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바라보는 눈
가끔 브이로그를 편집하다보면 내 삶을 내가 편집자의 눈으로 관찰하게 되는 신기한 경험을 하게된다. 원본 영상은 하나, 내가 경험한 현실도 하나이지만 거기에 어떤 음악을 깔고 어떤 자막을 넣냐에 따라 분위기는 천차만별이 된다. 긴 여행길이 지루하고 힘든 장면이 될수도 있고 기대감이 넘치는 두근두근한 장면으로 돌변할 수도 있다.
뜬금없는 생각이지만 인생도 마찬가지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같은 출근길에도 우울한 음악을 깔 수도, 희망찬 음악을 깔수도, 비장한 음악을 깔 수도 있을 것이다. 나는 어떤 배경음악으로 하루를 살고 있을까.
-
갈수록 사람 사는 세상은 참 다채로워지는 것 같다. 선택권이 많아진다는 것은 자유로워진다는 뜻이고, 좋기도 하지만 그만큼 더 혼란스럽기도 하다.
어떤 사람은 건강하고 멋진 몸을 유지하라고 말하고 어떤 사람은 애쓰지 말고 지금의 나를 사랑하라고 말한다.
어떤 사람은 새로운 사람과의 관계에 열려있으라 말하고 어떤 사람은 중요한 관계에 충실하라고 말한다.
어떤 사람은 긍정적으로 삶을 바라보라고 말하고 어떤 사람은 괜찮지 않아도 괜찮다고 말한다.
어떤 사람은 열심히 살라고 말하고 어떤 사람은 똑똑하게 살라고 말한다.
어떤 사람은 검소하라고 말하고 어떤 사람은 삶을 즐기라고 말한다.
어떻게 살아야 할까 수많은 질문에 대해 내 나름의 정답을 내렸다가도 다른 정답에 대해 너무나도 단호하게 말하는 사람들을 보면 또 가끔은 '내가 맞는걸까?' 흔들리기도 하고 때로는 내 가치관이 부정받는 느낌마저 들 때도 있다.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걸 왜 남들은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지? 남들은 왜 이렇게 중요하지 않은 걸 중요하게 생각하지?
어떻게 살아야 할까에 대한 정답은 없고, 나도 나만의 답을 하나하나 찾아가고 있는 중이긴 하지만 그 답이 모두에게 정답은 아닐 것이다
마찬가지로 다른 사람의 답을 듣고 굳이 그건 아닌데 왜 그렇게 생각할까 비난 하는 건 의미가 없다
삶은 결국 각자가 써가는 이야기이고 어떤 이야기를 쓰고 싶은지는 사람마다 다르니까 말이다.
-
나는 행복이 삶의 궁극적인 목적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그럼에도 스스로 행복하고 충족한 삶을 사는 비밀이 있다면 자기 자신에게 들려주는 이야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다.
나는 나라는 인생의 감독으로써 나에게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을까?
인생을 30년만 살아봐도 깨닫게 되는 것, 삶은 정말 예측 불허라는 사실이다.
어린시절 존재감 없다 생각했던 친구가 갑자기 자기도 몰랐던 재능을 찾아 빛나는 삶을 살기도 하고, 친하지 않았던 친구와 친해지기도 하고, 생각지도 못했던 외지에서 인생을 꾸리기도 하고, 너무나 화목했던 가족에도 불화가 생기고, 예상치 못했던 병이 찾아오고, 어떤 이는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나기도 한다.
감독의 해석이 중요해지는 것은 특히 인생이 예상치 못한 난관에 부딪혔을 때이다. 나는 나를 어떤 캐릭터로 만들고 내 인생에 어떤 줄거리를 씌울까?
"What doesn't kill you make you stronger (나를 죽이지 않는 고통은 나를 더 강하게 한다)" 는 노래 가사도 있지만 고통은 고통 그 자체로 누군가를 강하게 만들지 않는다. 떄로는 오히려 두려움으로 더 나약하게 만들기도 한다. 고통이 나를 어떻게 만들도록 할 것인가 역시나 내 인생의 감독인 나 자신의 선택일 것이다.
202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