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재크와콩나무 Jun 20. 2022

내인생의 세 은인

내가 존경하는 분 세 사람을 꼽으라면 먼저 글쓰기의 묘미를 알게 해 준 박완서 작가, 신념에 따라 사는 삶을 몸소 보여주신 K 교수님 그리고 굴곡진 회사생활에서 어린 나에게 기회를 주시고 진심에 대해 주시는 멘토 A 이사님을 꼽을 수 있다. 이 세분은 내 삶의 각각 다른 여정에서 만나 인연을 맺었고 직업과 특성은 모두 다르지만, 삶의 시선이 자신에서 시작하여 남으로 향하여 그들의 글과 삶이 다른 이들에게 도움을 주고 있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갖는다.


‘소박하고 진실하고 단순해서 아름다운 것들을 사랑한 작가’- 나는 박완서 작가의 수필집 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 서문에서 그녀를 묘사하는 이 문장의 ‘진실’이라는 키워드에 바로 사로잡혔다. 그간 표현하지 못했지만 나도 진실함을 지향하고 있어 서리라. 이후 6, 25 전쟁의 상흔을 극복하며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써 내려 간 그녀의 작품들을 읽으면서 많은 위로를 받고 나 자신도 되돌아볼 수 있었다. 6, 25는 아니지만, 직장에서 날마다 총성 없는 전쟁을 치르며 송곳 같은 사람이 되어가고 있었다. 박완서 작가의 ‘나목’을 읽으면서 박수근 화백이 화가라는 자신의 정체성을 의연하게 간직하며 불행감에서 자신을 지키는 것을 보고 박완서 작가가 자신을 지켜가 듯 나도 고유의 정체성을 간직하며 힘든 직장생활을 주도해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목을 읽으면서 이런 영감을 얻은 후 박완서 작가가 그랬던 것처럼 ‘내 불행에만 몰입했던 눈을 들어 남이 불행을 바라볼 수 있게’ 되어 당장 내 문제에만 몰입하던 내가 조직 전체의 문제에도 관심을 갖게 되었다.

박완서 작가는 전쟁을 통해 가족을 잃고 생각하기도 싫은 기억들이 많았을 텐데 그런 기억을 기록하고 소설로 승화하여 시대를 초월하여 독자들에게 울림을 줄 수 있는 글을 썼다는 것이 존경스럽다. 이런 마음은 내가 힘든 직장생활의 경험을 계속 기록하고 언젠가는 오피스에서의 삶을 주제로 한 글을 쓰고자 하는 꿈을 지속하게 하는 원동력이 된다. 또한 ‘삶에서 정해진 이벤트는 죽음’ 뿐이라는 생각도 비슷해 아름다운 죽음에 대해서도 계속 생각하게 되고 후회하지 않을 선택이 무엇일지 생각하게 되는 것도 박완서 작가에게 받은 좋은 영향 중 하나이다. 박완서 작가 작품을 읽으면서 독서와는 담을 쌓았던 나도 필사라는 것을 즐기게 되었고 마음이 허해질 때마다 필사 노트를 읽고 생각을 다시 메모하고 나를 돌아보면서 인간으로서 성장하고 있는 것이 느껴진다.


두 번째로 떠오르는 분은 대학원 때 만나 뵀던 K 교수님이다. K 교수님은 재미교포 변호사 출신으로 대학원의 관행을 바꾸는 일을 많이 하고 있는 진정한 체인지메이커이다. 더 편하게 강의하실 수 있을 텐데 한국학생에게 맞춘 미국식 강의를 하시면서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도록 유도하시고 시험도 24시간 보곤 했다. 나는 참여하지 못했지만, 교수님이 주도해서 학생들을 팀으로 만들어 국제 대회에도 여러 번 나가도록 해 글로벌한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유도하셨다.

내가 학위논문 주제인 기업지배구조에 대해서도 관심을 두게 된 것도, 영어 논문을 어렵게 쓰게 된 것도 교수님 수업과 미국 로리뷰에 게재된 논문을 통해 꿈을 갖게 얻으면서 이고 영어 논문을 미국 로리뷰에 과감히 내게 된 것도 교수님의 조언 덕분이었다. 교수님은 처음 뵈었을 때 이미 유명하셨지만, 이제는 해당 분야의 대가가 되어 계셔 신문지 상에서 SNS에서 활약하는 소식을 종종 듣을 수 있어 존경하는 마음이 다시금 올라온다. 마음 속에서 내가 꿈꾸는 리서치/강의와 국제기구를 생각할 때면 두 가지를 다 하신 교수님이 떠오른다. 본인의 신념을 실천하여 선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학생들을 이끌어 궁극적으로 점진적인 변화를 끌어낸 교수님이 나에게도 많은 영향을 주었다. 직접적으로 나에게 멘토링을 거의 하지 않지만 K교수님은 내 커리어의 롤모델이며 지향점이다.


마지막으로 내게 고마운 사람을 꼽자면 커리어의 은인인 A 이사님을 빼놓을 수 없다. A 이사님은 내가 부서의 행정 일을 도맡아 하던 쥬니어 시기에 부장님이었다. 어린 여자 직원에게 주로 주어지던 행정일 위주로만 하게 되니 답답한 마음에 커리어가 정체되어 있어서 힘들다는 말씀을 드렸었다. 이사님은 좌충우돌하던 나를 보고 연수를 지원해보라고 강권하셨는데 여러가지 역학관계가 엮이고 A 이사님이 도와주신 덕에 운 좋게도 미국 연수를 가게 되었다. 좋은 학교에 어드미션을 받은 것도, 연수를 가서 죽자 사자 공부한 것도 모두 A 이사님이 목표를 분명히 제시해 주셨기 때문이었다.

그 이후 회사생활이 굽이 굽이 요동치면서 최근에 미국에서 공부를 더 해볼까 생각했을 때 가장 먼저 상의를 해야겠다고 생각한 분도 A 이사님이었고, 귀국을 강하게 권유하시고 이후 회사 적응이 쉽지 않자 주변에 내 특성을 좋은 방향으로 이야기를 해주신 분도 A 이사님이었다. A 이사님은 회사에서도 후배들의 가능성을 인정해서 이끌어주시는데 남달랐고, 한번 믿으면 전폭적인 지지를 보여주시면서 키워주셨다. 또 이사님은 주변 사람들을 대할 때 그 사람의 지위 고저를 떠나 항상 마음을 다해 성심 성의껏 대하곤 하셨다. 나도 이사님의 진실된 태도와 깨어있는 리더십을 배우고 싶다.


위 세분은 세상을 변화시키고 진실된 태도로 다른 사람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미쳐 세상을 변화시킨 분들이다. 세 분들으로부터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좋은 영향력을 받아 나도 이제는 다른 사람들의 도움만 받을 것이 아니라 도움을 주고 사회가 좀 더 나은 방향으로 변하는데 기여해야겠다는 생각이 저절로 든다. 이 세상을 떠날 때 나도 위 세분처럼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주었던 진실되고 아름다운 사람으로 기억되었으면 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