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가 필요한 순간
글을 시작하기 전에 먼저 밝히자면
나는 비혼 주의자다
교육과 환경의 영향도 있었겠지만
비혼은 전적으로 내가 선택한 것이며
99%의 확신으로 바뀌지 않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사랑은 항상 내 인생에서 최우선 순위이다
농담 삼아 "사랑 같은 건 없어"라
매번 말하곤 하지만 (반은 진심이다)
매 순간 매 순간 사랑할 수 있는 삶을 살고 싶다
영화 <결혼 이야기>는
한 부부가 이혼하는 과정을 담고 있다
이혼을 결심한 부부가 양육권과 재산을 위해
변호사를 고용하고 분쟁하는 이야기
그게 내용의 전부다
그럼에도 영화 제목이 <이혼 이야기>가 아닌 것은
이혼까지도 결혼의 일부분으로 여기는
감독의 사려 깊은 태도 때문일 것이다
한 순간 뜨겁게 사랑했던 부부의 이혼을 보며
우리는 무엇을 느낄 수 있을까
영화는 한쪽이 더 좋은 배우자였다고
판단하지 않도록 서로의 장단점을
가감 없이 알려주어 이혼 과정에서
누구의 승리도 중요치 않다는 점을 잘 보여준다
극의 후반부에는 그 균형이 살짝 어긋나는데
남편인 '찰리'에게 비중이 기울며
외로움이라는 본질적인 감정에 집중한다
결혼(과 이혼) 제도는 앞으로도
현대 사회의 주 쟁점 중 하나가 될 것이다
그리고 이 영화는 그 제도를 주제 삼아
인간의 본연 자체까지 비추어주는
심도 깊은 이야기를 선보인다
결혼은 단지 제도일 뿐이다
결혼을 한다고 사람이 외롭지 않을까?
당장 나도 연애할 때 외로움을 느낀 적이 많다
심지어 어떤 학자는 외로움이
인간을 사회적인 동물로 만들어주는
원동력으로 필수적인 성질이라고 말한다
이제는 비혼과 결혼이라는 단순한 구분을 넘어
나라는 사람의 성질을 분석해보고
내 곁에 존재하는 것을 사랑하는 법을 배우고 싶다
혼자만으로도 매 순간 사랑이 가득하고
충만하게 빛나는 사람
나도 당신도 그런 사람이 될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