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쳐쓰고 덧대는 것들이 때로는 더 아름답기에
얼마전 도쿄를 방문했을 때 경험했던 놀라운 일들
중 하나는 바로 케이팝 아이돌의 어마어마한 인기를
체감하는 것이었습니다. 시부야 미야시타 파크 앞
광장이 인파로 가득하기에 도대체 무슨 일일까
싶었는데, 바로 한국의 아이돌 '스트레이 키즈' 팝업
행사 때문이었습니다. 아이돌이 직접 방문하는 것이
아닌데도 말이죠. 도쿄의 주요 지역을 돌아다니는
동안 스트레이 키즈의 대형 사진이 있는 곳에는
어김없이 사람들이 기다려가며 그 앞에서 셀카를
찍고 있었습니다. 정말 대단한 인기였죠.
새로운 것이라면 스펀지처럼 흡수해 문화상품을
만들어내는 한국 문화의 저력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반대로 일본문화와 트렌드에 대해서는 저를 비롯해
많은 사람들이 이제 속도를 따라잡기 힘들고,
아날로그를 못 벗어났다는 편견이 있는 듯 합니다.
물론 이번 여행에서도 그런 면을 느끼지 못했던 것은
아니었지만, 오히려 저는 일본이 모르는 사이에
많은 변화를 일궈내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2021년 도쿄 올림픽의 영향도 물론 있었겠지만,
도시 전체적으로 디지털화가 진행된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절반 이상은 현금결제를 해야했던
2018년과는 많이 달라진 모습이었죠. 공간 역시도
도쿄 일대 트렌드를 선도하는 새로운 공간들이 속속
들어서며 많은 이들의 발길을 모으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속도보다 제가 더
주목했던 것은 그들이 아날로그라고 무시받던 문화와
공간들을 어떻게 다루는 지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2018년에 방문했던 주요 공간들 역시도 그 공간이
위치한 장소의 유산을 다양한 방식으로 존중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히비야 미드타운이 곳곳에
고지라 상과 옛 건물의 모티브를 표현하며 장소성을
존중하는 모습, 도쿄의 전통인 '키리코(유리공예)'를
모티브로 디자인한 도큐 플라자 등이 그러했죠.
도쿄역 마루노우치 일대 건물들은 규제도 한 몫을
했지만, 옛 건물을 다루는 섬세함을 보면 단순히 법을
지키기 위해서 였다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하나의
공예품을 보는 느낌이었습니다.
디지털화와 옛것에 대한 존중이 한 카테고리에서
활발하게 공존하는 일본 사회의 저력을 느낀 것이
저 뿐일까요. 귀국 후 일상으로 복귀하며 많은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도대체 무엇이 차이를 만드는 걸까'.
새로운 것이 용광로처럼 끓어오르는 우리나라지만,
세월이 축적되면서 잘 가꿔진 토양 없이 매번
새로운 풀이 꽃피고 지기만 것이 우리사회가 아닐까?
올해를 점령한 키워드가 AI였다고 하면, 내년에는
다시 아날로그와 AI가 공존하는 트렌드가 예상된다고
합니다. 불과 한 해만에 다시 사람들은 다시 옛 것을
찾습니다. 핫플레이스라고 불리우는 공간들은 금방
식상하게 되고, 몰렸던 사람들은 또 다시 릴스에
올릴만한 공간들을 찾아 나서겠죠. 며칠전 몇 시간을
대기해야 먹을 수 있다던 런던베이글을 아주 편하고
여유있게 맛볼 수 있었습니다. 세상에 없던 것에 대한
집착은 조급함을 만듭니다. 공간 역시도 장소성을
만들어낸 주변 맥락에 대한 존중을 바탕에 두고
새로운 것이 입혀질 때, 보다 오래 지속가능할 수
있겠죠. 익숙하지만 고쳐가면서 조금씩 새로운 것들.
다가오는 2025년에는 우리 근처에도 그런 공간들이
더 많이 생겨나기를 기대해 봅니다 :)
*메인 이미지 출처 : Dezeen.com
1_'덜어내며' 문화유산을 존중한 건물, 올해 영국 최고 건축 10선 등극
2_생태계를 만들어야 지속가능하다, 복합예술공간 틸라 이야기
3_세월에 대한 존경과 공감, '와비사비'로 바라본 일본 빈티지의 힘
4_2025년 디자인 트렌드, 아날로그와 AI의 공존
5_2025년 문을 여는 중동의 새로운 랜드마크, 구겐하임 아부다비
#영국TheScoop #상수동틸라 #빈브라더스커피하우스서울 #삶것양수인건축가 #와비사비스타일 #일본빈티지문화 #시니세노포 #2025디자인트렌드 #구겐하임아부다비프랭크게리 #공간기획 #노준철 #리테일트렌드 #리테일공간 #트렌드 #브랜딩 #마케팅 #뉴스클리핑 #공간기획강의 #건축강의 #트렌드강의 #리테일강연 #리테일기획 #온라인강의 #상업공간 #핫플레이스 #건국대학교부동산대학원 #신세계프라퍼티 #스타필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