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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주영 Feb 09. 2020

폭군

시지프스의 산 꼭대기에  홀로 서서 까뮈의 눈으로 바라본 인간상

샤워를 하고 난 뒤 물방울이 맺힌 거울을 쳐다보고 있다.

최악의 슬럼프를 겪고 있는 나 자신을 직면해 본다.

글을 쓰지 못하겠다.


코린토스 고대 유적지에서  가장 높은 산이 시지프스 신화가 깃든 산이다.

나는 지금 그 산 꼭대기까지 바위 돌을 들고 올라가 쌓고 있다.

그리고 다시 그것이 산 아래로 굴러가면  다시 올리고....

지금도 반복하고 있다는 전설이 어린 산 위에 내가 서있는 것 같다.

나는 시지프스가 된 것 이다.

실존주의 철학자 알베르 까뮈는 에세이 <시지프스 신화>를 통해서 말한다.

폭군이란 책은 내가 허무주의에 빠져서 허우적거릴 때 만난 책이다.


셰익스피어에게 배우는 권력의 원리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폭군>은 다각도의 관점에서 인간을 보여준다.

사춘기 여고생 때 문학소녀의 꿈을 꾸었고 셰익스피어라는 이름만으로도 나의 마음을 사로잡기엔 충분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아련한 추억이 떠오른다. 그리고  25년 전 여고시절 문학수업을 들으며 <햄릿>, <로미오와 줄리엣>, <베니스의 상인>, <멕베스>등의 주인공들이 어렴풋 떠오른다.

역자의 후기의 문구가 가슴에 와 닿는다.

"인생은 그저 걸어가는 그림자

무대 위에서 맡은 시간만큼 거들먹거리고 노심초사하지만

그다음은 아무것도 없다.

그것은 바보가 지껄이는 소리는

소리 높여 시끄럽게 떠들어대지만

아무런 의미도 없는 그런 이야기 "(5막 5장)


우리가 셰익스피어 시극을 읽을 때 가장 먼저 만나게 되는 것은 폭군 혹은 독재자이다. 이것은 저자 스티븐 그린 블릿이 이 을 집필하게 된 배경과도 관련이 있다. 2016년 미국 대선의 결과에 대해서 트럼프의 승리에 의문점이 든 것이다.

사실 미국 대선에 대한 개인적 에피소드가 있다. 미국 유학을 한 남편은 힐러리의 승리를 확신했고 미국 근처도 못 가본 나는 트럼프의 승리를 예측했다. 결국 만원 내기를 걸었고 자신만만했던 남편은 나에게 만원을 던져주었다. 여자의 직감은 여론조사도 뛰어넘을 만큼 강력했다. 남편이 내가 트럼프 당선을 예측했을 때 냉소적인 말투와 표정이 아직도 생생했다. 나는 그때 당시 발달심리학 공부에 빠져 있었고 여론조사와 별개로 인간의 보이지 않는 욕구를 투표를 통해서 확인할 수 있었다.

독재자는 어떻게 탄생하는가? 어떤 성격의 인물 인가 하는 주제를 가지고 저자는 글을 쓰게 되었다.


나는 4장 성격의 문제라는 챕터를 가지고 글을 적어 보겠다.

리처드 3세는 무한 이기주의 , 멋대로 법률 위반하기, 남에게 고통을 가하며 즐거워하기, 남을 제압하려는 충동적 욕망 등으로 표현되는 사람이다, 병적 일정도로 자기중심적이고 지나칠 정도로 오만하다. 그는 자신의 자질을 괴이할 정도로 과대평가하여 자신이 원하는 것은 뭐든지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조금도 의심하지 않는다.

그는 명령 내리는 것을 좋아하고, 부하들이 황급히 명령을 이행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즐거워한다.

그는 남에게서 절대적 충성을 요구하면서 정작 그 자신은 그것을 고마워하지 않는다. 남들의 감정 따위는 그에겐 조금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는 타고난 고상함도 없고 인간적인  감정을 남들과 공유하지 못하고, 예의가 바르지 않다. 책에 나온 리처드 3세의 성격을 묘사한 대목이다.

특히 리처드는 태어날 때부터 입안에서 이가 나있는 악인으로 묘사했다. 어머니 요크 공작부인은 4형제 중 유독 막내를 미워했다.

"너는 이 세상을 나의 지옥으로 만들기 위해 태어났다.

너를 낳은 고통이란 이만저만이 아니다.

너는 유년시절에는 성질이 고약한 고집쟁이였다.

학교 시절은 사납고, 무모하고, 거칠고, 난폭했다.

성년이 되어서는 오만하고, 주제넘고, 위험천만했다.

장년이 되어서는 교만하고, 음흉하고, 영악하고, 보복적이었다."(4막 4장)


리처드는 흔히 말하는 등이 굽어진 꼽추 즉 척추 후만증 환자였다. 비틀어진 내면을 보여주기 위해서 외모를 묘사한 것이다. 나는 여기서 물랑루즈의 화가 툴루즈 로트렉이 연상이 되었다. 외모를 제외하고 세상 부럽지 않은 재력과 권력을 가진 집안의 장손으로 태어나 가족의 냉대와 사회적 편견과 왜곡된 시선에 자유롭지 못한 그는 그림이 유일한 벗이자 동반자였다. 싸구려 술집에서 압생트를 마시고  인간의 본능적인 성욕을 매춘부를 통해서 해소할 수밖에 없는 비운의 화가가 연상이 된다. 물론  리처드 3세와 툴루즈 로트렉을  동일선상에서 두고 보면 외모에서 오는 약점은 극복하긴 어려운 난제인 것 같다.

어머니로부터 사랑받지 못한 아이, 동료로 부터 조롱받는 아이, 자신을 괴물로 보도록 강요받는 아이는 그것을 보상받기 위해서 심리적 방어 기제를 형성하게 된다, 그것이 남을 파괴하는 성격 즉 리처드 3세 또는 자신을 파괴하는 성격 즉 로트렉으로 대변된다.

리처드의 오싹한 기술-그리고 셰익스피어가 보기에 독재자의 가장 특징적인 기술-은 주변에 있는 사람들에게 그들의 자발적 의사와는 상관없이 자신의 뜻을 관찰하려는 능력이다. 그가 받은 고통에 대한 보상 심리가 발동하여 독재자는 강요든 기만술이든 혹은 폭력이든 위협이든 언제 어디서나 모든 사람의 의사를 강제하는 방법을 발견한다. 날 때부터 폭군으로 태어나는 것은 아니다. 폭군이 되는 것에는 원인이 있다. 심리적인 관점에서 성격의 문제라는 점에서 바라볼 때 이해가 갈 것이다. 이것으로 나는 폭군에 대한 서평을 마무리하겠다.

긴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툴르즈 로트렉  구글이미지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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