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20대로 돌아간다면 요가에 더해 동적인 스포츠를 즐기고 싶다.
‘공감하는 요기’ - 2022년 내가 원하는 모습 중 하나로 다이어리에 쓴 문구다. 사실 내 현실의 모습은 아직 멀었지만, 20대의 꿈이 은퇴 후 요기로 살아가는 거라 머리 속에 떠오르는 은퇴 후 내 모습은 요가 선생님 이상을 생각하기 힘들다. 뒤돌아 보면 20대 초반의 나는 되풀이되는 대학입시의 실패에 지칠 대로 지쳐있었다. 체력이 방전되어 그나마 요가가 내가 쉽게 할 수 있는 운동이었다. 요가를 통해 몸과 마음의 평안을 얻을 수 있는 것도 좋았다. 지금도 이건 마찬가지이다.
그런데, 20대로 돌아간다면 요가 뿐만 아니라, 윈드서핑이나 암벽등반, 보디빌딩 같은 지금은 생각하지 못할 활동적인 스포츠를 즐겨보고 싶다. 20대에 일부러 몇 개를 해보았지만 시도 이상을 가지 못했다. 지금 관절의 힘을 걱정하는 것처럼, 사고를 걱정하고, 해 보지 못했기 때문에 선뜻하기 어려웠다. 요가만 외칠 것이 아니라 좀더 동적인 스포츠를 해보면 어떨까? 생각만 해도 오싹하고 지칠 것 같으면서도 에너지가 솟구쳐오르는 것이 느껴진다. ‘공감하는 요기’는 너무 좋은 모습인데, 여기에 동적인 스포츠로 활력을 더한 요기가 된 내 모습을 상상하니 싱그럽기만 하다. 하지만 여러가지 건강문제를 생각해 오늘도 에너지를 주체 못하는 아들에게 동적인 스포츠를 시키면서 대리 만족을 한다. 이제 마음을 냈으니 나도 다가오는 날에는 안전한 방법을 찾아 동적인 스포츠를 도전할 날이 오지 않을까 싶다.
2) 60대에 뒤돌아 본다면 하루라도 빨리 퇴직하면 좋았을 것 같다.
‘사람들이 말년에 하는 가장 큰 후회 중 하나는 더 일찍 은퇴하지 않고, 너무 많이, 너무 열심히 일한 것이다.”
브로니웨어의 ‘내가 원하는 삶을 살았더라면” 중
요즘 날마다 퇴직 시점을 여러 케이스로 시뮬레이션 해 본다. 1년후, 3년후, 8년후, 그냥 끝까지.
가장 빠른 내년 9월에 사표를 던지면 어떨까? “유쾌, 상쾌, 통쾌!” 변비약 광고에서 나온 그 문구 그대로다. 나는 날아갈 것 같이 후련하고 좋을 것 같다. 상사에게 모든 것을 맞춰야 하는 현재 조직의 울타리를 벗어나 시간의 자유, 생각의 자유를 만끽하고 싶다. 대학생 시터, 학원, 과외 샘에게 돌아가며 맡기거나 방치되고 있는 아이들의 일과를 내가 직접 꽤 차고 싶다. 만약 일을 해야만 한다면 어디인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의견을 내고, 그 의견이 존중되는 그런 곳으로 하루라도 빨리 옮기고 싶다. 계속 회사를 다니면 너무 불행할 것 같다.
퇴직 후 3개월은, 퇴직 후 1년은 어떨까?
상상을 해보니 퇴직할 때의 마음과 달리 나는 허전하고 또 일을 찾고 있다. 대학 강사로, 연구과제 수주로. 육아로 내 욕구를 100% 채울 수 없어 일을 하기 위해 내가 가진 재주를 모두 동원하고 있다. 내 스케줄은 유연해 원하던 유럽살이도 하고 왔지만 그 이후가 문제였다. 일의 양은 직장 다닐 때와 차이가 나지 않거나 더 하면서 급여는 반도 채 안 된다. 철 없는 아이들은 워킹맘 시절의 경제적 풍요와 엄마의 잔소리가 없는 시간적인 여유를 오히려 그리워한다.
퇴직을 상상하니 첫날은 뛸 듯이 좋지만, 준비되지 않은 내가 보인다. 삶의 아름다운 죽음을 준비하는 것처럼, 은퇴도 아름다운 뒷모습을 스스로에게 동료들에게 보일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할 것 같다. 이 글을 쓰면서 퇴직 후 일과 경제적인 부분을 치밀하게 설계하고 직장을 그만두어야 한다는 것을 다시 한번 다짐한다.
3) 코로나만 끝나면 가족들과 유럽에 가서 살고 싶다.
가족과 유럽에 가 한 국가에 머무르면서 주변 국가들을 여행하며 살고 싶다. 가족과 유럽살이는 20대의 꿈이기도 하다. 20살에 기차를 처음 타보고, 세계사와 세계지리를 단순 암기과목으로만 여겼던 나와는 달리, 우리 아이들은 다양한 경험을 통해 세상에 대한 호기심을 가지고 삶을 주도적으로 선택하며 살게 하고 싶다. 유럽여행을 하면서 나는 디지털 노마드로 일도 하고, 소통도 하고 글도 쓰고 온라인 모임도 하면서 살고 싶다. 과연 가능할까? 코로나가 잠잠해지면 어떤 식으로 건 하고 싶다. 직장을 다녀야 한다면 한달 가까이 휴가를 내고, 운이 좋다면 유럽 국제기구에 파견가서, 더 운이 좋다면 남편의 두번째 안식년이나 파견에 얹혀 따라가는 것이다!
이번에 유럽살이를 가면 오래 전 잠깐 가보았던 스페인에서 살아보면 어떨까? 짧은 여행으로 가본 스페인은 문화도 신비했지만 사람들도 개방적이고 재미있었다. 스페인에 살면서 1-2주씩 시간을 내서 주변 국가 여행을 하면 재미있을 것 같다. 제일 먼저 아이들이 가장 가보고 싶어하는 파리에 가서 에펠타워 꼭대기의 전망대에 올라가 파리 전경을 눈도장을 찍고, 샹들리제 거리에서 못마시는 커피 한잔을 마시는 흉내라도 내면 기분이 날아가지 않을지. 20대에 나중을 기약하며 가지 않은 루브르 박물과 오르세 박물관에 날마다 가서 모네, 고흐 등 유명한 화가들의 작품들을 감상하고 마음에 새겨오고 싶다. 독일 뮌헨에서 맥주축제에서 고소한 맥주를 마시고 선남선녀로 가득한 체코의 프라하로 밤기차로 넘어가 물과 바케트로 끼니를 때우던 배낭여행 시절에는 꿈도 못 꾸었던 비싼 레스트랑에서 자신감있게 음식을 시켜보리라. 또 내가 젊은 시절에는 가보지 않은 다른 동유럽 국가도 아이들과 역사책을 뒤지고 가이드북을 뒤지며 서로 이야기하면서 가보고 싶다. 프라하의 카를교같이 멋진 경치 앞에서 펜화도 그리고(또는 아이들에게 그리도록 하고) 날마다 글과 사진으로 기록해 블로깅도 하고 아이들과 공저로 책도 출간해 보고 싶다. 영어가 나보다 더 자유로운 큰아이 옆구리를 찔러 영어 블로깅도 해보고 싶다. 우리 가족에게 잊지 못할 추억이 될 것 같고, 아이들의 꿈도 높고 넓어질 것 같다.
현실로 돌아와서 생각하면 이 코로나가 언제 끝날지 몰라 여행일정을 기약하지 힘들다. 원하는 것 모든 걸 다 하겠다고 ‘무진장 욕심’을 부리는 것도 우리네 삶의 이치에 맞지 않는다. 하나를 얻으면 하나를 잃는 법 – 20대 때와 달리 이번에는 내 홀몸만 가는 것이 아니니 체력, 경제력, 제반 사정을 모두 고려해야 한다. 해외여행이 끝나면 종종 찾아오는 허망함 – 들뜬 기분이 종국에는 가져오는 그 허망함을 생각하면 긴 여행이 마냥 좋지는 않다. 설사 코로나든 경제적인 이유든 어떤 이유로 당분간 유럽에 못 가더라도 랜선 여행을 할 수 있고 그곳에 사는 사람들과 SNS로 연결될 수 있으니 조바심을 내지 않으려 한다. 실제로 SNS 친구 중 한분은 파리에 한분은 밀라노에서 현지의 생생한 삶에 대한 글을 계속 써준다. 아이들의 인생이니 혹시라도 내가 못 데려가더라도 아이들이 커서 스스로 가면 된다고 위안해본다.
4) 에필로그
‘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라는 박완서의 글 제목처럼, 내가 가지고 있는 것보다 하지 않았던 것, 포기한 것들이 더 아쉽게 느껴지는 건 어쩔 수 없다. 왜 나는 그때, 지금 그 일을 못 했을까? 이번 기회로 과거의 나, 미래의 나, 현재의 내가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이고, 못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지 생각하고, 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다 보니 내가 스스로 그어 놓은 한계선들이 넓어진다. 또 못하더라도 괜찮은 이유를 찾다 보니 마음도 여유로워진다. 인생에 정답은 없는 법 - 아티스트웨이를 통해 내 삶의 진정한 자유를 찾아가고 있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