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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즈 Dec 31. 2024

2024년의 문을 닫으며

1월부터 꼬박 열두달을 환자로 살았던 2024년이 저문다. 

한 해가 저문다는 것은 그것만으로도 위로가 된다. 

힘들었고 아팠고 외로웠고 막막했던 한 해가 저문다.


그러나 아프기만 했던 시간은 아니었다. 

나를 돌보는 시간이었다.

그간 하지 않았던 몸과 마음을 돌보는 일, 사는 공간을 돌보는 일, 살기 위한 '살림'을 시작했다. 


사람들의 지지와 부축은 나를 울게 했다.

그 눈물의 뜨거운 온도로 암세포를 녹였다.

소중한 사람을 깊이 알게 된 것도 2024년이 내게 준 선물이다. 



올해 잘한 일 중 하나는 브런치에 글을 쓴 것이다. 

브런치에 25편의 글을 남겼다. 

글쓰는 시간을 통해 나를 돌아봤다. 글로 남기지 않았다면 흩어졌을 감정을 기록으로 남겼다. 


처음 브런치 문을 열고 들어온 9월엔 쭈뼛쭈뼛 눈치만 살폈다. 모든 것이 낯설었고 난 이방인인 것 같았다. 

시간이 지나면서 나도 이 곳의 주민이 되어갔다. 

그리고 월요일 연재는 매우 중요한 일과가 되었다.

이 루틴이 깨진 것은 12월 3일 이후다. 일상이 깨져버렸다. 제주항공 참사까지 더해 글을 집중해서 쓰기가 힘들어졌다. 


12월에 글을 쓰지 못했는데도 그간 쓴 글을 유방암 수술, 교사 질병휴직, 난소 낭종 키워드로 검색해서 들어온 사람들이 읽고 있다. 누군가에게는 도움된다니 다행이다. 월요일이면 책상에 앉아 글을 써댄 보람이 있다. 

학교에 돌아가기 전에 올해의 기록을 마무리해야하는데.....

일상의 평온함을 되찾고 싶다. 




어제는 학교에 갔다. 

내년 복직의사를 밝히고, 업무분장희망원을 내고 왔다. 


학교에 정말 가기 싫었다. 

복직도 하기 싫고, 그래서 복직원 내러 학교에 가는 것도 너무 싫었다. 

그러나 내년에 복직하지 않으면 학교에 돌아가는 것이 더 힘들어질 것 같아서 내년에 복직하기로 결정했다. 

교감선생님이 12월에 학교에 한 번 오라는 이야기에 알았다고 대답해놓고는, 12월 30일이 돼서야 도살장 끌려가듯 학교에 갔다. 


건강한 라이프 스타일을 유지하며 학교일을 하는 것은 가능할까?

스트레스를 받으면 어쩌나?

또 무리해서 탈나면 어쩌지?


이런 걱정들이 학교 가는 것을 두렵게 했다.


그런데 막상 학교에 가보니, 내가 가진 두려움은 허상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학교에 가니 학교가 그렇게 싫지 않았다.

생각보다 두렵지 않았다.

22년을 했는데 뭔들 못하겠나 싶은 마음이 들기도 했다.


힘 빼고 살아보기

건강을 우선으로 생각하고 살아가기

일 벌이지 말고 주어진 일만 하면서 살기


새해엔 그렇게 해보려고 한다.

해야 솟아라!

새롭게 시작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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