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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쓰는교사 정쌤 Jul 18. 2024

벌써 일 년...

치유와 성장을 위한 글쓰기 

2023.07.18.

나는 당신입니다(2023.07.21)


그날로부터 벌써 일 년이 지났다. 일 년이 지나는 동안 학교는 얼마나 변했을까? 아쉽게도 학교는 변하지 않았다. 다만 많은 교사들이 알아차렸다. 학교 안에서 일어나는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이 학생의 전인적인 성장을 돕는 교육에서 멀어지고 있음을. 교사들은 가르치면서 언제든 교권침해를 당할 수 있고 언제든 아동학대 신고를 받을 수 있음을 알게 되었다. 그동안 운이 좋았다는 것을 모두 알게 되었다. 그리고 학부모들도 알게 되었다. 우리 반에 힘든 아이가 있어도 담임교사가 어찌하지 못한다는 것을. 역으로 이용하는 학부모도 있다는 것을.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학교에서 학생들을 만나는 동안은 교사로서 부끄럽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너무 많은 노력은 우리를 위험하게 한다는 것을 알기에 어떻게 지속 가능한 교사 생활을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고 있다.


작년에 내 마음에는 가시가 있었다. 너무 마음이 아파서 모든 것들에 삐죽삐죽 가시가 돋은 마음으로 되받아쳤다. 언제든 떠나도 아쉽지 않으리라는 마음으로 나의 속상함을 토로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내가 왜 교사가 되었는지를 생각하게 되었다. 여전히 가르치며 배우는 일을 하는 교사인 내가 좋다.


나는 왜 교사가 계속하고 싶을까를 수없이 고민했다. 어린 시절 나를 아껴주신 선생님들을 보며 꿈을 꾸고 내가 받은 사랑과 희망을 나누고 싶었다. 가정환경이 어려워도 꿈을 꾸고 희망을 갖고 열심히 살면 이루어진다는 것을 학생들에게 전하고 싶었다. 


교단에 서는 동안은 내 마음을 다해서 가르치되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영역에 대하여 내려놓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는 것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하루하루 마음에 걸림이 없는 하루를 보내기로 다짐했다. 그래서 생활지도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내 마음속에 그 어떤 미움도 자리 잡지 않게 내 마음을 정화시키려고 애쓴다. 좋은 생각으로 나쁜 생각들을 비워내고 있다. 


여전히 나는 답을 찾고 있다. 지속 가능한 교사 생활은 가능한지. 내가 어떻게 해야 내 첫 마음을 잘 지키면서 학생들을 가르칠 수 있는지를 생각한다. 단 한 명의 학생에게라도 내 마음이 닿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가르친다. 내가 받았던 선생님의 사랑과 애씀을 전할 수 있길 바란다. 나로 끝내지 않고 나의 학생에게 그 사랑과 애씀을 흘려보내고 싶다. 그 일을 함에 있어서 모든 것이 자연스럽길 바란다.


힘든 학생들을 지도하는 일에 내가 너무 소모되지 않길 바란다. '~하지 말라'는 부정적인 표현보다 '~ 해보자'는 긍정적인 표현을 더 많이 하길 바란다. 한 번에 바뀔 수 없으니 천천히 씨 뿌리는 마음으로, 콩나물시루에 물을 주는 마음으로 한 번에 하나씩 바꾼다 생각하며 작디작은 것부터 하나씩 이뤄내고자 한다.


그리고 잊지 않을 것이다. 학교의 문제가 우리 모두의 문제라는 것을 알려준 것은 서이초 교사이다. 이전까지는 교사 개인의 문제로 치부했다. 교사의 잘못으로 몰아갔고 교사가 다 해결하게 했다. 하지만 우리는 이제 안다. 교사 개인의 문제가 아닌 우리의 문제라는 것을. 나와 당신의 이야기이다. 그리고 우리 아이들의 미래에 관한 것이다.


비가 많이 왔다. 오늘 추모식이 있었다. 나는 이번 주 토요일에 추모식에 참석한다. 함께 기억해 주셨으면 좋겠다. 그리고 같이 해결해 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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