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꿈, 부모의 자리
아들이 다섯 살이었을 때였다.
“너의 꿈이 뭐야?” 하고 묻자, 아이는 잠깐도 망설이지 않고 말했다.
“만들기 박사.”
그리고는 아주 진지한 얼굴로 덧붙였다.
“근데 조수도 좀 구해줘.”
그 말이 얼마나 선명했는지, 아직도 그 장면이 또렷하다.
장난감과 상상으로 가득 찬 세계에서 아이는 이미 자기 이름이 붙은 직업을 가지고 있었다.
누가 시켜서도, 어른의 기대를 흉내 낸 것도 아닌, 온전히 자기만의 꿈이었다.
그러다 아이가 다시 물었다.
“그럼 아빠 꿈은 뭐야?”
나는 조금도 고민하지 않고 대답했다.
“네가 멋지고 건강하게 자라는 거.”
그러자 아이는 고개를 갸웃하더니 단호하게 말했다.
“그건 내 꿈인데? 왜 남의 꿈을 뺏어.”
그 말에 웃음이 났다가, 문득 마음이 멈췄다.
맞았다.
아들이 멋지고 건강하게 자라는 건, 분명 아들의 삶이고 아들의 꿈이었다.
부모의 바람일 수는 있어도, 부모가 대신 가질 꿈은 아니었다.
우리는 자주 착각한다.
아이를 잘 키우는 것이 내 인생의 목표가 되면,
언젠가 아이의 인생까지 내 목표 속에 묶어버린다는 걸.
“너를 위해서”라는 말은 쉽게, 너무 쉽게
아이의 꿈 위에 부모의 꿈을 덮어버린다.
그날 이후로 나는 생각하게 됐다.
부모의 역할은 아이의 꿈을 대신 살아주는 것이 아니라,
아이의 꿈이 다치지 않게 옆에서 비켜 서주는 일이라는 것을.
아들의 꿈은 만들기 박사다.
실패해도 되고, 바뀌어도 되고, 전혀 다른 길로 가도 된다.
그 모든 선택은 아들의 것이다.
그렇다면 부모의 꿈은 무엇이어야 할까.
아이의 인생을 목표로 삼는 것이 아니라,
아이의 인생과 나란히 걸어갈 나 자신의 삶을 지켜내는 것.
부모로서 책임을 다하되,
부모로서의 꿈과 인간으로서의 꿈을 구분할 줄 아는 것.
아들이 그날 가르쳐준 건
어린아이의 말투를 빌린 아주 정확한 진실이었다.
꿈은 빌려 가질 수 없다.
사랑은 나눌 수 있어도,
인생은 각자의 몫이라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