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심적으로 자신의 일을 하는 사람보다
거침없이 내뱉고 약자를 괴롭히는 사람들이
왜 더 당당하게 살아가는 것일까.
사회의 모습이 학교 안에서도 고스란히
나타나기에 이런 질문을 안 할 수가 없었다.
나는 우리 교실에서만큼은
잘못했을 때는 부끄러워하며 사과하고
잘못을 뉘우치길 바란다.
공부를 못 하는 게 부끄러운 게 아니라
하지 말아야 할 행동을 계속하며
남에게 피해를 주는 것을
부끄러워하고 개선하길 바란다.
우리 교실이기에
나와 친구들, 교사를 존중하며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기꺼이 하길 바란다.
내가 더 괜찮은 내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길 바란다.
시켜서 하는 게 아니라
내가 하고 싶어서 하는 일이 더 많길 바란다.
공부를 못해도 그림을 잘 그려서,
친구들을 잘 도와주어서,
1인 1역을 잘해서,
글씨를 잘 써서,
청소를 잘해서,
노래를 잘 불러서,
리코더를 잘 연주해서,
체육을 잘해서,
심부름을 잘해서 인정받고 칭찬받기를 바란다.
무엇보다 교실에 들어와서
안전하다고 느끼고 편안하길 바란다.
편안한 교실에서 실패에 대한 두려움 없이
배울 수 있길 바란다.
그런 교실을 꿈꾸며 학급경영을 한다.
요즘 학교에서 학생들을 지도하는 것이 쉽지 않다.
잘못한 일에 대한 사과를 시키는 것도
아동학대, 정서학대로 신고를 하니
생활지도는 매뉴얼대로 진행한다.
학교 교칙을 안내하고 지킬 수 있도록 지도할 뿐이다.
하지만 교사가 노력해도 학부모의 민원은
언제, 어디서나, 어떠한 일로도 들어올 수 있다.
아무리 잘 가르치고 싶어도 너무 욕심부리지 말고
모두 다 배우지 못해도 괜찮다는 여유를 가져야 한다.
모두에게 배움을 강요할 수 없는 현실이다.
바뀐 현실을 인정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러한 교육 현실에서 가장 걱정되는 것은
진정으로 교육이 필요한 학생들이 교육받지 못하고
진심을 다해 가르치고 싶은 교사는
상처받아 가르치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더 잘하라고 학원도 보내는데
학교에서 아이 힘들게 더 가르쳤다고
정서학대 고소를 하는 경우가 있으니 참 아이러니하다.
이미 교직을 떠난 수많은 선생님들.
그리고 그것을 지켜본 동료 선생님들.
많은 선생님들이 마음에 상처를 입었다.
선생님들은 상처받은 마음을 치유하면서
책임감과 성실함으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나의 동학년 선생님들도, 나도 그렇다.
학생들을 가르치는 동안
나 스스로 마음에 들게 교단에 서고 싶다.
나를 이 자리에 있을 수 있게 도움 주셨던
나의 선생님들에게 받은 은혜를 조금이라도
나의 학생들에게 나누고 갈 수 있기를 바란다.
그렇다고 거창한 참교사를 꿈꾸는 건 아니다.
나는 그저 보통의 교사이다.
스스로 애쓰며 자라는 학생들을
응원해 주고 싶은 보통의 교사이다.
보통의 교사인 내가 바라는
우리 교실은
상식이 통하는 교실,
안전하고 편안한 교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