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로 키우는 사고력 VTS
나는 조금 재미있는 백그라운드를 가지고 있다. 박물관학과를 전공한 후 뮤지엄에서 일하다 국제학교에서 일을 하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뮤지엄과 학교 교육 사이의 연결성에 관심이 많이 있다. 배우는 것을 좋아하고 교사로서 잘 가르치는 법 또한 매우 관심이 많은데 여러 논문과 책을 읽다가 VTS에 대해서 알게 되었다. 이 책을 읽을 수록 VTS 기법에 관심이 많이 가고 나도 학교 수업 현장에서 실천해야지 싶었다. 그러면서 Harvard Think Zero에 있는 Visual Thinking 방법 중 하나인 see-think-wonder과 비슷한 맥락이 있다는 는 생각이 들었다.
VTS는 (BTS 아님...) 이미지를 관찰하고 추론을 통해 이야기 나누는 과정이다. VTS를 개발한 필립 예나윈은 1983년부터 뉴욕 현대 미술관과 시카고 현대미술관의 교육 디렉터로 활동해온 뮤지엄 교육 프로그램의 선구자다. 이 과정에서 루돌프 아른하임의 시지각과 레프 비고츠키의 사회적 구성주의, 학생들의 토의에서 관찰할 수 있는 근접발달영역(ZPD)과 에비게일 하우젠이 뮤지엄 관람객을 대상으로 진행한 인지심리학적 연구이론을 토대로 한다.
VTS는 1991년 뉴욕 현대미술관(MoMA, Museum of Modern Art) 이사진의 문제의식에서 시작되었다. 모마의 이사진은 교육 프로그램의 실효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는데, 관람객이 뮤지엄이 제공하는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으로부터 실제로 배우는 것이 있는지 확인하고자 했다.
실제로 우리는 뮤지엄 교육 프로그램에 참가하고나서도 뭐 배웠지? 하는 순간이 있기 마련이다. 특히 현대미술관에서는 작가를 초청하여 작품의 대한 이야기를 하는 갤러리 토크(Gallery Talk) 프로그램이 있다. 나도 가끔씩 내가 잘 모르는 작가나 좀 관심없다는 분야에 대한 강의나 프로그램에 참가하면 쉽게 지루해질 때가 있다. 미술에 대한 지식이 많지 않은 초 보관람객들은 어떤 작품을 관람했는지조차 제대로 말하지 못했고, 작품에 관해 나눈 대화를 정확하게 이야기하는 사람이 적었다고 한다.
에비게일 하우젠은 하버드 대학원에서 수년간 사람들의 사고가 발달하는 과정을 연구했는데, 관람객의 사고를 이해하기 위해 15년간 수백 명의 관람객을 인터뷰하고 관찰하여 미적 발달 단계(Aesthetic Development)의 모델을 만들었다. 또한 초보 관람객들은 '작품 바라보기 eyes on canvas'를 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발견했고, 관람객의 발달 단계에 맞추어 "관람객의 질문"이 이루어져야함을 강조했다.
이러한 사고 활동은 단순히 미술작품을 감상하는 데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발견했고, 파악할 수 있는 정보와 미스테리한 요소를 조합해 미술작품의 의미를 찾는 일은 곧 문제를 해결하는 행위와도 같다. 즉, 우리는 미술작품을 감상하는 법을 배우는 동시에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익힐 수 있는 것이다. (이미지로 키우는 사고력 VTS, p.30)
VTS의 기본적인 방식은, 교사가 이미지를 신중하게 선택하여 학생이 중심이 되어 이를 탐구(inquiry) 하게 된다. 교사는 원활한 토의가 이루어지기 위한 촉진자(facililator)이며 학생 주도의 토의가 될 수 있도록 진행자의 역할을 한다. 그러면서 던져 볼 수 있는 질문은 다음과 같다.
* 미술작품 주의 깊게 바라보기
* 관찰한 것에 대해 이야기하기
* 뚜렷한 근거를 들어 자신의 생각 뒷받침하기
* 다른 사람의 관점을 듣고 이에 대해 생각하기
* 되도록 다양한 해석을 받아들이고 토의하기
나도 학교 현장에서 미술수업을 하며 VTS의 중요성을 참 많이 느끼고 있다. 미술 교과목을 가르치며 개인적으로 미술작품을 제작하는 것보다 미술 감상교육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많이 느끼고 있다. 미술감상을 하며 생각하는 훈련을 하고, '미(아름답다)'에 대한 의견을 제시해보고, 그 의견에 대한 근거를 제시하는 것이 아이들이 가져가야할 사고의 훈련이라고 생각한다.
미술제작활동도 물론 중요하지만, 자신의 의견을 논리적으로 제시할 수 있는 능력이야 말로 아이들이 꼭 가져야할 필요한 스킬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