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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연창 Jun 09. 2023

 야구와 달리기 그리고 부상

코치는 러닝에 대해서 알고 있는가?

12년 전 강진 겨울 하얀 눈이 소복이 쌍인 강진 베이스볼 파크에서 야구 선수들이 열심히 러닝을 하고 있었다. 이른바 폴 앤 폴, 대한민국 야구 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모습이지만 당시 미국에서 트레이닝 공부했던 프로팀 초보 트레이너에게는 충격적인 모습이었다. 미국에서 공부할 당시만 하더라도 과도한 러닝은 파워 스포츠인 야구의 퍼포먼스를 저하시키기 때문에 지양해야 한다고 배웠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대한민국 야구의 특이한 트레이닝 문화인지 아니면 정말 필요한 훈련인지 모르지만 나 또한 러닝 문화에 동화되어 갔다. 그 시절 가장 큰 의문점은 대한민국 최고의 인기 스포츠 프로야구에서 전혀 과학적으로 러닝을 접근하지 않는 이유였다. 어느 누구도 과학적으로 러닝(달리기)를 설명하지 않았다. 달리기는 보약이라고 하여 지쳐 쓰러질 때까지 훈련을 진행하고 달리던 중 발생하는 부상은 선수의 탓으로 넘어가기 일쑤였다.


야구 선수들의 러닝 훈련 


어떤 지도자는 하루에 8km 이상을 뛰어야 한다고 했는데 훈련 강도는 얼마나 되어야 하는지 쉬는 시간은 얼마나 필요한지 그때그때마다 달랐다. 심지어 게임에 지면 어마 무시한 달리기를 체벌로 수행했는데 트레이너인 나에게 그 시간은 마치 지옥과 같았다. 결론적으로 몇 년 후 나는 1군 트레이닝 코치가 되어 좀 더 과학적인 달리기 접근법을 선수들에게 적용하였고 수년 동안 특별한 부상자 없이 상위권의 방어율을 유지할 수 있었다. 그 후 나는 달리기에 대한 공부를 위해서 실업 럭비팀 체력 코치로 이직을 하였으며 달리기와 관련된 전문 서적을 몇 권 번역하고 달리기 및 스프린트와 관련된 교육을 대학에서 강의하고 있다.


1)     아직 아무것도 변하지 않다. 

필자는 달리기 및 스프린트 전문가로서 관련 서적 몇 권을 번역하였으며 대한 축구 피지컬 코치 협회 세미나, 한국 축구 과학회 워크숍, 대한 체력 코치 협회 세미나 등에서 빠르게 달리기 위한 안전하고 과학적인 트레이닝 방법을 발표하였다. 나름대로 달리기 훈련법에서는 체계적인 적용 프로세스를 가지고 있는 전문가이지만 다른 스포츠가 아닌 야구 현장에서는 허공에 소리치는 메아리에 지나지 않는다. 강진 훈련 이후 12년이 지났지만 현장은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다. 사실 야구라는 스포츠 자체가 게임에서 달리기의 비중이 크지 않다. 축구나 럭비와 같은 달리기 기반의 스포츠에서는 달리기 메커니즘과 운동 생리학적인 연관성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야구는 과학과 연관된 설명 없이 폴대와 폴대를 이용한 달리기에 집착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런 경향은 지금까지도 이어져 많은 아마추어 야구팀 심지어 프로야구팀조차도 숨이 막히고 종아리와 허벅지가 터질 정도의 통증을 이겨내며 힘들게 뛰어야만 야구를 잘할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만약 이와 같은 훈련 방식이 우리나라만의 독특한 훈련 문화 방식이라면 필자는 트레이닝 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입장에서 비판을 하거나 비난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문화를 문화로서 존중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화를 넘어 달리기를 좀 더 과학적이고 체계적으로 접근할 필요성이 명백히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조선 시대부터 이어진 문화가 전통이라 하여 최첨단의 현대 시대에도 계속 이어져야 한다는 것은 어폐가 있다. 그런 의미에서 필자의 글이 현장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방식은 무엇보다 부상의 예방이라고 생각한다. 선수들과 지도자들에게 가장 큰 관심사는 부상일 것이다. 달리기의 중요성, 생리학적 효용, 생체역학적인 측면들은 뒤로하고 달리기에 의해서 발생할 수 있는 부상과 관리법에 대해서 먼저 설명하는 것이 옳을 듯하다.

 

2)     달리기에 의한 부상 

달리기는 운동선수에게 가장 중요한 능력이다. 어떤 종목에 서든 빠르게 달릴 수 있는 능력은 운동선수의 전체적인 탄력성, 내구성, 폭발적인 파워가 강하다는 것을 알려준다. 그런데 달리기를 잘하기 위해서 많이 뛰어야 한다는 것은 조금 잘 못된 생각이다. 무엇보다 달리기는 부상의 위험성을 많이 내포하고 있어 발목 부상, 종아리 파열. 무릎 및 골반 그리고 허리 통증 등을 유발할 수 있는 다양한 위험 인자를 가지고 있다. 달리기는 철저한 관리와 회복 계획 없이는 선수의 퍼포먼스를 저하 시킬 수 있는 양면의 칼을 지니고 있다.


1)     후천성 평발 및 아치의 무너짐 

정상적인 아치는 발의 탄성을 만들어 강한 러닝에 도움이 된다. 그러나 과도한 러닝 훈련 후 적절한 회복이 뒤따르지 않는다면 정상적인 아치는 무너지고 발목의 불안정성과 발바닥의 통증으로 이어져 선수의 운동 수행 능력을 극도로 저하시킨다. 무너진 아치는 신체 하중을 이겨내지 못하고 한발 중심 서기를 불가능하게 해 골반의 힘을 회전력으로 전달하지 못하게 한다.


비정상적인 아치의 무너짐 


비정상적인 발바닥 아치의 무너짐은 경골에 위치한 전경골근의 기능 이상으로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 폴 앤 폴과 같은 중장거리 훈련을 진행하게 되면 경골 앞에 위치한 전경골근이 과도하게 수축하게 된다. 이렇게 과도하게 수축된 근육을 적절하게 풀어주지 않으면 발목의 가동성이 감소하며 종아리 근육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게 된다. 종아리 근육은 제2의 엉덩이 근육이라고 불릴 정도로 몸을 전방으로 밀고 나가는데 매우 중요한 근육이다. 전경골근의 이상으로 인하여 종아리 근육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면 경골의 피로골절이나 종아리 근육 파열로 이어져 4~6주간 모든 야구 훈련을 참여하지 못하게 될 수도 있다. 이와 같은 부상의 예방은 의외로 매우 간단한데 러닝 훈련 후 10~15분 동안의 정리 운동과 폼롤러를 이용한 자가 근막 이완 요법으로 상당 부분 위험도를 줄일 수 있다. 열심히 달리는 것만이 연습이 아니라 훈련 후 정리 운동 까지를 연습의 완성으로 생각해야 성장하는 우리 야구 선수들이 부상의 위험으로부터 벗어나 다음 훈련을 온전히 참여할 수 있다. 


러닝에 의해서 과활성 되는 전경골근 

1)     폼롤러를 이용한 자가 근막 이완법 

앞서 언급한 전경골근과 종아리 근육은 과도한 달리기 훈련에 의해서 강하게 수축될 수 있다. 근육은 힘줄이라는 끝 지점에 이어져 뼈에 부착되어 있다. 따라서 훈련 후 과도한 근 수축 이후 적절한 회복과 관리가 뒤따르지 않는다면 아킬레스 건염과 피로골절에 의한 정강이 통증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하지만 모든 아마 추어 팀에 선수들을 적절히 관리해 줄 “선수 트레이너(Athletic Trainer)”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선수 스스로 관리할 수 있는 자기 주도적 회복 훈련을 지도할 필요가 있다. 자가 근막 이완(Self-Myofascial Release)는 요법은 폼롤러나 기타 장비를 이용해서 스스로 과도하게 수축된 근육을 관리할 수 있는 도구로서 훈련 전후로 약 15분씩만 투자하면 만성적인 근육 수축과 피로로 인한 부상을 상당 부분 예방할 수 있다.


폼롤러는 이용한 전골경근 및 종아리 근육 자가 근막 이완 


1)     맺음말  


달리기 훈련은 고도로 체계화된 전문가에 의해서 메커니즘과 운동 생리학적 타당성에 훈련되어야 선수들의 퍼포먼스를 향상시킬 수 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부분이 너무나도 많다. 이러한 부분들을 고려하진 못하더라도 현장에서 선수들에게 폼롤러를 이용한 관리 요법을 꾸준히 지도한다면 성장하는 청소년 선수들이 만성적인 근 수축으로 인해 부상을 당하는 일을 예방할 수 있다. 선수의 미래를 생각한다면 달리기 후 꼭 회복에 신경 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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