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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콜렛 이터 Nov 10. 2021

기본 스텝을 위한 기초중의 기초는

우울 극복을 위한 운동일기 - 복싱

줄넘기다!


중학교 때 수행평가로, 그리고 성인이 되고 난 후엔 20대 초반, 다이어트 목적으로 밤에 나가서 줄넘기 천 개씩 하곤 했었다. 그 후로는 다이어트에의 목적이 사라지자 딱히 줄넘기를 하고싶은 갈증이나 생각은 전혀 없었다.


그런 줄넘기를 복싱을 배우러 가서 다시 하게 되었다.

충격이었다. 성인이 된 후로 했던 줄넘기는 그저 갯수채우기에만 몰두해 자세는 엉망이었고 그냥 엉망도 아닌, 배를 한껏 내밀고 점점 앞으로 가게 되는 웃음을 유발하는 요상한 자세였기 때문이었다.


애초에 복싱을 시작할 때, 발목이 안좋다는 이유로 처음 몇 달 간은 줄넘기대신 트레드밀을 했는데,

두어달 개인적으로 시간을 내어 달리기를 했더니 발목이 좋아졌고 관장님의 권유로 드디어 줄넘기를 잡기 시작했다.


달리기에서 기초체력도 다졌겠다, 자세도 잡았겠다. 줄넘기에서도 신경만 조금 쓴다면 꽤 괜찮은 자세로 할 수 있을 것이다.


복싱장에 처음 들어와서는 각자 스트레칭을 충분히 하고 웜업운동을 10분-20분해주는데, 이제 달리기가 아닌 줄넘기를 10~20분정도는 해야한다는 것이다.


새로 뜯은 줄넘기는 줄이 구불구불했다.

복싱선수들이 많이 사용하는 줄넘기로, 손잡이는 가늘고 가벼웠다.

통통하고 무게감이 있는 학생용 줄넘기를 사용했던 것고는 다른 모양새에 이상한 긴장감이 돌았다.


줄넘기 줄을 발에 걸어 연신 펴냈다. 줄은 내 가슴팍까지 닿았지만 힘을 빼면 다시 구불거렸다.

조금 긴 듯 했지만, 주변에서 이미 줄넘기를 시작했기에 나도 줄을 뒤로 넘겨 힘차게 돌려냈다.



줄넘기는 의외로 수월했다. 몇 년 만에 하는 줄넘기이지만 몸이 기억했다.

계속 발을 구르고 팔을 돌렸다.


거울 속 내가 줄넘기를 넘는다. 혹시나 배를 내밀고 있진 않은지, 앞으로 나가진 않는지 신경을 써서 뛰었다.


그러자니, 내 팔은 점점 바깥쪽으로 향하고 땅에 착지하는 발은 무겁게 떨어졌다.


쿵쿵거리며 온 체중을 사용해 줄넘기를 하니 금방 탈장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온 장기들을 들어 골반에 내리치는 느낌이었다.


끔찍한 생각을 하는 순간, '탁' 하고 줄이 걸렸다.

발 어딘가에 걸린 것 같은데 맞는 건 오른팔이었다.


역시 딴생각을 하면 탈선하는구나 싶었다.


다시 줄을 뒤로 넘겨 팔로 돌리기 시작했다.

머릿속엔 긴 길이의 줄, 구불구불한 줄모양이 맴돌았다.  

그러다 다시 '탁'하고 줄이 걸렸다.


또 다시 오른팔에 빨간 줄을 남기고 바닥으로 떨어졌다.

10분이라도 채우기 위해 다시 뛴다.

오른팔에는 구불구불하지도 길지도 않은 줄자국이 여럿 남았다.


줄넘기 첫날 치고는 꽤 잘하지 않았나 싶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팔의 엉뚱한 근육을 사용해서 줄을 돌리고 온 힘을 다해 장애물을 피하듯 뛰는 자세로 온 체력을 다 썼음을 알게 됐다.


이후 여러번의 엉성한 자세의 줄넘기를, 그리고 지금은 제법 안정적인 자세의 줄넘기를 한다.


아직 속도면에서는 확신이 없다. 그저 복싱의 '원투쓰리포 원투쓰리포'의 리듬에 맞게 발을 구를 뿐이다.


계속 하다보면 익숙해지고 또 확신도 생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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