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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준철 Aug 20. 2024

ESG트렌드와 공간기획_240820

삶을 바꾸는 작은 변화와 '안하느니만 못한' 사업들

6년 전인 2018년 여름, 개관 때부터 눈여겨 봐둔

돈의문 박물관 마을을 아내와 함께 방문했습니다.

당시 아이들을 위한 그림책 전시도 참 재밌게 봤고

아기자기한 한옥 구조를 활용한 작은 책 전시관

에서도 꽤 오래 시간을 보냈던 기억이 나네요.

그 때도 더운 여름날에 방문을 했는데, 주차공간이

따로 없어 인근에서 땀을 흘리며 걸어와야 했던

기억, 그리고 관심가는 몇개를 제외하면 사람들을

모으기에는 부족해보였던 컨텐츠 들이 기억납니다.

졸업작품 무대로 삼았을 만큼 좋아하는 공간인

정동길과도 맞닿아 있고, 도시 공간의 기억을 

보존하면서도 함께할 수 있는 컨텐츠를 담는다는

취지에 공감했던 만큼 결과물에 많은 아쉬움이

있었던 프로젝트 였습니다. 


서울시에서 돈의문 박물관 마을을 철거하고 

역사문화공원으로 바꾼다는 복안을 발표했습니다.

당연히 마을에 입주하고 매장을 운영하던 이들은

반발하고 있고, 철거에 아쉬워하는 분들도 계십니다.

저 역시도 아내와 데이트를 즐겼던 공간이 

추억 속으로 사라지는 것이 아쉽기도 합니다. 

하지만 사실, 사라지는 것에 대한 아쉬움 보다도

'새롭게 무엇이 들어설 것인가'에 대한 의구심이 

더 큰 것이 사실입니다.  

방문시 기억에 남는 전시 중 하나가 마을 공간을

조성했을 때 진행했던 공간에 대한 연구와 계획,

그리고 많은 이들의 노력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지금 활성화가 아쉽다면 그 원인은 무엇인지,

컨텐츠를 민간과 협업해 활성화 시킬 방법은

없었는지를 고민하기보다 '시원찮으니 또 엎는다'

식의 해결은 결국 또 동일한 결과를 낳기 마련입니다.


방콕 시내 중심지를 여행했을 때 중심지 사거리의

쇼핑센터를 잇는 스카이워크를 몇번이고 걸었던

기억이 납니다. 날씨도 워낙 습하고 더웠지만

그 넓은 육교 위가 무미건조해 볼거리, 즐길거리로

가득찬 사거리의 활력을 떨어뜨리고 있었습니다.

이번 '홉파크' 프로젝트는 시민들이 일상에서 

활용하는 육교 위 공간을 '최소한의 변형'을 통해 

주간에는 녹지를 통한 환경개선과 휴식공간으로,

야간에는 프로젝션 매핑으로 활기를 더했습니다.

본연의 기능은 살리면서도 시민들의 일상을 

어떻게 하면 긍정적으로 바꿀 수 있을까를 고민한

결과물이죠. 흉물이라 해서 허물고 뜯기보다 

물리적 변화는 작지만 실험적 컨텐츠를 시도하는

이들의 계획에 시사점이 있다고 느껴집니다.

조성할 때 들였던 세심한 연구와 면밀한 계획만큼

그 변화와 철거에 있어서도 공을 들이길 바랍니다.


공간의 작은 변화가 삶의 물줄기를 바꿀 수도 있지만

안하는 것보다도 못한 사업이 삶을 망치는 경우를

우리는 너무나도 많이 목격했기 때문입니다.



1_도시의 일상을 바꾸는 공공녹지, 방콕 홉파크


2_철거되는 돈의문 박물관 마을, 경희궁 일대 역사문화공원으로 조성된다 


3_뉴요커들이 찾는 최고의 힐링 여행지, 그레이스 팜 


4_물먹는 하마가 된 AI 데이터 센터, 물부족 사태 주범이 될 수도 있다 


5_보존을 위해 몰입형 가상공간으로 재현된 뉴욕 성 니콜라스 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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