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쓰는교사 정쌤 Jul 13. 2024

7월의 학교에 대한 단상

치유와 성장을 위한 글쓰기 

7월, 방학 전의 학교는 여름을 닮은 에너지를 폭발적으로 뿜어내려고  애쓰는 시기라는 생각이 든다. 특히 학생들은 방학식이 오기 전에 그 에너지를 학교에 다 쏟아버리고 가겠다는 의지를 다지고 있는 느낌이다. 수업을 해도 마음은 이미 다른 반 친구들을 복도에서 만나 놀 생각을 하는 듯하다. 


어제는 쉬는 시간마다 터지는 사건사고들 중 상담을 할 수밖에 없는 일로 4명의 부모님과 상담전화를 했다. 학급에서 일어나는 자잘한 사건사고는 상담전화 없이 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눈 후 해결한다. 하지만 몸이 다쳤거나 아주 위험하거나 학교폭력과 연관된 일은 상담전화를 안 할 수가 없다. 다행히 부모님들도 인지하고 있던 부분이라서 상담은 잘 끝났다. 


부모님과 함께 상담을 할 때 항상 드리는 말씀은 "오히려 지금이 가장 좋은 기회다.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아주 좋은 기회다. 그리고 지금이 가장 빠른 시점이고 사춘기를 지나면 부모가 개입하고 싶어도 개입할 수 없다. 그러니 차분히 이야기를 나누시길 바란다."이다. 부모님들은 아이가 문제를 일으키는 게 너무 걱정이 되고 이것으로 너무 큰일이라고 생각하지만 교사인 나로서는 오히려 지금 이렇게 문제가 되었기에 해결할 수 있는 기회라는 것을 알려준다. 언젠가 일어날 일이라면 지금 일어나서 부모가 도와줄 수 있는 게 얼마나 다행인가라는 생각을 할 수 있도록 안내한다. 


아이들을 키우며 문제는 계속 생긴다. 아이를 키우는 일만 그런가. 살아가면서 내 앞에 문제가 없는 경우가 며칠이나 될까? 사는 것 자체가 고행이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2년 전 암 수술을 하면서 박웅현의 [여덟 단어]를 다시 읽으면서 '인생'부분을 무척 공감하며 읽었다. 사는 데 병이 없기를 바라지 말라는 말씀에 대단히 위로를 받았던 기억이 난다. 그 말처럼 살아가는데 문제가 없기를 바라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내가 원인이 되지 않아도 생긴다. 길을 가다가 옆에서 돌이 날아와 맞을 수도 있다. 그 길을 걸어간 내가 잘못인가? 아니다. 그냥 돌이 날아왔고 내가 맞은 것이다. 맞은 부위에 상처가 났으면 치료하고 그렇지 않으면 조심히 살피며 다니는 것으로 해결하면 되는 것이다. 내가 왜 그 길을 갔을까부터 생각하면 안 된다.


그렇기에 아이들에게 문제가 생기는 것에 너무 겁먹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담임교사가 학생의 일로 전화를 하면 '우리 애를 미워해서 전화하시는구나'라고 생각하지 않길 바란다. 아이를 미워한다면 굳이 전화를 할까 싶다. 1년 동안 그 학생을 책임지고 그 학급 학생들을 제대로 가르쳐서 다음 학년으로 올려 보내는 것이 교사의 일이기 때문에 전화를 하는 것이다. 그래야 학생이 그 문제행동을 고칠 수 있기 때문이다. 학급 안에서 문제를 계속 일으키도록 두지 않기 위해서 전화를 하는 것이다. 하지만 학부모님이 경계를 하면 전화를 할 수가 없다. 그렇게 되면 아이는 문제행동을 고칠 수 있는 골든타임을 지나가는 것이다. 그것들이 몇 해를 거듭하여 지난다면 결국엔 부모도 두 손을 들고 만다. 초등에서부터 그 일들이 벌어지고 있어서 중고등학교에서 더 힘들어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2년 동안 많이 아팠던 덕분에 예전처럼 문제에 매몰되지 않아서 좋다. 학급 아이의 일로 문제가 생기면 조금 더 멀리서 바라보며 이 문제를 통해 학생에게 무엇을 가르쳐 줄 것인가를 생각한다. 내가 할 수 있는 부분과 내가 할 수 없는 부분이 명확히 하여 내가 할 수 있는 부분에 초점을 맞춘다. 그런 생각을 정리하고 나니 상담을 할 때도 마음의 부담이 덜하다. 학생의 올바른 성장을 위한 협조 전화라는 것에 초점을 맞추었다. 이젠 무슨 일이 생기면 이 문제의 본질을 더 생각한다. 나 스스로 '왜?'에 더 집중하고 있다. 


한 학기 동안 보내온 시간 중 7월에 일어나는 사건사고가 3-6월까지의 사건사고보다 더 많다. 많은 교사들이 저마다의 전투를 하고 있는 느낌이 든다. 교실의 안전을 위해. 너무 힘든 나머지 고개를 숙여 국과 반찬을 먹다가 고개를 들어 마주친 동료 교사의 모습에서 기운 빠진 나를 보았다. 학생들 사이에 드문드문 앉아있는 교사들의 모습이 마치 오늘의 전투를 끝내고 기력이 달린 채로 밥을 먹는 장군의 모습 같았다. 오늘의 전투가 무승부면 다행인 하루하루, 부디 방학식까지 무승부로 끝나길 바라는 마음뿐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그렇게 될 일이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