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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쓰는교사 정쌤 Mar 29. 2024

제주도 음식점 노키즈존 선언을 보며

치유와 성장을 위한 글쓰기 

며칠 전 제주도 음식점 중 한 곳이 노키즈존을 선언했다는 뉴스 기사를 봤다. 자녀들을 위한 음식을 해달라고 하거나 아이들을 위한 텔레비전 프로를 고정해달라거나 잔가시 등을 잘못 삼켰을 경우 모든 문제의 책임을 음식점이 지녀야 하는 것에 대한 부담이라고 했다.


그 기사를 보면서 아이들이 문제라기보다는 그 아이들을 키우는 부모의 문제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 부모가 멀리 있지 않다. 우리 일상 속에서 만나는 누구든 그 부모가 될 수 있다. 나도 어쩌면  내 아이가 더 어렸으면 그랬을지 모른다. 요즘은 그런 문화가 자리를 잡았으니까. 그냥 요즘 문화라는 생각이 든다. 많은 사람들의 생각이 그렇게 변했기에 정도의 차이지 어느 순간, 누구든지 그렇게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아이들도 그렇게 길들여져서인지 생활지도를 꾸준히 해도 잘 지키지 않는 아이들이 참 많아졌다. 학군이 좋으면 좋은 대로 나쁘면 나쁜 대로 문제 상황이 조금씩 달라도 비슷하게 '생활지도가 어렵다'이다. 그건 학교에서 지도하는 것이 가정과 연계가 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자녀가 1-2명이 대부분이다 보니, 집에서 잘 지내는데 학교에 오면 20 - 30명의 친구들 속에서 지낼 때 조금씩 문제가 생긴다. 그 점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면 문제는 되지 않는데 몇몇 부모들은 '그럴 리가 없다'며 불신의 눈초리를 보내기도 한다.


문제는 학교에서 교사들이 이런 생활지도를 하는 게 맞을까 하는 회의감을 갖게 되는 것이다. 교사들이 생활지도를 하면서 걱정하는 것은 아동학대(정서학대)로 오해받는 것. 생활지도를 하지 않으면 생기지 않을 일을 괜히 아이들을 위해 생활지도를 하다가 교사가 피해를 보게 되는 일이 생기기에, 생활지도 하는 것을 포기하는 교사들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교사들이 어떻게 할 수 있을까? 사명감, 소명을 이야기하기엔 교사들 혼자 맞서야 할 것들이 너무 많다. 관리자조차 교사 편이 아닌 경우도 많아서 교사는 오로지 혼자 자신을 지켜내야 한다. 온 마음으로 가르칠 때 더 큰 피해를 입게 되니 앞으로 어떤 마음으로 어떻게 가르쳐야 하나 하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교사들은 제주도 음식점 사장님이 '언제 노키즈존을 철회할지 모르겠지만 양해해 달라'는 말에 너무 공감할 것이다.


3월, 새 학기가 한 달이 지났다. 우리는 어떤 교실에서 생활하고 있는지, 존중하고 존중받으며 살아가고 있는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안전하기에 조금씩 놓아두기를 실천하고 있는지, 그 교실은 괜찮은지, 선생님 마음도 괜찮은지, 그냥 다 궁금하다. 내 교실은 존중하고 존중받으며 살아가고, 서로의 경계를 지키며 배려하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생활지도를 꾸준히 하는데, 오늘은 그 마음에 상처를 받아서 조금 힘들어서 이 글을 쓴다.


스스로 상처받은 것이다. 생활지도에 대한 회의감이 몰려와서 나 스스로 상처받은 것이다. 교육해야 할 것을 교육해 놓고 스스로 그것에 대한 회의감을 가지니 이 업의 진정성에 대한 생각으로 괴로웠다. '이렇게  스스로 열심히 가르치고 지도하고 회의감에 빠질 것이라면 열심히 지도하지 말아야 하는 것 아닌가?' 자문자답 중이다. 시간이 지나면, 아니 조금만 더 시대의 변화를 바꿀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하면 제주도 음식점 주인의 노키즈존 선언처럼 어쩌면 교사들도 생활지도 못함을 받아들여야 할지도 모른다는 나의 생각이 틀렸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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