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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성일기는 정신적 자살행위다?

이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때는 충격이었습니다.

나는 기록학자 김익환 교수님의 기록열정에 영감을 받는다. 나 또한 지난 22년간 일기를 써왔고 다양한 기록, 메모 관련 책들을 읽어왔기 때문이다. 이번 브런치 북 '일기에 진심인 편입니다'를 쓸 때도 참고자료로 그분의 영상을 몇개나 봤다. 하지만 이번 영상에서는 '반성일기가 정신적 자살행위다'라고 주장하시는 부분에서 충격을 받았다. 내가 맥락을 제대로 파악못한 것인가 의심스러워 스크립트를 표시해서 계속 읽어봐야할 정도였다.


https://www.youtube.com/watch?v=bmeV2aFhj6o

스크립트는 클로드 Claude3 인공지능 챗봇에게 '마침표를 찍고 문장과 단락으로 만들어 달라'고 요청했다.

0:00-0:04 일기를 쓰기는 거의 매일 쓰는데 사실 무슨 도움이 되고 있는지 잘 모르겠다는 분들 많이 계실 겁니다. 0:07-0:11 또 일기를 쓰면서 이런 상태에 빠지지 않습니까? 결국은 일기를 안 쓰게 되는 경우도 많아요. 0:11-0:19 그래서 지금은 일기를 쓰고 있지 않은 분들 여러분들 일기는 우리의 인생을 바꿔 가는 필수 요소임에는 틀림없습니다. 여러분들이 일기의 본질을 아셔야 그리고 그 방법을 알고 쓰셔야 일기를 통해서 우리의 인생을 바꿔 갈 수 있지 않을까요?

0:31-0:48 안녕하세요 무엇이든 세 가지로 가르쳐 드리는 명지대 교수 김익환입니다. 일기라는 말은 영어로 하면 다이어리예요. 그런데 우리는 실제로 쓰는 일기하기 우리가 평상시에 쓰는 다이어리를 구분해서 생각하죠. 분해서 생각하는 것을 우리 한국에서 일기라고 생각하자고 제가 오늘 말씀드리는 것은 매일매일 문장으로 쓰는 일기를 뜻해요.

0:54-1:13 그런데 이 일기가 다이어리라는 영화에서 온 거라는 것은 여러 가지 의미심장한 교훈을 줍니다. 이 다이어리는 데이에서 온 말이고요. 이 데이라는 것은 서양에서는 신의 세계, 밝음의 세계를 의미합니다. 그냥 하루, 날 이런 의미가 아니라는 것이죠. 그래서 일기를 쓴다는 것은 나의 신성을 되짚어 보는 그런 행위이고 밝음으로 매일매일의 나를 이끌어 주는 행위다. 기본적인 어원은 그렇게 이해하시는 것이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1:24-1:59 그런데 우리가 일기를 쓰다 보면 이렇게 쓰는 경우가 정말 많지 않습니까? 우리는 일상을 살아갈 때는 악마성과 천사성 이것이 교호하는데 우리를 천사성이 잘 이끌어 주는 그런 힘이 작동하면서 우리는 하루를 살아가죠. 그런데요 하루를 마무리하면서 일기를 쓸 때는요 악마성이 떠오르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래서 자신의 부정적인 측면, 반성 일기를 쓰는 거예요. 그래서 악마성을 계속 들쳐내는 일기를 우리가 쓰지 않습니까? 그런 사람은 대부분 밝음으로가 아니라 어둠 속으로 나를 내몰아치는 그런 어처구니없는 실수를 하고 있는 것이다.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여러분들 현재 어떠신지 한번 스스로 되짚어 보시기를 바랍니다.

2:08-2:20 우리가요 이런 상태에서 잠을 자요. 그런 나의 어둠으로 몰고 가는 경향성이 무의식의 세계에서도 꽉 차게 되는 거죠. 이렇게 일기를 쓴 정신 상태에서 잠에 드는 행위, 이거 정신적 자살 행위에 해당한다고 저는 감히 아주 강력하게 여러분들에게 말씀을 드립니다. 2:23-2:30 선의로 일기를 쓰고 있는데 그것이 자신을 정신적으로 피폐시키는 경우가 너무 많기 때문에 제가 오늘 강력하게 말씀을 드린 겁니다.

2:35-2:48 악마와 천사가 교차하는 나의 하루 그중에서 여러분들 무엇을 일기를 써야 할까요? 다이어리가 갖고 있는 원래의 뜻대로 여러분들의 천사성, 여러분들의 밝음, 여러분들 안에 존재하는 그런 신을 닮은 모습들 이런 것들을 일기를 통해서 발현하고 노력하는 거예요. 이게 본질적인 성격이라는 걸 오늘 제 얘기를 통해서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조금 길지만 중요한 이야기라고 생각해서 맥락을 위해 스크립트를 통째로 가져왔다.


하루를 마무리하며 일기를 쓸 때 오늘 하루 나의 부정적인 모습('악마성')을 떠올리기 쉽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걸 의식한 상태로 잠이 들면 우리의 무의식 세계에 그것이 스며들게 되고 이는 '정신적 자살행위'에 해당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한다. 그러니 '천사스러운' 나 자신만을, 내 속의 그렇 좋은 면만을 일기에 쓰라는 대안을 준다.


이 이야기를 처음들었을 때 놀랐다. 나는 일기장이 일종의 역사책이라고 생각하는 사람 중에 하나다. 국가가 쓰는 일기장이 역사책이고, 개인이 쓰는 일기장이 역사책이다. 그래서 바로 떠오른 예 중 하나가 독일이다. 독일은 홀로코스트라는 중대한 역사적 죄에 대해 기념일을 정해놓고 매년 반성하는 나라 중에 하나다. *일본과 대조적으로 곧잘 비교되곤 한다. 자신들의 '악마성'을 기록하고 심지어 매년 상기도 하는 것이다. 사람으로 치면 일기장에 반성할 꺼리를 써두고 매년 기념일로 정해서 그 내용을 다시 상기하고 있는 것이다.


*놀랍지만 일본에도 자신들의 침략 역사를 반성하는 기념일이 있다. 물론 그럼에도 역사책을 수정하려는 실질적인 행동과 모순된다는 점도 놀랍다. 그 나라에도 정치적 파벌 등 복잡한 사정이 있을테다. 진실한 역사를 기록하고 반성코자하는 이들도 미디어에 소개되는 걸 보면 말이다.



그렇다면 독일은 매년 '정신적 자살행위'를 하고 있는 것일까? 금시초문이다. 되려 자신의 죄를 인정하고 반성하며 갱신해나가고자 하는 적극적인 의지를 가진 성숙한 나라로 손꼽힌다. 나는 김익환 교수님께서 이런 성숙한 반성의 기록을 비판했다고 생각하고 싶지 않다. 나의 악마성을 기록으로 계속 파고들고 '그것만' 생각하는 것, 그것에만 몰입하는 것을 비판하신 것이 아닐까? '난 참 나쁜 사람이야'란 생각으로 매일 밤 잠드는 일은 확실히 뭔가 잘못된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그것은 '반성'이 아니지 않은가. '내 속에 이런 나쁜 면이 있었네. 고쳐야겠어'가 반성이다. '난 그냥 원래 이런 사람이야'라며 악마성을 방치하는 것이야 말로 정신적 자살행위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이건 '방치와 포기'에 더 가깝다는 생각이 든다. 반성에는 미래에 변하고자 하는 의지가 담겨있다.


악마성으로 가득찬 반성일기 대신 '나의 천사성'으로만 가득차 있는 일기를 제시한 부분도 아쉽다. 나의 긍정적인 면에 대해 집중적으로 기록해보고 이를 음미해야하는 시기가 있을지 모른다. 특히 실패와 고난의 시기에는 긍정적인 것만 생각해도 그 시기를 잘 헤쳐나갈 수 있을지 확신하기 어렵다. 하지만 정상궤도에 오르고 나면 나의 악마성도 성찰해보고 반성해야한다. 다소 극단적인 예일지 모르나 법정재판에 가서 유죄 판결이 엄습할 때에야 비로소 자필 반성문이란 기록을 공장에서 물건 찍어내듯 쓰는 사람이 되어서는 안된다. 그렇게 되기 전에 독일처럼 자발적으로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고 끊어내야 한다.


내 속의 좋은 면과 나쁜 면을 골고루 기록하는 균형적인 일기가 뻔하게도 이상적이라고 생각한다. '내게는 유지하고 더 살찌워야 할 천사같은 면이 있어. 하지만 고쳐야할 악마같은 면도 있지'란 생각을 무의식에 스며들게 하는 것이 '난 천사같이 좋은 면만 있어'만 스며들게 하는 것보다 더 낫지 않을까. 워낙 자극적인 표현이 많은 시대라서 그런지 뻔한 것에 대한 기계적인 거부반응이 생기지 않도록 조심해야한다는 생각이 요즘 부쩍 많이 든다.


더군다나 일기는 꼭 나 자신에 대해서만 쓰는 기록도 아니다. 다른 사람의 천사성에 대해서도 기록하고 이로 부터 배울 수 있다. 나와 세상의 천사성에서는 좋은 것을 배우고, 나와 세상의 악마성은 반면교사와 성찰반성의 기회로 삼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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