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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박 Jan 10. 2020

브런치, 우연히 찾은 위로의 공간

구독자분들께 감사드리며


안녕하세요. 라박입니다.


오래간만에 접속한 브런지에 구독자 수가 159명인 것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짧게나마 구독자분들께 인사 말씀을 한 마디라도 드려야 할 것 같아 이 글을 씁니다.


우선 보잘것없는 글들에 공감을 해주시고, 응원의 댓글들을 많이 남겨주셔서. 무엇보다도 구독 버튼을 서슴없이 눌러주셔서 깊이 감사드립니다. 댓글에 하나하나 답을 달아드리진 못하지만 이렇게나마 감사함을 전하고자 합니다.


제게 브런치는 우연히 찾은 안식처가 되었습니다.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참 오래도록 해왔는데, 어떻게 시작을 해야 할지 방법을 찾는데 시간이 좀 걸렸던 것 같습니다.


브런치와의 만남은 정말 우연이었습니다. 더 놀고 싶어 하는 아이를 겨우 재우고 어두운 방 침대에 누워 이리저리 휴대폰을 만지작 거리던 날이었어요. 학교에서도 무척 시달렸던 날이었는데, 그날따라 아이도 절 많이 힘들게 했지요. 툭 건드리기만 하면 다잡고 있던 마음들이 와르르 무너질 것 같은 기분이었습니다. 내 마음과 생각들을 털어놓을 수 있는 글을 쓰고 싶은 열망이 그날따라 맹렬히 치솟았습니다.


다시 블로그를 열까, 개인 홈페이지를 다시 만들어볼까 하며 이리저리 검색을 하다가 우연히 브런치를 발견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글을 쓰려면 작가 승인이라는 걸 받아야 되더군요. 잠깐 고민을 했습니다. 그냥 바로 글을 쓸 수 있는 블로그를 열까... 하고요.


블로그에 올리든, 브런치에 올리든 일단 글이나 써보자 싶어 그날 밤에 그냥 글을 하나 썼습니다. 그다음 날 밤에도 아이를 재우고 누워서 휴대폰으로 글을 하나 더 써봤지요. 한동안 제 마음을 가장 괴롭히던 일들에 대해 솔직하게 써버렸어요. 두 번째 글을 저장하고, 에라 모르겠다 심정으로 새벽에 누워서 휴대폰으로 작가 신청을 하고 잠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다음날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작가 승인 메일을 받았습니다. 브런치 담당 직원분의 성실함에 놀라며, 글을 쓸 수 있는 기회를 열어주신 것에 감사했습니다. (작가신청할 때 썼던 첫번째 글이 현재 브런치에서 가장 많이 읽힌 <시어머니에게 며느리의 일이란> 입니다)


그렇게 브런치 계정은 열렸지만, 어떤 콘셉트로 어떤 정체성으로 글을 쓸지는 결정되어있지 않은 상황이어서 며칠 동안 고민을 많이 하게 되었습니다. 가장 고민했던 것은 현실 속의 제 정체성이 드러나지 않는 새로운 정체성을 만드는 것이었어요. 타인의 눈에 '보이는' 직업을 가졌기에, 보다 자유로운 글쓰기를 위해서는 현실 속의 제 자신을 완전히 숨겨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무엇보다도 글쓰기의 가장 큰 목적은 저 스스로를 위로하는 데 있었으니까요. 이렇게 할까, 저렇게 할까, 한참을 고민하다가 '라박'이라는 새로운 정체성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그러던 중 <브런치 북 출판 프로젝트>를 알게 되었어요. 브런치 쪽에서 계속 공지글을 보내와서 모를 수가 없었지요. 최소 10개 이상의 글을 써서 브런치 북을 만들어야 응모가 가능하다고 하더군요. 응모 마감일이 11월 17일이었는데, 10일 정도밖에 안 남은 상황이었어요. 하루에 하나씩 글을 써야 응모가 가능하게 된 것이지요.


이왕 시작한 거, 응모도 해보자 싶어서 '1일 1글'을 목표로 삼았습니다. 이런저런 일들을 마무리해놓고 집에 가기 전에 1편씩 글을 써나갔습니다. 하지만 주말엔 아이 때문에 글을 쓰는 것이 불가능하니, 주말을 앞두고는 하루에 2-3개의 글을 쓰기도 했습니다. 재우고 누워서도 글을 쓰고, 새벽에 일어나서도 글을 썼습니다. 마감일 하루 전날에는 주말이라 집에 온 남편에게 아이를 잠깐 맡기고, 마지막 10번째 글을 쓰기 위해 카페에 가기도 했답니다. 지금 생각하니 왜 그렇게 열심히 썼는지 모르겠습니다. 더 신기했던건 쓰면 쓸수록 쓰고 싶은 이야기가 계속 생각이 났다는 것입니다.  


결론적으로는 출판 프로젝트에 성공하진 못했습니다. 하지만 갑자기 주어진 '마감일' 덕분에 정말 미친 듯이 10개의 글을 쏟아내는 시간을 경험하면서 제가 많이 행복해졌습니다. 글을 한 편씩 써갈수록 기분이 무척 좋아지고, 긍정적인 생각들을 많이 하게 되더라고요. 이번 기회를 통해 제 스스로에 대해 조금 더 알게 된 것 같습니다. 저는 무언가 써야 하는 사람인 것이라는 걸요.


앞으로도 이 곳은 현실 속의 저를 드러내지 않지만, 그 어떤 곳에서보다 솔직한 제 마음과 이야기, 시선들을 담아낼 수 있는 곳으로 만들어가려고 합니다. 그래서 저는 여기에 있기도 하고, 또 없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함께 해 주셔서, 공감과 위로를 보내주셔서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2020년 1월

라박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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