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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데미안 Aug 15. 2023

아내의 가방에서 웬 남자 사진이

벌써 한 달은 더 된 일이다. 유현이 가방에서 웬 남자 사진이 하나 발견되었다.

부끄러운 고백을 하나 하자면, 처음에 나는 그것이 정말 내 사진인 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무언가 잘못되었단 사실을 깨닫는 데는 채 몇 초도 걸리지 않았다.


어색한 표정의 증명사진을 제외하고 저런 류의 사진을 내가 찍은 적이 있던가. 무엇보다 사진 속 남자는 나라고 하기엔 지나치게 잘생긴 얼굴이었다. 하얀 피부, 또렷한 이목구비, 우수에 찬 눈빛까지 영락없는 월드 클래스 미남의 모습이었다.


알고 보니 저 사진은 처형, 그러니까 유현이의 언니가 선물로 준 것을 미처 빼지 못하고 가방에 넣어 둔 것이라 했다. 하지만 BTS 진이 꽤 오랫동안 유현이의 스트레스를 해소해 주는 존재였다는 사실을 나는 잘 알고 있다. 나 역시 스스로 army라 칭할 정도 까진 아니라도 BTS의 오랜 팬이다. 7명의 멤버 중 진이 제일 멋있다고 강조해서 말한 적은 없지만, 제일 처음 BTS를 유현이에게 알려준 사람 역시 나다. 물론 이렇게까지 좋아하게 될 줄은 예상치 못했지만.


연예인이라곤 좋아해 본 일이 별로 없는 나와 달리 유현이는 학창 시절 여러 연예인의 팬이었다고 한다. HOT, 플라이 투더 스카이, 지오디, 엔싱크, 버즈, 아라시, 2PM까지. 유현이의 팬심은 국가와 장르를 가리지 않았던 것 같다. 아직도 유현이는 좋아하는 것을 말할 때면 큰 눈이 더 커져 반짝거린다. 목소리에는 아이 같은 신남이 묻어있다. 가끔 방탄의 영상을 보여주며 즐거워하는 유현이의 마음에 깊이 공감하기 어려운 날도 많지만, 나는 이런 유현이의 여전한 소녀다움과 사랑스러움을 좋아한다.


그러니 남편으로서 내가 해야 할 일은, 그 사랑스러움이 빛을 바라지 않도록 아끼고 지키는 일이 될 것이다. 우리가 늙어 할머니 할아버지가 되어도 서로 사랑스러울 수 있다면 보기에 좋을 것이다. 그러니 저런 사진 한 장쯤 귀엽게 웃어넘길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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