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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트코알라 Jul 25. 2024

스포트라이트 효과를 끄다


요즘 들어 부쩍 줄어든 게 있다. 바로 옷을 쇼핑하는 빈도다. 원래 패션에 큰 관심이 많았던 건 아니지만 그래도 주기적인 지출은 있었다. 한 달에 옷값으로만 몇 십만 원을 지출하는 나를 보며 한 살 터울의 언니는 옷 좀 그만 사라는 말을 입버릇처럼 하곤 했다. 대략 못해도 2주에 한 번 정도는 습관적으로 옷을 구매했던 것 같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옷에 대한 관심이 없어졌다. 좀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많은 옷이 굳이 필요한가'에 대한 의문을 품게 된 것 같다.


한때 옷과 관련해 타인을 유난히 의식하던 때가 있었다. 20대 때까지만 해도 어제 입었던 옷을 그다음 날 또 입는다는 건 몹시 부끄러운 일이라고 생각했다. 주변 사람들이 뭐라고 생각할까. 청결하지 못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을까. 옷이 없는 줄 아는 거 아닐까. 이런 걱정을 했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하면 '참으로 쓸데없는' 고민이지 않았나 싶다.


이런 인식에 변화가 나타난 건 다음의 사실 즉 ‘남들은 나에게 그렇게 큰 관심이 없다’는 것을 깨닫고부터다.

당장 나만 해도 그렇다. 내 옆에 앉은 혹은 나와 매일 같이 함께 일하는 팀장님이 어떤 옷을 입으셨는지 아무리 골똘히 생각해 보아도 잘 떠오르지 않는다. 그러니 다른 팀원들은 말할 것도 없다. 같은 공간에서 매일 얼굴을 마주 보며 일하지만 다들 무슨 옷을 입고 다니는지 하나도 기억이 나질 않는다.


기억력의 문제일까. 그보다는 큰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기 때문에 그런 것 같다. 무의식중에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판단한걸까. 오감을 통해 들어오는 모든 정보들을 일일이 다 기억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 스스로 사소하다고 판단되는 정보들은 들어오는 즉시 기억으로 저장하지 아니하고 자동 삭제해 버리는 것 같기도 하다. 아마 다른 이들도 비슷하겠지.


나에게 있어 이 세상의 중심은 나이지만 실제로 이 세상의 중심은 내가 아닌 것처럼. '세상은 내게 큰 관심이 없다'는 조금은 시니컬한 태도로 사는 것도 나름 삶을 살아가는 지혜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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