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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크와콩나무 Jun 24. 2022

80대의 내가 현재의 나에게

80대가 되었을 때를 상상해 쓴 글입니다.

이런 날이 올까 했는데 오늘 80세 생일날이다.

나이가 많으니 여기저기 아픈 곳이 있지만, 새벽마다 하는 요가 명상 리추얼이 현재의 나를 만들었다. 쉰이 넘어 요가를 맞춤형으로 배우고 가르치겠다고 했을 때 젊은 사람들도 많이 하다 그만둔다고 주변에서 말렸다. 하지만 은퇴 후 요기가 되는 것이 20대의 꿈이라, 일단 저질렀다. 지금 나와 같이 새벽 요가를 하는 사람들은 요가 제자들, 영어 자원봉사로 만난 제자들, 나와 같이 프로젝트 하던 동료들 등 다양하다. 내 요가원에서도 만나지만 아침마다 유튜브로 만나는 친구들이 있고 우리 모두 명상 후 생각 나눔을 한다. 나의 요가 친구 중 일부는 나와 같이 글을 쓰기도 한다. 나이 들면 하루하루가 지겹다는데, 이런 커뮤니티가 있으니 지겹지 않다.

나는 다들 늦었다고 생각하던 때에 하고 싶은 일을 하곤 했다. 늦었다고 생각했던 글쓰기는 생각보다 결과가 좋아 책도 냈다. 나이들어 어렵사리 썼던 영어 논문들 덕분에 50대에 국제기구와 프로젝트도 하게 되고 강연도 하게 되었다. 마흔둥이 둘째는 이제 마흔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가치가 늘어나는 포도주같은 인생이다.

나이가 들어보니 경제적으로 안정이 되면 추억으로 먹고사는 것 같다. 시간이 날 때마다 추억이 담긴 사진, 그림, 물건들과 글을 정리해서 책으로 만들고 있다. 그 책은 기분이 심란할 때 보고 또 보고 할 거다. 그리고 언제든 가볍게 떠날 수 있고 최소한으로만 살 수 있도록 주변을 정리하고 불편을 참는 습관을 만들고 있다.

이런 것들은 50대부터 생각하기 시작한 아름다운 죽음과 관련된 것이다. 헤세가 '어쩌면 괜챦은 나이'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탄생과 죽음은 서로 묶여있고 우리 삶은 죽음에 다가가 완성하기 위한 것이다. 누구 못지않게 살던 사람들이 허망하게 세상을 하직하는 모습을 여러 번 보면서 나는 준비된 죽음, 만족스러운 죽음을 맞고 싶었다. 본인이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죽는 것만큼 가슴 아픈 일은 없으니까. 헤세가 말한 것처럼 축제같은 죽음, 아름다운 죽음을 위해 50대부터 나는 여러 가지를 실천해왔다.

- 힘들어도 원한을 갖지 말고 용서하기,

- 항상 주변을 정리하고 미니멀리즘 실천하기,

- 내 몸과 마음을 꾸준히 정돈하기,

- 가족들과 추억 만들기,

- ‘나’로 살면서 현재에 집중하기,

- 그리고 나와 내 가족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미치기 – 달팽이처럼 좁은 내 안만 바라보고 살기에는 내 삶이 너무 아깝기에!

50대의 나에게 성장을 위해 격려하고 싶은 것은 먼저 글쓰기이다. 마음이 여려서인지 조직생활이 적성에 맞지 않아서인지 마음 깊숙히 박혀 가슴을 답답하게 하는 것들이 많았다. 이런 상처들이 글쓰기의 훌륭한 글감이 된다는 것은 즐거운 반전이다. 알고보니 그동안 '글감의 광맥'을 만들고 있었던 것이다. 박완서 직가가 말한 것처럼 벌레의 시간도 증언을 해야 벌레를 벗아 날수 있다. 나의 문제를 쓰고 또 써서 다른 사람들에게 울림을 주는 글을 쓰라고 격려하고 싶다. 나아가 그동안 집중했던 개인적인 성취 그 이상의 것으로 박완서 작가처럼 역사, 사회문제에 대해서 관심을 갖고 사회의 부조리를 해결하는데 기여하는 것을 격려해주고 싶다. 이를 통해서 다른이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주고 세상을 보다 나은 곳으로 바꾸는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리서치를 계속하고 강연을 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국제기구를 생각하는 것도 이런 소망과 관련이 있다.

그리고 기왕 사는 인생, 헤세의 표현처럼 '나를 에워싸고 있는 금지선을 넘어 새의 날개짓으로 멀리 날아가라' 격려하고 싶다.

나의 아름다운 죽음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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