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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비무빙 May 25. 2021

사랑은 어디에

: [영화, '마리']


 사랑하는 사람의 전 남자친구를 만났다. 사랑했던 사람의 현 남자친구를 만났다. 영화는 투 샷(Two Shot)의 하이앵글로 두 사람을 마주하고, 두 사람을 비교한다. 현 남친은 깔끔한 정장 차림으로 제철이 아닌 토마토 주스를 주문하고, 전 남친은 편안한 의상에 커피를 주문한다. 서로 누가 계산할지 실랑이를 벌이다가, 전남친이 동전으로 계산을 한다. 영화는 떨어지는 동전과 함께 떨어진다. 그가 느끼는 감정선을 따라는 듯하다. 

 영화의 초반은 두 사람이 왜 만났는지 설명해주지 않는다. 그저 서로가 서로에게 불편한 존재일 뿐이다. 행동 하나, 하나가 서로에게 거슬린다. 서로가 서로에게 거슬리지 않기 위해 그들은 마주 앉지 않고, 창가에 앉아 밖을 바라본다. 너무나 반대되는 사람이 서로에게 적대적이고, 신기해하면서 서로를 곁눈질하며 쳐다보고 있다. 대화를 유심히 들으면, 두 사람의 관계에 ‘마리’란 여성이 존재함을 알게 된다. 영화는 이들의 대화를 계속해서. ‘오버 더 숄더 샷’으로 촬영한다. 각자 각자의 나름대로 서로가 불편한 사람이며, 어쩔 수 없이 신경이 쓰이는 존재라는 사실을 계속해서 상기시켜준다. 이들의 관계는 어쩌면 무관할 수도 있었던 그들이었지만, 결국 한 여성과 묶이게 되므로 필연적으로 서로에게 영향을 줄 수밖에 없는 것이다.  


 현 남친은 전 남친을 유심히 관찰한다. 그런 현남친에게 전남친은 왜 그리 쳐다보냐고 버럭 화를 낸다. 현남친은 그저 어린 것 같아서 쳐다본다고 답한다. 하지만 그는 정말 어린 것 같아서 쳐다보는 것일까. 두 사람은 너무나도 다르기에 서로에게 없는 것을 서로가 가지고 있다. 영화는 그렇게 서로를 통해서 느끼는 자신의 자격지심을 확인한다.


  자신이 사랑한, 사랑했던 여성이 무엇 때문에 이 사람을 사랑했을까를 알기 위해 서로를 유심히 쳐다보지만, 결국 그 사람의 장점이 아닌 자신의 부족함을 마주한다. 결국, 그렇게 자신의 단점을 찾게 되는 순간 작품은 그간 오버 더 숄더 샷으로 서로의 이야기를 들려주다가 원 샷의 미디엄 샷으로 자기 자신을 바라보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현남친은 모든 것이 완벽해 보이는 사람이지만, 그 여성이 나를 사랑하긴 하는가에 대해서 확연하게 답하지 못한다. 그저 자신은 ‘마리’를 많이 사랑할 뿐이라는 답을 전한다. 이 순간, 앵글은 현 남친을 미디엄 샷으로 잡아서 마리가 정말 자신을 사랑하는가 스스로에게 질문하게 된다. 그 답에 시원하게 답을 하지 못한 현남친은 일부로 전 남친의 가장 아픈 곳을 건드린다. 전남친에게 ‘마리에게 사장이 그리 좋지 않다고 들었어요’라는 말을 던지며, 전남친보다 자신이 우의를 점할 수 있는 경제적 여건을 건드린다. 


 전남친은 경제적 상황이 여유롭지 않았으나, 수술비를 부담하겠다고 말한다. 당장의 아르바이트 일정 전화가 오고서, 그는 더 강하게 자신이 괜찮음을 증명하기 위해서 현남친에게 욕을 하며 자신의 경제적 여견을 증명하고자 한다. 전남친은 결국 자신이 경제적 여건에서 이기기 어렵자, 현남친의 악점을 건드리자 한다. 마리가 자신을 더 사랑했다는 사실을 증명하고자 하는 것이다. 없는 번호라고 뜨는 전화기를 붙잡고, 그는 끝까지 자신의 패배를 부정하기 위해 계좌를 달라고 화를 낸다. 그렇게 서로는 자신의 자격지심을 서로를 통해서 마주하게 된다. 


 카페에 나와 도로를 걷던, 전남친은 결국 주저앉아 오열한다. 그런 그에게 다가가 현남친은 어깨를 토닥이고, 일으켜 세워 안아준다. 그 순간 3호선 버터플라이의 ‘사랑은 어디에’란 노래가 흐른다. “내 마음은 속절도 없이, 드넓은 그림자 속을 한없이 걸어가네. 그림자 드넓은 속 깜빡이네” 결국 두 사람의 대화는 사랑하는 사람이 사랑하는 이를 마주해, 자신의 드넓은 그림자를 마주하게 되는 것이다. 그동안은 애써 무시하였던 사실들을 마주한다. 결국 사랑은 자신의 아킬레스건을 마주해, 쓰라린 고통 그 자체가 되어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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