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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쿠 Apr 09. 2020

상대를 포용하고 싶은 당신에게  <플로리다 프로젝트>

영화가 필요한 순간

'플로리다 프로젝트'를

처음 봤을 때의 기억은 아직도 생생하다

'무니'와 친구들이 차 창문에 침을 뱉으며

즐거워하는 모습을 담아낸 첫 시퀀스

나는 반사적으로 눈살을 찌푸리고

가난한 아이들의 인권이나 행복 따위를 떠올렸다


하지만 영화가 흘러가며

내 생각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달았는데

'무니'는 절대 불행해 보이지 않았다

단지 내가 바라는 이상과 달랐을 뿐

나는 너무 쉽게 판단해버리고 만 것이다


상대에 대해 함부로 말하지 않는 것

쉽게 동정하지 않는 마음이 빛난다


오히려 영화를 계속 보다 보니

'무니'가 나를 치유해 주는 기분이 든다

'무니'는 쓰러져도 계속 자라는 나무가

좋다고 말할 수 있고 맛있는 걸 먹으면서

진정으로 행복할 수 있는 아이였으니까

물론 그들의 삶은 아슬아슬해 보인다

가장인 엄마는 경제적으로 안정적이지 않고

아이의 자유로운 행동이 화재로 이어지는 등

위태로운 상황도 벌어진다


그렇다면 이를 해결하기 위해

소정의 돈을 쥐여준다거나

더 좋은 환경에서 살 수 있도록

자녀가 헤어지게 하면

그들이 더 행복해질까?

그건 아닐 것 같다

그리고 만약 그렇게 된다해도

(슬프지만 솔직하게) 난 내 기준을 잣대로

그들을 마냥 긍정적으로 보지 못했을 것 같다


많은 사람들의 이목이

'플로리다 프로젝트'의 충격적이고

마법 같은 엔딩에 집중될 때

나는 다른 장면이 인상깊었다

세탁실의 직원이 엄마에게 따스히

"걱정마 다 잘 될 거야"라고 격려해 주는 장면

사실상 모든 사람과 문제만 일으키던

엄마는 처음으로

상대의 진심을 받아들이며 포옹을 나눈다


남을 내려다보지 않고

평등하게 대하는 진정성 있는 태도가

처음으로 그녀를 변화시켰다


우리는 자라면서

나만의 기준을 단단히 만들고

이를 토대로 쉽게

남을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긴다

거친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능력인가 싶다가도

때로는 다름을 포용할 수 없는

자신이 밉기도 하다


그건 세상을 바꾸는 가장 소중한 방법은

돈도, 제도도 아닌

내가 남을 바라보는 시선임을

어렴풋이 인지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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