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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주영 Dec 13. 2019

[오리지널스]

서두르면 바보(Feat:오마주의 오마주)

1. 들어가는 글

오마주(hommage )  ‘존경, 경의’라는 의미의 프랑스어로  예술에서 존경하는 작가와 작품에 영향을 받아 그와 비슷한 작품을 창작하는 것을 일컫는다. 이를테면 영화에서는 자신의 작품 속에 존경하는 감독의 주요 장면이나 대사를 인용하는 식이다. 애덤 그랜트의 오리지널스란 책은 씽큐베이션 활동을 하기 전부터  여러 사람들에게 회자되면서  삼독한 책 중 하나이다. 이 책을  오마주 하고 싶어 며칠 동안 고민하고 잘 쓰고 싶어서 미루다가 결국은 약속한 시간이 훨씬 지난 후에 첫 글자를 쓰게 되었다.

오마주 구글 이미지 참조

이번 서평은 4장 '서두르면 바보'에 대해서 다루어 볼 계획이다.

미루기 대장인 나에게 4장 첫 페이지 글 " 모레 해도 되는 일을 내일로 앞당기지 말라."- 마크 트웨인의 글이 위로가 되었다. 찌질한 변명이겠지만 말이다.

시기 포착, 전략적 지연, 그리고 선발주자의 불리함이란 소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타이밍 즉 행동의 시기에 관한 이야기이다.

 부모와 교사들은  어린이들에게 막판까지 미루지 말고 미리 숙제를 하라고 끊임없이 잔소리를 한다. 자기 계발서 목록을 보면, 할 일을 미루지 말라는 충고를 하는 책들만으로도 소규모 산업이 형성될 만큼 많은 책들이 쏟아져 나온다. 그런데 그 미루는 행위 자체가  마틴 루터 킹이 생애 최고의 연설을 하게 된 이유라면 어떻게 생각하는가?

독창적인 사람들을 살펴보니, 신속하게 행동하고  첫 주자가 되는데 따르는 유리한 점 보다 불리한 점이 더 많았다. 일찍 일어나는 새가 벌레를 잡아먹는 건 사실이지만 일찍 일어난 바지런한 벌레는 잡아 먹힌다느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2) p167

할 일을 미루면 생산성은 떨어질지 몰라도 창의력의 원천이 될 수 있다. 산업혁명이 일어나고 근면 성실을 중요시 여기는 청교도적 근로윤리가 강조되면서, 근대에 인류가 효율성에 집착하게 되기 전까지만 해도 인류문명은  게으름의 미덕을 인식했다.

역사상 가장 독창적인 사상가나 발명가들 가운데 몇몇 인물이 미루기의 달인이라는 점은 우연이 아닐지 모른다. 가장 두드러지는 사례가 레오나르도 다빈치이다.


2. 본론 글

 올해 초 문화센터에서 다빈치 서거 500주년 기념으로 < 레오나르도 다빈치 작품 세계에 대하여>라는 강의 주제를 가지고 성인들을 대상으로 예술학 특강을 하였다. 준비과정이 만만하지 않았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에 대해서는 일반인들도 많은 작품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였다. 다빈치 관련  서적을 구입하면서 30만 원 넘는 구매비용이 들었다. 5월  한 달을  수업 준비에 나의 시간을 갈아 넣었다.  제일 인기가 없는 예술학 관련 강의가 과연 일반인들이 들으러 올까? 하는 의구심도 들었다. 인기 없는 책이 예술 관련 서적이고 이해도도 낮고 당장에 돈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모든 상황이 좋지 않아 수업 준비를 하면서도 불안해했다.

내가 이렇게 1시간 강의를 하려고 30만 원 넘는 돈을 들여서 고작 1시간 강의료를 3만원을 받는 것이 과연 합리적인 것일까?

 이것은 계산기로 두드리지 않아도 바로 나오는 답이다. 자료 구매+수업 준비시간만 합쳐도 완전 마이너스다.

문화센터 수업은 매 학기가 시작되기 전 수강회원을 모집하기 때문에  개강 3일 전까지 개강 또는 폐강에 대해서 확정 짓기가 어렵다. 일반 기업 강의나 학교 강의와는 다른 강의 시스템이다. 어찌 보면 강사한테는 불합리할 수도 있다. 그 많은 리스크를 무릅쓰고 나는 강의 준비에 사력을 다했다.  그 이유는 친정엄마와의 전화 통화를 하면서 생각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 엄마~ 나 이번에 강의를 제안받았는데요....

하아~~~ 사실 수업준비도 부담되고 무엇보다 책값만 30만 원이 넘게 들었는데  시간당 강의료 3만 원 받아요.

수업하지 말까요?"

"주영아 30만 원이 물론 큰돈이지만 네가 공부하면 다 네 거가 되잖아. 그리고 일반인들이 어디 가서 예술 강의를 듣겠노? 물론 예술의 전당이나 평생교육원 이런 곳에서 하지만 비싼 돈을 주고 들으러 가는 여유 있는 사람들이 몇 명이나 되겠노?엄마는 너희들처럼 좋은 시대에서 못살아 밥만 먹고 살기 바빴지만 한번 생각해 봐라. 베풀 수 있는 것은 좋은 거 아니가 ?꼭 그게 돈이 아니더라도... 그리고 엄마가 너희들 키울 때 뭐라고 카드노? '돈은 도둑놈이 훔쳐 가지만 머릿속에 들어있는 먹물은 아무도 못 가지고 간다'라고 말 했제? 네가 공부하면 머릿속에 먹물이 남을 꺼고 또 그 먹물로 다른 사람한테 나눠주면 그게 보람이지 남한테 무료봉사도 하는데 너는 봉사한다고 생각하고 공부해서 지식을 나눠줘라~ 알겠제?"

엄마와 전화통화를 마치고  한참 동안 생각에 빠져 들었다. 엄마께서 이야기하시는 것이 바로 오리지널스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는  수업의 개강 여부를 떠나서 새로운 자료를 정리하고 공부하면서 5월 한 달을 보냈다.

그래 돈이 전부는 아니다. 내게 30만 원 투자한다고 생각하자. 그리고 준비를 철저히 하자.

아래 사진들이 내가 레오나르도 다빈치 강의 준비 과정들을 찍어 놓은 자료들이다.

 

결론은 11명이라는 인원으로 개강이 되었고 정말 각 잡고 강의시간 30분 오버타임까지 하면서 설명하고 이야기를 전해 드렸다. 수업 들으신 분들도 만족도가 높으셨다.

최후의 만찬 이 있는 식당 구글 이미지 참조

그럼 여기서 다빈치의 작품에 대해서 이야기를 잠시 해 보록 하겠다. < 최후의 만찬>의 원근법에서 단 한 가지 명확한 것은 소실점이다. 소실점은 멀리서 바라볼 때 평행한 두 직선이 한 점에서 만난 것같이 보이는 점으로 소점이라고 한다. 레오나르도는 이것을"모든 선 이 모여드는 하나의 점"이라 했다. 아래 사진에서 보면 예수 머리 위에 한 점으로 수렴되는 것이 보일 것이다.

최후의 만찬  구글 이미지 참조

<최후의 만찬> 길이 15피트, 너비 29피트 이므로 적절한 감상 위치는 300피트에서 600피트 떨어진 곳이다. 하지만 이건 절대 불가능한 일이다. 그래서 다빈치는 벽에서 약 30피트 떨어진 곳을 가상의 이상적인 감상 지점으로 정했다. 게다가 이 이상적인 감상 지점을 지면에서 15피트 높이, 즉 예수의 눈높이로 정했다.

'가속 원근법'은 벽면과 천장이 원래보다 더 빠르게 소실점을 향해 후퇴하는 것을 의미하며, 레오나르도가 연극 제작을 통해 익힌 많은 속임수 중 하나였다. 종합해 봤을 때 <최후의 만찬>은 레오나르도에게 너무 잘 어울리는 과학적 원근법, 연극적 기교, 지성과 판타지의 혼합물이었다. 원근법의 과학에 대한 연구는 그를 너무 융통성 없거나 지나치게 학문적인 화가로 만들지 않았다. 오히려 그는 연극기획자로 일을 하면서 익힌 교묘하고 기발한 속임수로 원근법의 과학을 보완했다. 마치 원근법의 스푸마토 효과를 만들어내듯, 그는 규칙을 이해하자마자  그 규칙을 뒤집고 비트는 데 선수가 되었다. 3) p 367-373

하지만 이렇게 그려진 훌륭한 작품이지만 레오나르도의 느긋한 성격과 작품 스타일과 맞지 않는 재료의 선택으로 최후의 만찬은 극심한 훼손과 안타까운 복원의 과정을 거쳐야만 했다. 다빈치는 호두유 혹은 아마인유로 안료를 녹여 만든 유화물감과 함께, 달걀노른자로 안료를 녹여 만든 템페라도 사용하였다.

레오나르도는 1498년 초 이 그림을 완성했고, 공작은  이 교회 근처의 포도밭을  그에게 선물하였다. 하지만 불과 20년 뒤 , 그림의 물감은 벗겨지기 시작했고 실험적인 기법은 실패로 드러났다.

1652년 그림이 너무 희미해져서 수도원의 수사들이 거리낌 없이  그림의 아랫부분을 헐어 출입구로 만들었다.

최후의 만찬 그림은 예수의 수난의 역사처럼 여러 차례 수난을 당했다.

1726년 한 큐레이터가 유화물감으로 지워진 부분을 채우고 그위에 바니쉬를 입혔다. 프랑스혁명 당시 반교회 세력들이 사도들의 눈을 긁어내고 , 이후 수도원 식당은 감옥으로 사용이 되었다. 20세기 초 추가 손상을 막고 훼손 속도를 늦추기 위해서 두 차례의 오염물을 제거하는 작업이 이루어졌다. 제2차 세계대전 때 식당은 연합군의 포격을 받았지만 , 그림은 모래주머니 덕에 무사했다. 가장 최근의 복원작업은 1978년에 시작하여 21년간 이어졌고 가장 광범위한 규모로 진행이 되었다. 4) P373-376

위에 사진에서 보면 이제 <최후의 만찬> 작품을 보기 위해서 하루 최대 감상 인원을 제한하고 감상 시간도 15분 정도를 넘지 않도록 진행하며 거액을 들여서 공기 청정 시스템을 가동하여서 작품을 보호하고 있다고 한다.


3. 마무리 글

  사고가 창의적이고 문제 해결에 뛰어난 사람들 사이에 미루는 습성은 흔한 것으로 나타난다.

1927년 러시아 심리학자 블루마 자이가르닉(Bluma Zeigarnik)은 사람들이 완성된 작업보다 미완성 작업에 대해 더 잘 기억한다는 사실을 증영하고 이것을 자이 가르닉 효과라고 한다.

나는  이 장을 쓰는  동안 일부러 시간을 끌었다. 이 장을 어떻게 쓸지 계획을 세운 날, 이 장을 완성하지 않고 한 문장을 쓰다가 중간에 이메일에 답장을 보내는 등 다른 일을 하면서  미완성인 채로 내버려 두었다. 5) p175

 나도 위에 작가가 한 말처럼 일부러 마감 시간을 넘기고  미루고 버티면서 미완성에 대한 자이가르닉 효과를 기대해 보았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실패다.사실 마음만 불편했다. 목요일이 서평 제출일인데 나는 만 24시간도 미루기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불편한 마음으로 글을 쓰고 있다. 책을 읽으면 일상에서 접목하고 활용해보는 것이 나의 원칙인데 배포가 작고 씽큐베이션이란 또 다른 맥락이라는 것을 글을 쓰면서 알게 되었다. 씽큐베이션 서평을 미루면 마음만 불편해지고 창의적인 사고가 생겨나지 않는다는 것을 말이다. 이건 순전히 나의 경험이기에 일반화하지 않기로 한다. 누군가는 미루기를 하면서 정말 자이가르닉 효과를 볼 수 있으니 말이다.

 위의 내용들을 정리해보면 젊은 천재에게는 단거리 경주가 좋은 전략이지만, 노련한 거장이 되기 위해서는 참을성 있게 실험에 매진하는 마라톤 주자의 끈기가 필요하다. 둘 다 창의력을 발휘하는 길이다. 그러나 어느 날 갑자기 기발한 생각이 번뜩 떠오르지 않는 우리 같은 사람들에게는 천천히 꾸준하게 실험을 계속하는 것이 독창성을 오래도록 발휘할 수 있는 방법이다. 쏜살같이 앞서간 토끼에게 굴하지 않고, 꿋꿋하게 자기 갈 길을 간 거북이처럼 말이다. 6) p196-197

 나는 20시간 정도 미루기를 하면서 느낀 점은 노련한 거장이 되기 위해서는 꾸준하게 노력하고 자신의 길을 묵묵히 걸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2019년 한 해를 되돌아보면 묵묵히 책을 읽고 서평을 6개월가량 썼고 3년을 한결 같이 아이들과 어른들을 가르치며 지내왔다. 나는 아직도 가야 할 길은 멀지만 묵묵히 걷다 보면 거장의 반열에 언젠가는 오르는 날을 기대해본다. 오리지널스 책은 다각도로 사고하기에 참 좋은 책이다. 읽으면서  오리지널스의 모습은 맥락에 따라 다양하지만 오리지널스가 되기 위해서는 꾸준하게 노력해야 한다는 점은 하나로 귀결된다. 그럼 이번 서평은 여기서 마무리하도록 하겠다. 긴 글 읽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REFERENCE>

1) 네이버 지식백과, 무용이론 사전, 2011. 9. 5., 메디컬코리아 편집부

2) 오리지널스, 애덤 그랜트, 한국경제신문, 2016

3) 레오나르도 다빈치 인간 역사의 가장 위대한 상상력과 창의력, 월터 아이작슨, ARTE,2019

4) 레오나르도 다빈치 인간 역사의 가장 위대한 상상력과 창의력, 월터 아이작슨, ARTE,2019

5) 오리지널스, 애덤 그랜트, 한국경제신문, 2016

6) 오리지널스, 애덤 그랜트, 한국경제신문,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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