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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찬기 Sep 02. 2020

나의 일본 야구 답사기 – 교세라 돔 오사카

오사카에도 돔의 영광을 2019년 8월 24일의 이야기

교세라 돔 오사카는 1997년 완공된 돔 구장으로 당초에는 오사카 돔이라는 심플한 이름으로 불렸지만 2007년부터 현재의 명칭으로 불리고 있다. 교세라 돔 오사카는 킨테츠 버팔로스의 홈구장으로 사용되었는데, 건설 당시부터 입지와 연계 교통 면에서 관중 동원에 대한 우려가 컸고, 결국 킨테츠 버팔로스는 비싼 돔의 유지비와 사용료를 견디지 못하고 팀을 해체하게 된다. 이후 킨테츠 버팔로스는 오릭스와의 합병을 통해 오릭스 버팔로스로 재탄생했고, 현재까지 교세라 돔 오사카는 오릭스 버팔로스의 홈구장으로 사용되고 있다.


교세라 돔은 애초부터 상업적인 고려보다 도쿄에도 돔이 있는데 오사카에도 있어야 한다는 일종의 라이벌 의식과 오사카 시 서부의 낙후된 지역에 대한 균형발전의 여론이 합쳐져서 지어진 구장이다. 따라서 강변의 좁은 공간에 구장을 건설하게 되었고, 옆으로 늘릴 수는 없으니 높게 짓게 되었다. 이렇듯 교세라 돔은 복잡한 사연을 갖고 있지만 여전히 칸사이 지방의 유일한 돔으로써 다양한 공연과 행사 등에 사용되고 있다.


두 번째 진짜 돔

멀리서 보이는 교세라 돔

나는 난바역 근처의 숙소에서 교세라 돔까지 걸어서 이동했는데, 약 30분 정도 소요되었다. 돔이 워낙 높고, 특이한 모양이어서 멀리서부터 눈에 띄었다. 강변의 큰 다리를 건너자 쇼핑몰이 돔을 둘러싸고 있었다. 외부 구조는 나고야 돔과 흡사하게 고가 통로가 둘러싸고 있고, 그 사이의 여러 게이트로 입장할 수 있는 구조였다. 또 내부 공간을 활용해서 VIP라운지나, 쇼핑몰, 구단 팀 스토어 등을 입점시켜 다양한 부대 수익의 증대를 노리고 있었다.

돔 외부 전경

내부로 들어가 보니 내부에도 다양한 먹거리와 굿즈 등을 판매하고 있었다. 또 내부 공간이 깔끔했다. 지어진지 20년이 넘은 구장인데도 불구하고 관리가 잘 된 느낌이었다. 교세라 돔에는 다양한 좌석이 구비되어 있는데, 내야 자유석과 외야 자유석이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다. 나는 내야 자유석을 골랐는데, 2700엔이라는 비교적 저렴한 가격임에도 그라운드와 가깝고 시야가 좋은 좌석에 앉을 수 있었다. 좌석을 더 세분화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오릭스 버팔로즈의 평균 관중 규모를 생각해보니 그 이유가 나름 이해가 되었다.

자리에서 보이는 뷰

공간 활용은 우수하다

'스카이' 박스

교세라 돔에는 스카이 박스와 외야 레스토랑 좌석 등 프리미엄 좌석들이 다수 존재했다. 스카이 박스는 그라운드를 둘러싸고 1층과 2층 사이 또 3층 상단에도 있었다. 돔의 굉장히 높은 부분에 위치해서 말 그대로 진짜 ‘스카이’ 박스였다. 교세라 돔은 앞서 이야기했듯이 좁은 부지 내에 큰 규모의 돔을 짓기 위해 높게 건설하는 방법을 선택했다. 따라서 돔 내부에는 무려 9층까지 존재했고, 에스컬레이터 외에도 많은 엘리베이터가 설치되어 있었다. 외야에는 레스토랑이 결합된 좌석이 있는데 티켓을 구매하면 음식이 제공되는 시스템이다. 내야에는 익사이팅석이 꽤 깊게 위치해서 파울라인이 많이 좁았다. 아무래도 타자들에게 유리한 구장으로 느껴졌다. 구장 내부에는 상당한 수의 광고들이 부착되어 있었는데, 광고판이 위치한 곳에 조명을 설치해서 광고가 더 잘 노출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있었다. 고급스러운 조명은 돔에 클래식한 분위기를 더해주었다.


야구는 지더라도 즐겁고 활기차게

주말 경기 답게 다양한 식전행사가 마련되어 있었다. 고등학생 치어리더 팀의 단체 댄스, 경기 전 그라운드에서 캐치볼 타임, 학생들의 국가 제창 등 우리나라에서도 볼 수 있는 이벤트였지만 오릭스 버팔로스 구단의 관중 유치에 대한 노력이 엿보였다. 그리고 공수교대 시간마다 구단의 리포터가 건배 타임이나 음식점 소개 등 마치 생생정보통을 보는 듯한 시간을 만들었는데, 활기찬 분위기가 느껴졌다. 돔에 입장할 때 풍선과 핸드 클래퍼 등을 나눠주는데, 지금까지 방문한 일본의 다른 야구장과는 달랐다. 풍선은 이후에 날리는 시간이 있는데, 자연스럽게 바람이 빠지도록 만들어서 천장까지 날아가지는 않았다. 올챙이 모양의 풍선이 일제히 날아가는 모습은 나름 장관이었다.

리포터의 열일시간

야구 빼고 다 잘하는 구단?

돔 내부는 아주 시원해서 자리에 가만히 앉아있으니 한기가 느껴질 정도였다. 나고야 돔도 시원했지만 교세라 돔은 시원하다 못해 다소 추운 정도였다. 더위를 많이 타는 나는 냉방이 아주 만족스러웠다. 구장의 층고가 높다 보니 웅장하면서도 갑갑하지 않아서 편안했다. 구장 내부는 아주 깔끔하게 관리되었고, 쓰레기통이 가득 찰 때마다 빠르게 비워지는 모습은 신기했다.

깔끔한 복도

팀 스토어는 앞서 이야기했듯이 다양한 내부 시설이 입점한 일종의 몰 같은 공간에 위치해 있는데, 규모가 매우 크고, 다양한 캐릭터 콜라보 상품과 마스코트를 이용한 상품들이 많았다. 특이한 점은 오릭스 버팔로스의 전신인 킨테츠 버팔로스의 BI를 이용한 상품들을 판매하는 코너가 있었다는 점과 오릭스 버팔로스가 소속된 퍼시픽 리그의 다른 팀들의 상품이 판매되는 코너가 따로 마련되어 있었다. 퍼시픽 리그의 통합 마케팅 현장을 볼 수 있었다.

팀 스토어 내부

오사카에도 돔의 영광을!

교세라 돔 오사카는 일본 제2의 도시로 불리는 오사카에 위치했지만 칸사이 지방에서 한신 타이거스의 인기에 밀린 오릭스 버팔로스의 홈구장으로 사용되어 퍼시픽 리그에서 가장 저조한 평균 관중을 유지하고 있다. 물론 2만 명도 채 안되던 평균 관중이 2019년에는 2만 4천여 명 규모로 증가하면서 많은 발전을 이루었다. 실제로 교세라 돔에 방문해보니 구단의 마케팅에 대한 다양한 노력이 돋보였고, 확고한 비전이 느껴졌다. 내가 느낀 교세라 돔은 활기차고 즐거운, 가족들이 방문하기 좋은 야구장이었다.


그러나 그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저조한 성적과 불리한 입지조건은 교세라 돔이 만원 관중으로 가득 차는 것을 방해하고 있다. 교세라 돔을 방문한 후 내가 느낀 점은 다양한 마케팅적 노력으로도 극복할 수 없는 부분이 분명히 존재한다는 것이다. 프로 스포츠 구단의 상업적 성공을 위해서는 여러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또 유기적으로 작용해야 한다. 구단의 성적도 관중들을 유인하는 중요한 요인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다.


교세라 돔은 오사카에도 돔이 있어야 한다는 도쿄와의 라이벌 의식을 통해 탄생했다. 요미우리 자이언츠와 함께 수많은 영광을 얻은 도쿄 돔과 같이 교세라 돔에도 오사카에도 영광의 시대가 오기를 기원해본다.

현장감이 느껴지는 동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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