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추어 선수들에게 프로 선수가 되어서 깨닫는 것들을 어떻게 지금 전달하고 느끼 게 할 수 있을까?”
필자가 베이스볼 코리아 측으로 부터 칼럼을 의뢰 받고 고민했던 문제이다.
작년 8월 당시 팀을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았던 때라 아마추어 선수들의 생각이나 훈련 상황들을 전혀 알지 못해 원론적으로 저런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이제 시간이 몇 개월 지나고 선수들의 상황과 고민 그리고 부모님들의 애로 사항을 하나둘씩 듣다 보니 내 생각의 방향이 조금 잘못되었음을 느꼈다. 나는 기존의 지도자들처럼 선수들에게 “어떻게” 해야만 좋은 선수가 되는지를 고민했지 한 번도 “왜”라는 생각의 여유 공간을 그들 에게 심어 주어 못했다. 우리의 훈련 환경은 발전과 영광에만 치우쳐져 있다. “어떻게 하면 더 강하게 멀리 배팅을 할까요”, “어떻게 하면 구속이 빨라질까요” 이런 질문과 방법론들이 주류를 이루다 보니 선수가 개인이 느껴야 할 의문에 대해서는 다소 무시하는 경향이 강하다.
꽤 오랫동안 프로팀에서 트레이너 및 코치로 근무하면서 느낀 점은 반드시 자신만의 야구를 하는 선수가 성공한다는 점이다. 수많은 전체 1번 선수들이 실패한 이유는 강하게 던지고 배팅하는 기능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프로 선수가 가져야 할 본인만의 야구에 대해서는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있다. 그렇다면 본인만의 야구는 무엇인가? 이제 던지고 치고 빠르게 던지는 것만이 아닌 진짜 프로선수가 되기 위한 몸 관리 방법에 관해서 설명하고자 한다. 이 내용이 전달에만 끝나지 않고 선수 학부모 지도자들이 선수 자신만의 야구에 대해서 도와주고 이끌어주는 과정에 꼭 들어맞는 한 부분이 되길 바란다.
던지고 치고 달리는 것만이 야구가 아니다.
아마 추어 선수들과 함께 있다 보면 힘들고 우울한 표정을 짓다가도 야구공과 글러브만 주어지면 재미있게 볼을 던지고 받는다. 야구를 좋아하는 선수들이니 당연하다. 그러나 야구는 던지고 치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다. 가장 기본적인 동작일 수 있으나 그런 동작을 위해서는 가장 간단한 팔 관리 및 훈련량을 조절하는 요령부터 스스로 관리할 수 있어야 한다.
아마 추어 야구 선수들에게 가장 많이 나오는 부상의 유형이 과사용(overuse)과 깊은 관련이 있다. 초등학생 선수가 팔꿈치 연골 이식술을 하고 뼈에 구멍을 뚫는 천공술을 하는 것은 계획 없이 무분별하게 볼을 많이 던진 것과 직접적으로 연관된다. 훈련의 기본 원칙 중에 과부하 및 점진성의 원리가 있다. 모든 훈련에 있어서 적용되는 이 원칙은 훈련 기간 동안 강도와 양을 단계적으로 조금씩 늘려나가야 함을 의미한다.
점진적 또는 과부하의 훈련 원칙을 바탕으로 훈련량을 늘려나가는 방법 중에 대표적인 예가 ITP이다. Interval Throwing Program의 약자로서 우리나라 말로 직역하면 단계별 던지기 프로그램이다. 주로 어깨나 팔꿈치에 부상이 있는 선수들에게 적용되는 점진적 던지기 과부하 훈련법이다.
아래 표는 필자가 프로야구팀의 재활군 트레이너로 근무할 때 작성 했던 ITP프로그램이다. 프로그램을 진행은 매우 세밀하다. 그날 던진 거리와 강도 그리고 통증의 유무를 매일 기록해 던지는 양을 조절한다.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던지는 영상을 촬영하여 기술 코치와 함께 분석하면서 부상을 유발했던 기술적 오류를 선수와 함께 상의해 나간다.
그림 1 프로야구팀에서 사용하는 ITP프로그램
ITP는 우리나라에서 부상 복귀 선수들을 위해서 사용되는 것으로 인식되지만 실제로 미국에서는 선수들의 던지는 훈련량을 조절하고 관리하기 위한 일반적인 훈련에서도 사용된다. 즉 평소의 훈련에서도 무조건 많이 던지는 것이 아닌 철저하게 계획하여 부상과 컨디션의 저하를 예방한다. 야구에서 발란스가 좋다. 나쁘다는 말이 많이 쓰인다. 발란스는 메카닉이 좋다. 힘을 잘 쓴다는 의미로 전환될 수 있다. 훈련량의 조절은 발란스를 유지하기 위해서도 중요한데 연습을 위해서 며칠 동안 연속으로 과도하게 볼을 던진다면 부상의 위험성에 노출되며 한번 부상을 당하게 되면 몇 달 동안은 제대로 볼을 던질 수 없게 된다.
단계적인 훈련량의 조절은 이런 의미에서 최상의 경기력을 위한 계획적인 토대가 되며 스포츠 선진국에서는 감독 코치 및 팀의 전 스태프가 계획을 따르게 된다. 이러한 체계적인 훈련량의 계획을 주기화 Periodization라고 하며 선수의 부상을 예방하고 최상의 경기력을 위해서 진지하게 고려돼야 한다.
오늘을 위해 살지 않는다.
앞서 이야기한 훈련량의 적절한 조절은 많이 던지고 많이 배팅 쳐야 하는 한국 문화에서 언뜻 이해가 안 되는 방법론일 수 있다. 함께 운동하고 있는 선수의 상황을 예로 들어보겠다. 며칠 전 고등학교 포수와 훈련량에 대한 대화를 오랫동안 나눈 적이 있다. 선수는 자신이 던지는 폼이나 송구의 강도 및 정확성이 좋지 않다고 생각하여 며칠 동안 많은 양의 송구 훈련을 자의로 수행하였다. 많은 양의 훈련을 한 이유는 실력이 빠르게 늘지 않는 현재의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많은 양의 송구 훈련은 마음을 편안히 하고 조급함을 줄여 주었지만 상완 이두근이 붓고 손이 저리기 시작하였다. 다시 말해 부상 직전의 상황을 맞이하게 된 것이다. 이런 경우 제대로 훈련을 하기도 전에 부상 우려로 인해 더 이상 훈련을 진행할 수 없게 된다.
앞서 언급했지만 아마추어 선수들이 겪는 대부분의 부상이 계획되지 않은 무분별한 “열심”에 의한 훈련법 때문이다. 나는 그 선수에게 한 가지 제안을 했다. “만약 네가 매일 50개씩의 훈련을 진행하면서 3일 훈련 후 하루 휴식의 루틴을 지키며 팔이 저리거나 상완이두근에 과도한 붓기가 있을 때 훈련량을 줄인다면 한 달 후 너는 부상 없이 한 달에 1000개의 송구 연습을 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네가 매일 150개씩 던지게 된다면 길어야 며칠 안에 부상이 재발하고 훈련의 총량은 줄어들게 될 것이다. 네가 야구 선수로써 꼭 명심해야 할 것은 훈련의 양과 질을 스스로 디자인하고 적절한 양의 송구 횟수를 찾거나 충분히 어깨가 강해질 때까지 트레이닝을 하면서 기술 훈련의 양을 조절해야 하는 습관이다.”
이 선수와의 대화의 핵심은 조급함을 버리고 체계적인 계획을 바탕으로 본인의 훈련량을 최적의 상태로 조절하는 방법이다. 어려운 것은 없다. 자신의 평소 부상 상태를 바탕으로 적절한 훈련량을 조절하는 방법을 스스로 익히는 방법이다. 야구에서 잘 행해지지 않지만 럭비팀에서 주로 행해지는 개인의 통증 자각도 Rating of Perceived Exertion라고 불리는 아래 표는 아침에 본인의 몸 상태를 파악하는 데 사용되거나 운동 중 또는 운동 후 운동의 적절성을 판단하는 주관적인 기준이 된다. 가령 어제 송구 80개를 연습했는데 오늘 아침에 팔꿈치나 어깨의 통증이 6을 넘어간다면 어제의 훈련으로 무리가 온 것으로 간주하여 훈련을 쉬거나 어제의 송구보다 줄여 30~40개만 던지는 방식이다. 팀의 훈련으로 인해 부상이 오는 경우도 있으나 선수 본인의 의지와 조급함으로 부상이 올 수 있으므로 이런 통증 자각도에 대한 이해는 반드시 필요하다.
그림 2 통증 자각도
성공한 선수는 모두 자기 주도적인 경향을 가지고 있다.
프로팀에 오랜 기간 근무하면서 어느 정도의 성공을 거둔 선수들은 모두 자신만의 루틴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대표적인 예로 NC다이노스에서 활약했던 해커는 불펜 피칭을 거르고 선발 로테이션을 소화하는 경우가 많았으며 류현진 선수 또한 불펜 피칭을 안 하고 선발을 던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40 홈런-40 도루를 기록한 에릭 테임즈 선수 또한 부상에 대한 각별한 주의를 기울였는데 자신은 시즌 중 과도한 러닝을 절대 하지 않는다고 이야기했다.
그 이유는 마이너리그 시절 코치의 지시로 러닝 중 햄스트링이 파열된 경력이 있어 필요한 러닝을 빠르게 10번 정도 뛰는 것을 선호했다. 이렇듯 선수는 자신의 몸 상태를 알고 적절한 훈련량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나라의 환경에서 무슨 말이야!라는 핀잔의 목소리가 들릴 수도 있지만 최근에 상당히 많은 코치들이 선수에게 훈련의 양을 물어보고 조절해 준다. 오히려 선수 자신이 더 많은 투구 훈련과 송구 훈련 등을 하려고 하는 경우가 심심치 않게 보인다. 계획적이지 않은 과도한 훈련량은 반드시 부상과 발란스의 붕괴를 가져온다. 적절한 훈련량과 휴식을 가미한 훈련 계획은 부상으로부터 선수를 구하고 훈련의 총량을 증가시키는 이점을 가져온다. 앞에 이야기한 주기화란 개념은 아직 우리나라에서 생소하나 하루, 일주일, 한 달, 3개월., 1년 단위를 훈련 계획을 체계적으로 정립하고 자신의 몸 상태와 훈련량을 기록하는 이른바 훈련 일지를 기록하는 방법과 활용 계획을 섭렵하는 선수들이 프로 선수로서의 미래의 자신을 마주할 수 있는 기화가 높아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