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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준철 Aug 12. 2024

리테일 트렌드와 공간기획_240813

공간과 예술작품이 서로의 맥락을 이해할 때, 도시는 더욱 풍요로워진다

2년전 업무로 LA로 출장을 간 적이 있습니다. 

여러 공간들이 기억에 남지만, 그 중에서도

LA카운티 미술관(LACMA)에서 봤던 작품이

유달리 잊혀지지가 않습니다. 마이클 하이저라는

대지예술가가 2012년에 남긴 '공중에 뜬 덩어리'

(Levitated Mass)라는 작품이었습니다. 

무려 340톤이나 되는 바위를 공중에 띄웠다는

컨셉이지만, 사실은 띄운 것이 아니라 바위 밑을

지나가며 그런 느낌을 주도록 공간을 연출했죠.

미술관은 이 작품을 위해 상당히 넓은 공간을 

할애했습니다. 바위가 '떠 있는' 느낌을 주기 

위해 서서히 경사로로 바위밑을 지나는 구조로

공간을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현장에서도 바위 밑으로 지나는 길을 

찾으려 한참을 돌았던 기억이 나네요 :) 


2022년 LACMA에서 경험했던 'Levitated Mass' 작품과 공간


작품을 위해 마치 사막과도 같은 분위기로

넓게 할애된 부지와 바위 밑을 향해 초현실적인

듯한 느낌을 받으며 걷게되는 경사로는

공간 자체가 작품으로 느껴질 만큼 경이로웠습니다.

예술과 공간은 이제 별개로 놓고 생각할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라 할 수 있습니다.

같은 출장길에 디아 비컨에서 마주했던 리처드 세라의

작품도 마치 원래 그를 위해 존재했던 것 같은 

전시 공간이 아니었다면 그런 감동이 없었을 듯 합니다.

올해 10월부터 뉴욕 하이라인에서 만날 수 있다는

이반 아르고테의 거대한 비둘기상, ‘공룡’ 역시도

마치 도시 공간이 비둘기 상을 위해 존재하는 것 처럼

자연스레 공간과 예술이 합일되어 있습니다.

우리는 아직도 건축비의 일정비율을 미술장식품에 

투입하는 규제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위의 사례가

주로 미술관이고, 우리 풍토와 다른 측면 들이

있다고는 하지만 도시와 건축공간의 맥락에 부합하는

작품의 사례는 손에 꼽을 정도로 드문 것이 현실이죠.

매년 9월이면 글로벌 단위 미술행사가 열릴 정도로 

이제 우리나라에서도 예술관련 문화는 낯설지 않습니다.

키아프와 프리즈 서울 같은 대표적인 행사에서는 

수십억을 호가하는 미술작품도 대거 거래가 됩니다.

하지만 이를 담고 즐기는 도시와 건축 공간은 과연

얼마나 그 맥락을 이해하고 있는지, 거꾸로 공간을 위해

마련되는 예술작품들은 공간의 흐름을 어떻게 이해

하고 있는 것인지. 한 번 더 생각해볼 일입니다. 

서로의 맥락을 이해하는 예술작품과 공간, 

눈길과 발길을 모으고 풍요로운 이야기가 숨쉬는 

공간의 경험이 오늘따라 더 부럽고 아쉽습니다.



1_2026년으로 오픈이 미뤄진 페터 춤토르의 데이비드 게펜 갤러리


2_미술의 달 9월, 전국에서 펼쳐지는 비엔날레


3_2025년 오사카 엑스포에서 꼭 봐야할 파빌리온 5곳 


4_뉴욕 하이라인 위에 선보 거대한 비둘기 '공룡' 


5_오늘보다 내일이 더 기대되는 공간, 배터시 파워 스테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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