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 첫날 8분 만에 웨이팅이 마감된 광장시장 <김밥 팝업> 팝업 후기
전국 700곳의 김밥을 먹어본 걸로 유명한 김밥 큐레이터 '정다현'님이 광장 시장에 개최한 김밥 팝업에 다녀왔다. 2주 전에는 흑백요리사 '코리안타코킹'의 <돈 훌리오 x 라까예> 팝업 방문차 광장 시장에 왔었는데 2주 만에 다시 광장 시장에 오니 문득 광장 시장의 전략이 궁금해졌다.
그래서 오늘은 김밥 팝업 소개와 함께 광장 시장의 리프레쉬 전략을 가볍게 다뤄보려 한다.
김밥 팝업은 4년간 전국 700곳의 김밥집에 다녀온 김밥 큐레이터 '정다현' 님과 콜라보한 팝업이다. 전국을 다니며 직접 배워온 김밥 4종류와 팝업을 위해 특별 기획한 김밥 1종류를 팝업에서 만나볼 수 있다.
팝업 기간 : 25.03.27-25.04.06 단, 10일 간
운영 시간 : 10:30-20:00 (조기 소진에 따라 단축 운영될 수 있음)
위치 광장 : 광장 시장 남 1문에서 안쪽으로 50M
나는 29일(토) 오전 10시 30분쯤에 도착했고, 오후 1시에 김밥을 수령할 수 있었다. 이번 팝업은 지난번 방문한 라까예 팝업보다 훨씬 운영을 잘 했기에 좋았던 포인트를 남겨본다.
1) 잘 정리된 대기 동선
지난 타코 팝업과 달리 웨이팅 라인 정리가 잘 되었다. 팝업이 시장 가운데 위치해 있기에 팝업 양 옆으로 웨이팅 라인이 늘어지면 그 시작점을 찾기도 어렵고 줄 관리가 어렵다. 그래서 시장 벽에 위치한 가게의 계단으로 줄을 서게 해서 팝업 양 옆 통행은 막지 않으면서 길 정리를 잘해두었다. 처음 방문하는 사람들이 웨이팅 방법을 헤매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포스기 옆쪽에 안내 포스터도 부착해 두었다.
2) 현장 웨이팅을 최소화한 음식 수령 방식
지난번 방문했던 라까예 팝업은 주문하고 착석하면 음식을 받을 수 있었다. 시장 특성상 자리가 협소하기 때문에 회전율이 좋지 않았다. 그런데 이번 팝업은 김밥이라는 음식 특성 덕분인지 결제만 미리 해두면 지정된 시간에 김밥을 수령할 수 있었다. 구매 시, 등록한 번호로 알림톡이 발송되기 때문에 구매자는 음식 수령 전까지 다른 곳에서 자유롭게 시간을 보내다 올 수 있었다.
3) 친절한 굿즈 존 안내 방식
시장 중앙의 메인 섹션에서는 김밥 구매가 이루어졌고, 바로 옆에 있는 가게 ‘365일장‘ 그로서리 스토어에서는 김밥 굿즈를 팔고 있었다. 그로서리 스토어 내 숍인숍처럼 굿즈존이 있었는데 해당 섹션까지 헤매지 않고 갈 수 있도록 가게 입구 문부터 섹션까지 바닥에 김밥으로 안내선이 만들어져 있었다. 이 친절함에 다시 한번 감동했다.
입구 바닥에 있는 김밥을 따라가면
굿즈 섹션에 닿을 수 있다
굿즈존 간략 소개
4) 진심이 느껴지는 리플릿
김밥 수령 시에는 메뉴 상세 소개가 적힌 리플릿을 주신다. 주문하고 나서 어떤 김밥이 있었는지 까먹었는데 설명을 찬찬히 읽어보면서 맛을 하나하나 느껴볼 수 있어서 좋았던 포인트다. '더 맛있게 먹을 수 있도록 김밥 먹는 순서까지 알려주시다니.. 이 분은 정말 진심이시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5) 전문성을 강조하는 후킹한 소재들
‘전국 700곳의 김밥집 방문‘, ‘생활의 달인 김밥의 달인‘, ‘전라남도 김 홍보대사’등 크리에이터가 지닌 전문성(덕후력)을 강조하는 소재가 곳곳에 있었다. 덕분에 김밥 큐레이터가 누군지 모르는 사람들도 자연스레 발길을 멈췄다.
음식을 먹을 만한 공간이 부족했다는 점
‘365일장’ 그로서리 스토어 앞에 간이 의자가 8-10개 정도 있었으나 매일 N백개 물량을 준비하셨다는 걸 보면 충분한 개수는 아닌 걸로 생각되었다. 사실 이건 팝업 자체의 이슈라기보다는 시장 자체의 이슈로 보인다. 광장 시장이 통인 시장처럼 구매한 음식을 먹을 수 있는 충분한 공간을 마련한다면 좋겠다. 특히 광장 시장이 인기 있는 푸드 브랜드/인물과 팝업 스토어를 지속하고 있기에 이 부분은 꼭 개선되면 좋겠다.
지난 라까예 팝업과 김밥 팝업이 동일한 장소에서 열려서 조금 찾아봤더니 김밥 굿즈를 팔던 그로서리 가게 ‘365일장‘ 대표님이 꾸준히 시장 내 팝업을 추진하고 계셨다. 팝업을 통해 전통 시장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놓고 있는 것이다.
광장 시장은 23년 제주맥주와의 <제주위트 시장 바> 팝업을 시작으로 전통주 브랜드 <맵시>, 오리온 <알맹이 젤리>, 프랜차이즈 음식점 <용용선생> 등 다양한 브랜드와의 팝업을 꾸준히 개최해 왔다고 한다. 23년 1월부터 지금까지 검색량을 확인해 보니 실제 23년 제주맥주 팝업 기간 최대 검색량을 찍은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실제 제주맥주 팝업이 진행된 25일 동안 결제 건수는 1만 건 이상이 넘었고, 용용선생 팝업의 하루 최대 매출을 800만원에 달했다고 한다. 팝업 스토어가 이슈 메이킹 역할뿐만 아니라 수익 견인 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었던 것이다.
365팝업 대표님 인터뷰를 조금 읽어보니, 팝업을 선정할 때는 기존 시장 내 판매되는 음식과는 겹치지 않도록 고려했다고 하시고, 가격도 시장 특성에 맞게 조율했다고 하셨다. 음식 팝업이기에 기존 시장 상인 매출에 타격을 주지 않으면서 방문객을 증대할 수 있는 섬세한 메뉴 선정이 필요할 것 같다고 생각했기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지는 포인트였다.
다른 기사를 찾아보니, 팝업 스토어가 브랜드에게는 새로운 제품의 반응을 조사하는 테스트 베드가 되기도 한다고 했다. 실제로 오리온 <알맹이 시즌 2> 팝업에서는 신제품을 공개하기도 했다. 많은 기업들이 편의점에서 신제품을 테스트하는 건 알고 있었는데 확실히 편의점보다 실시간으로 소비자 반응을 확인할 수 있는 팝업 스토어가 좋은 기회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동시에 이번 김밥 팝업에도 팝업 스토어만을 위해 새로 기획한 김밥이 있다고 했는데(내가 방문한 날에는 세트 메뉴만 구매할 수 있어서 먹어보진 못했다), 이 김밥의 반응이 좋으면 편의점과 콜라보하여 새 메뉴로 출시할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다.
같이 간 기획자 언니랑 김밥을 먹으며 '또 어떤 팝업을 해볼 수 있을까?' 하며 나눴던 이야기도 공유해 본다.
1) 시장에서 파는 음식과 겹치지 않는 카테고리의 음식
2) 회전율이 좋은(쉽고 빠르게 먹을 수 있는) 음식
-> 베이커리 & 커피, 떡집
3) 팬층이 탄탄한 음식
-> 떡볶이
4) 푸드 크리에이터/인플루언서와 협업
-> 성시경 먹을 텐데, 풍자 또간집
요즘은 팬층이 탄탄한 / 전문성 있는 인물과의 협업이 장르불문 대세인 듯하다는 걸 다시금 느낀 팝업이다.
시장을 살리는 큰 프로젝트가 개인에 의해 시작되었다는 것도 자극 되는 지점이었다.
다음에는 광장 시장에서 또 어떤 팝업을 만나볼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