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라윤영 Jan 09. 2022

미안해, 정말.



곧 잊힐 거야. 마음속 남아있는 모든 악몽은 사라질 거야. 세상에 나오기 전 엄마의 뱃속에서 꾸었던 너의 고운 꿈. 새롭게 다시 시작할 수 있을까? 너의 밝은 미소와 해맑은 웃음을 되찾아 주기 위해 나는 조금 외로워지기로 했단다. 세상이 주는 행복보다는 아빠와 엄마가 주는 그 행복을, 그 사랑을 너에게 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마음속 상처가 아물고 네가 이 세상의 푸른 꿈에 이를 수 있도록 기도할게. 너를 품은 그날을 기억한다.


초롱초롱한 눈망울과 고운 얼굴로 엄마를 바라보며 웃음 짓던 그날을 기억한다. 사랑하는 아들아, 너는 엄마가 살아가는 이유이고 세상이 주는 모든 질문에 대한 답이란다. 엄마가 많이 미안해. 만약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처음 엄마를 본 그 순간처럼 너의 웃음을 지켜줄게.


두 아이의 만남을 신은 허락 하셨다. 두 아이를 키우면서 늘 행복했던 시간만을 보냈던 것은 아니었다. 아이들은 어린 시절의 기억을 통하여 오늘이라는 현재의 자아를 형성하게 된다. 아이들은 부모의 소유가 아니라 독립되어있는 인격체이다. 마음에 상처가 되는 언행을 금지해야 한다. 나의 삶을 되돌아보면 아이들에게 돌이킬 수 없는 아픔을 주었던 것 같다. 돈을 벌어 온다는 핑계로 날마다 술을 마시고 늦은 시간에 집에 돌아오는 날이 많았다. 아내와 화목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그럴 때마다 아이들의 마음은 무너졌다.


너무 미안하면 미안하다는 말도 제대로 할 수가 없게 된다. 사람에게는 기본적인 양심이란 게 있다. 자녀들에 대한 예의를 부모가 먼저 갖출 때 자녀들도 부모에 대한 예의를 갖추게 될 것이다. 냉정히 말하면 지금까지 나는 아빠로서 자격이 없는 삶이었다. 하지만, 나는 포기하지 않는다. 부모의 불행을 자녀들에 게 더는 유전시키지 않기 위해 오늘도 속죄하는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산문. 아득히 멀리 그러나 가까이  p169~172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