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뭘그렇게 열심히 써요?"
"메모하는 데 얼마나 걸리나요?"
아날로그 메모를 하다보니
메모가 나에게 가져다 준 수많은 변화들이 있지만 그중에서 하나 꼽는다면 바로 '시각화'이다. 사람들이 꿈을 시각화하라고 하는데 뭔가 막연하다. 막연하게 상상하는 것 만으로는 부족하다. 내가 읽은 것들을 시각화하고, 내가 하고싶은 것들을 무작정 도식화하여 끄적이다보면 어느새 기분이 좋아진다. 왠지모를 쾌감이 있는 것 같다. 그래서인지 이 행위는 나에게 멈춰있는 시간으로 느껴진다. 아주 열심히 애쓰면서 메모하는게 아니라 그냥 머릿속에 정리되는대로, 손끝이 움직이는대로, 의식의 흐름대로 쓰는거다. 신기하게도 종종 갑자기 튀어나오는 나의 아이디어는 글씨만으로 표현이 안된다. 이미지가 떠오르면 그 이미지를 생각나는대로 단어와 단어를 연결시켜 그려본다. 책을 읽다가 한 문장에 꽂혀서 떠오른 아이디어는 책 내용에 관련된 메모와 나의 비지니스에, 삶에 적용할 점이 어우러진 메모가 된다. 그래서 나의 노트들을 다시 쭉 살펴보면 그때당시의 나만의 흔적과 고민들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혼자, 나만의 시간
무언가를 쓰고, 계획하고, 곰곰히 생각하고, 미래를 창조해나가는 그 찬란한 시간들은 나에게 영감을 불어넣어 주기도 하고, 아주 고요하게 잠재에너지를 끌어올려주는 시간이기도 하다. 삶에서 수많은 일들이 겹겹이 일어나고 있지만 그 혼돈속의 질서를 잡아 준 행위가 바로 이 아날로그 메모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나의 뒤죽박죽 복잡한 머릿속을 토해내고, 다시 퍼즐맞추듯이 정리해주는 느낌이 든다. 커피한잔과 함께 경건하게 나의 삶을 되돌아본다. 회상과 창조의 그 경계선 사이에서 나는 또다른 무언가를 새롭게 실행한다.
아주 지루해보이는 루틴들처럼 보이지만 매일 새롭게 태어나는 느낌,
이 창조적인 아날로그 일상을 사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