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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앙상블리안 Mar 11. 2023

모차르트는 어떻게 탈출할 수 있었을까

#18 영화 ‘쇼생크탈출’과 모차르트

음악으로 영화보기 #18
글 조세핀 (앙상블리안 칼럼니스트)
영화 '쇼생크탈출' 포스터 (출처=네이버 영화)


일상이 사라지고 시간만이 남는 곳


영화 쇼생크탈출(The Shawshank Redemption, 1994)의 쇼생크 교도소에는 딱 두 가지의 규칙이 있다. 바로 ‘규율’과 ‘성경’이다. 이는 어떤 강력범죄를 저지른 사람이더라도 상관없이 모두에게 똑같이 적용된다. 규율과 성경의 두 기둥 아래, 비록 자유는 박탈되었지만 그들 나름의 사회를 만들어가고 있는 죄수들이 있다. 그들은 생존을 위해 불가피하게 폭력과 고통, 고독에도 점차 적응해 나간다. 오히려 지나치게 교도소 내 사회에 길들여져 자유를 누릴 힘을 잃어버리기도 한다. 출소 후 스스로 생을 끝내버린 브룩스가 그랬다. 브룩스에게 자유보다 큰 가치는 소속감이었다. 그의 존재는 오로지 쇼생크로의 소속감으로 증명될 수 있었던 것이다.



예술은 희망이다


영화 '쇼생크탈출' 스틸컷 (출처=네이버 영화)

이런 죄수들 중에서도 단 두 사람, 레드와 앤디는 조금 다른 유형이다. 두 사람의 공통점은 몸이 갇혀있어도 정신은 해방시키기 위해 끊임없이 사유했다는 점이다. 특히 앤디는 예술을 스스로 잊지 않기 위해, 그리고 다른 죄수들에게도 그 가치를 알려주기 위해 계속 노력했다. 그에게 예술은 곧 ‘희망’이었기 때문이다. 허무감에 길든 레드가 “희망은 위험한 거야. 희망은 이성을 잃게 해. 교도소에는 쓸모없는 것이지.”라며 화를 내지만, 그런 그에게 앤디는 오히려 하모니카를 선물한다. 또 앤디는 일주일간 독방에 감금되는 희생을 감수하면서까지 교도소 내에 모차르트(W. A. Mozart, 1756-1791)의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이 울려 퍼지게 만든다. 레드는 교도소에 흘렀던 모차르트의 음악을 회상하며 “그 목소리는 회색 공간의 누구도 꿈꾸지 못했던 하늘 위로 솟아올랐다.…그리고 아주 짧은 순간 쇼생크의 모두는 자유를 느꼈다.”라고 말한다. 그 짧고 강렬한 경험은 모두의 머리와 가슴속에 남아 빼앗아 갈 수 없는 비물질의 영원한 희망이 되었다. 앤디의 의도는 정확히 성공했다. 

그렇다면 왜 영화에서 수많은 명곡들 중 왜 모차르트를, 왜 <피가로의 결혼>을 중요한 음악으로 사용했을지 궁금해진다. 혁명과 자유의 정신이라면 베토벤의 음악이 더 어울리지 않았을까? 또는 예술의 낭만성을 강조하고 싶었다면 쇼팽은 어땠을까?



모차르트의 저항정신


영화 '쇼생크탈출' 스틸컷 (출처=네이버 영화)

주로 모차르트의 음악은 명랑하고 순수한 예술성을 대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영화 쇼생크탈출에 모차르트의 음악, 그중에서도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이 쓰인 것은 분명 어떠한 해석적인 의도가 담겨있을 것이다. 

<피가로의 결혼>은 신분계층의 부조리를 폭로하고 인간의 자유의지를 노래하는 주제가 숨겨져 있는 작품이다. 애초에 이 오페라는 희곡 작가 보마르쉐(Beaumarchais, 1732-1799)의 희극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나폴레옹이 “프랑스혁명은 보마르쉐로부터 시작되었다.”라고 말했을 정도로 원 극본에는 당시 사회적 악습을 거부하는 저항정신이 강렬하게 표현되어 있었다. 모차르트는 작곡 과정 중 황제와 귀족, 비평가들의 제재 아래 여러 번 검열과 개작을 거치게 된다. 하지만 모차르트는 권력에 굴복하지 않았다. 삭제된 장면과 대사들 대신 음악을 통해 교묘하게 풍자를 시도한 것이다. 예를 들어 <피가로의 결혼> 중에는 한 곡 안에서 음악 양식을 의도적으로 변화시킨 부분을 발견할 수 있다. 음악은 4분의 3박자의 가벼운 궁중무곡풍 미뉴에트로 시작되지만, 피가로가 백작의 술책을 밝혀내겠다는 의지가 드러나는 대사가 나오면서 급격히 변화한다. 4분의 2박자 민중무곡풍의 강한 리듬은 Presto(매우 빠르게)의 지시어와 함께 음악의 분위기를 완전히 바꾼다. 귀족의 음악인 미뉴에트 사이에 민중 무곡이 삽입된 것은 분명히 의도적이다. 텍스트라면 온전히 그대로 표현하지 못하고 은닉되기도 하는 사회비판적 내용들을 음악으로 도와주고 있는 것이다. 이렇듯 <피가로의 결혼>은 희극 오페라의 가면 아래 널리 위선을 고발하려는 모차르트의 진정성을 보여준다. 



Hope is a good thing


영화 '쇼생크탈출' 스틸컷 (출처=네이버 영화)

교도소장 때문에 쇼생크 교도소는 온갖 비리와 돈세탁의 거점이 된다. 앤디는 교도소장의 무자비한 권력에 복종하여 그를 도울 수밖에 없었지만 끝까지 꿈과 의지를 잃지 않았다. 그리고 오랜 기간 희망을 설계해 갔다. 쇼생크에서 나가려면 복역을 다 마치고 나가거나 죽어서 나가는 두 가지 방법밖에 없었는데, 체제에 반하여 진정으로 탈출에 성공한 사람은 앤디가 유일하다. 나아가 레드를 위해 앤디는 스스로 희망 그 자체가 되어준다. 레드에게 미래에 대한 호기심을 심어준 것이다. 호기심은 자유를 만나 완전한 희망으로 거듭난다. 그리고 이것은 모차르트와 피가로에게서도 엿볼 수 있는 공통적인 서사이다. 비록 위선과 악습이 주류가 되어 만연할지라도 그것이 틀렸다는 것을 알아볼 수 있는 지혜, 표현하지 못하도록 억압받을지라도 유머와 풍자로 끝까지 반항하는 도전 정신. 여러모로 영화 쇼생크탈출과 모차르트의 음악은 서로 적합하게 어울린다. 




음악문화기업 앙상블리안은 강남구 역삼동에 위치한 하우스콘서트홀을 기반으로 문턱이 낮은 음악문화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바쁘고 급한 현대사회에 잠시 느긋하고 온전한 시간을 선사하는 콘텐츠들로 여러분을 만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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