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이었는지 기억이 잘 나질 않는다. 눈이 조금 내리던 날이었던 거 같다. "그냥" 이란 말은 참 대책 없고 무책임한 뉘앙스를 풍기는 말이다.
난 그날, 그냥 눈물이 나왔다. 슬픈 감정에 사로잡힌 것도 특별한 슬픔이 있었던 날은 분명 아니었다. 그냥 눈물이 나오더니 한동안 멈추지 않았다. 그런 나 자신이 참 모자라고 지질해 보였지만 어쩔 수 없었다. "내 안에 분명 다른 놈이 사는 거야" 하고 생각을 했다.
가끔이라는 시간과 시간 사이의 간격은 막연하기만 하다. 그 막연함이 아마 눈물을 훔쳐 간 까닭이라고 생각한다. 그날 그렇게 울어본 건 참 오랜만이었다. 나는 웬만한 일에 울지 않는 사람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그런 아이가 내 안에 살고 있다.
왼손이 일주일째 저린다. 아마, 목 디스크가 원인일 거라는 막연한 추측을 한다. 어디가 아픈지 정확히 아는 사람은 별로 없다. 아픈 곳이 여러 군데일수록 그런 것 같다. 나는 자꾸 "아프지 않아, 그리고 괜찮아"라고 내게 얘기한다. 그렇게 지내다 보니 어느덧 다 나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