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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격보다 태도가 먼저였다

by Eunhye Grace Lee

사회복지사가 되기 위해서는 자격이 필요하다.

정해진 교육과정, 실습 시간, 시험, 그리고 국가가 부여하는 자격증.

어느 나라든 사회복지라는 전문성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그 나름의 제도적 관문을 통과해야 한다.

하지만 내가 외국에서 사회복지사로 일하기 시작했을 때, 현장에서 더 먼저 요구되었던 것은 그런 자격이나 지식이 아니었다.

태도였다.

사람을 대하는 자세. 그리고 그 마음을 끝까지 지켜내려는 태도.


일본에서 사회복지사 자격을 취득하기 전까지, 나는 통역이나 행정 보조 업무를 통해 다문화 가정, 외국인 고령자, 지역 커뮤니티를 지원하는 일을 맡고 있었다.

자격이 없는 상태였기에 나는 항상 한 걸음 뒤에 서 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내게 “고맙다”고 말해준 사람들은 내 일본어가 유창했기 때문도, 전문용어를 잘 설명했기 때문도 아니었다.

그들이 기억한 건, 내가 천천히 반복해서 설명해주었던 장면, 도움이 안 될까 조심스레 한 걸음 물러섰던 태도, 그리고 진심으로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려 했던 표정이었다.


자격은 중요하다.

전문성은 실천의 신뢰를 만든다.

하지만 자격은 출발선에 불과하며, 그 이후의 길을 어떻게 걸어가는지는 전적으로 ‘사람을 향한 태도’에 달려 있다.

사회복지사는 결국,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함께 울고 웃으며, 그 사람의 삶에 조금 더 안전한 바닥을 만들어주는 역할이다.

그 과정에는, 가장 먼저 "나는 이 사람을 진심으로 대하고 있는가"라는 스스로에 대한 질문이 필요하다.


나는 외국인 사회복지사다.

언어는 여전히 서툴 때가 있고, 문화적 오해가 발생할 때도 있다.

가끔은 자격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나 자신을 불완전하게 느끼는 순간도 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나는 초심을 떠올린다.

누군가의 삶을 가볍게 보지 않겠다는 약속.

그리고 자격보다 먼저 마음을 내어놓았던 그 시절의 나.


지금도 나는 매일의 실천 속에서 배우고 있다.

자격증 한 장이 나를 완성시켜준 것이 아니라, 그 자격을 어떻게 살아내느냐에 따라 사회복지사의 무게가 달라진다는 사실을 시간을 통해 배워가는 중이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경청하고, 기다리고, 물러서고, 다가간다.

그 태도가 결국, 내가 이 일을 계속하게 만들어주는 가장 큰 힘이라는 것을 알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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