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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트코알라 Apr 14. 2024

개미한테 물림, 그 후폭풍


곤충을 무서워한다.


겉으로는 최대한 내색하려 하지 않지만 곤충만 보면 소름이 돋는다. 그래도 곤충 중에서 가장 참을만한(?) 곤충이 있다면 그건 바로 개미였다. 일단 개미들은 대체로 크기가 작다. 작으니 그나마 덜 징그럽고 딱히 위험해 보이지도 않으니 제일 낫다 않나 싶었다.


그런데 얼마 전 개미 역시 '지독한 곤충'이라는 걸 알게 된 사건이 있다.


4월 초 여행을 간 코타키나발루에서 스노클링을 위해 사피섬이라는 섬에 갔을 때의 일이다. 열심히 물놀이를 했더니 급 갈증이 몰려왔다. 뭘 마실까 하다가 그래도 동남아에 왔으니 코코넛 음료를 마셔보자 싶어 부모님과 나 이렇게 우리 셋은 코코넛을 사가지고 해변가로 향했다. 마침 나무 기둥으로 된 밴치도 있겠다 그 위로 커다란 야자수가 그늘 역할도 해주고 있어 그곳에 자리를 잡기로 한 것이다.


* 사진출처 : Photo by Renato Trentin on Unsplash


그렇게 관광객들이 물놀이하고 있는 모습을 평화롭게 지켜보며 여유를 즐기고 있을 때였다. '따끔' 갑작스러운 통증이 느껴졌다. 통증이 느껴진 곳은 다름 아닌 발목이었다. 곧이어 발목을 중심으로 뜨끔하고도 따끔따끔한 통증이 산발적으로 느껴지기 시작했다.


'이게 뭐지?' 싶어 아래를 내려다본 순간. 나뭇잎과 모래들만 있다고 생각했던 그곳에는 뜻밖의 정신없는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었다.


정체는 붉은 개미였다. 한두 마리가 아닌 수 십 마리들이 바글바글 움직이며 내 다리 위를 기어오르고 있었다. 급하게 일어나 앉아 있던 나무 기둥을 바라보자 거기에는 더욱 충격적인 모습이 펼쳐졌다. 수 백 마리의 붉은 개미들이 떼로 움직이고 있는 게 아닌가. 알고 보니 나는 무늬만 나무 기둥이지 그야말로 개미집이나 다름없는 곳에 떡하니 앉아있었던 것이었다. (다행히 부모님은 통나무에 앉지 않으시고 서서 경치 사진을 찍고 계셨던 덕분에 피해를 입지 않으셨다)


따끔거리는 통증이 발목을 지나 손목, 목덜미까지 이어지고 있었다. 얼른 손으로 통증이 느껴지는 피부를 연신 쓸어내려 보았다. 붉은 개미들이 계속해서 손에 묻어 나왔다. 그래도 그나마 다행인 건 래시가드를 입고 있었다는 점이었는데 유일하게 노출되어 있던 발목, 손등, 목 이 세 곳이 집중 공격을 당했다.


얼른 바닷가로 달려간 나는 목까지 물속에 푹 담가 몸에 붙어 있는 개미들을 떼어내려 애를 썼다. 그러나 한 발 늦었나 보다. 이미 물린 부위들이 벌겋게 달아오르고 있었다. 불과 오 분도 채 되지 않은 것 같은데. 그 사이 수 십 방 가까이를 물린 것 같다.


개미한테 이렇게 물려보기는 또 처음인지라 당황스러웠다. 한국에서도 개미는 수도 없이 봐왔지만 딱히 물려본 적은 없었던 것 같은데 외국 개미는 사나웠다. 생긴 것만 시뻘건 게 아니라 그야말로 캡사이신처럼 매서운 놈들이었다.


따끔거림이 지나가자 이번엔 간지러움이 몰려왔다. 하지만 걱정했던 것과 달리 몇 시간이 지나자 차츰 가라앉는 게 눈에 보였다. 휴 혹여 독이라도 있을까 걱정했는데 다행이었다. '역시 개미 별거 아니네'라고 속으로 안심하기도 했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시간차를 두고 나중에 찾아왔다. 일주일이 훨씬 지난 지금까지 소양감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모기한테 물리면 물린 당일 가장 소양감이 심하고 차츰 가라앉는 게 보통이건만. 개미한테 물린 곳은 시간이 꽤나 지났는데도 소양감이 크게 잦아드는 것 같지가 않다. 상처 역시 빨갛고 딱딱하게 아물고 있어 혹여 흉이 질까 걱정이다. 상처 가운데에는 개미 이빨 자국처럼 동그란 구멍이 콕 찍혀 있어 보면 볼수록 괜히 성질이 나기도 한다.


개미, 작다고 만만히 봤었는데 우습게 볼 곤충이 아니었나 보다. 작은 고추가 맵다더니, 작은 개미 역시 사납고 맵다는 걸 이번에 제대로 깨달았다.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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