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에서 쓰는 일기
굳이 단순하게 살지 않으려고 해 왔다.
지금은 굳이 단순하게 살려고 한다.
좋아하는 걸 하고, 골치 아프면 신경 끄고.
하지 않고 미루는 일에 대해서 생각하지 말고
그냥 현재와 지금에 충실하면 결국 미루는 일도 미루는 게 아니라
그냥 그때 가서 하는 일이 된다.
예전에 일할 때는 퇴근을 하고 나서도 계속 일에 대해 생각했다.
어떻게 하면 더 잘할 수 있을까 싶어 그랬던 것 같은데
아예 그 일을 잊고 스트레스를 풀다가 나중에 그 일에 집중하는 게
나에게 맞는 방법이라는 것을 터득하기까지.... 오래 걸렸다.
그게 나를 위하는 길이었던 것이다.
결국 될 일은 되고, 나는 그것을 컨트롤할 수 없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노력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다만, 집중해야 할 때 집중하는 것이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뛴다. 햇빛을 쬔다. 좋아하는 사람을 만난다.
혼자 달리는 것에 익숙해져서 다행이다.
사람들과 운동하는 것을 좋아하기에, 사람들이 없으면 혼자 운동도 못했는데.
나이 들어서 얻은 소중한 기술이다. 혼자 운동하기.
그리고, 나를 괴롭히는 일은 하지 않기로 했다.
무슨 요즘 유행하는 책 제목 같군 ㅎ
나를 괴롭히는 방법은 다양하다. 해결책도 간단하다.
할 일을 하지 않고 미루면서 자신을 미워하기. -> 그냥 안 하고 안 미워한다.
밤에 잠에서 깨 과거에 부끄러웠던 일들을 재생하며 이불 킥하기 -> 그냥 다시 잔다.
복잡한 머릿속을 쉬지 않고 굴리며 피곤해하기 -> 그냥 산다.
예전에는 별생각 없이 사는 것을 스스로 너무 싫어했는데,
이제까지 이렇게 복잡스럽게 살아왔으면 된 것 같다.
책을 읽고 다른 사람들과의 대화 속에서 나 자신을 반성하고, 미안한 건 사과하고
다음엔 안 그래야지…하면 된다.
고통에 얽매여 있지 않은 자유로운 삶을 앞으로 산 만큼 한 40년 살고 편하게 눈 감고 싶다. 물론 쉽지는 않겠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