랜드를 어떻게 이용leverage할 수 있을 것인지를 더 궁금해했다. 은퇴가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 선수는 유니폼을 벗은 이후를 고민하고 있고 이를 위해 글로벌 기업과의 중장기적 관계endorsement를 중요하게 보고 있었던 것이다. 아울러 전주에 국제 학교가 있는지도 물었다. 페르난도의 아이들을 생각한 질문이었다.



AC 밀란과의 원계약 관계가 엮여 있고 당시 아틀레티코가 공격수 부족으로 골치를 썩고 있는 상황인지라 상황은 쉽게 풀기 어려워 보였다. 그러나 추후 구체적인 내용을 더 이야기하자는 인사를 끝으로 미팅을 마쳤고 난 곧 한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12시간의 비행 동안 토레스의 이적이 전북 현대의 모기업인 현대자동차에 어떤 긍정적 효과를 안길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자료를 만들었고 이를 품에 안고 전주 월드컵 경기장으로 향했다.    

(다음 글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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