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는 것은, 너무 빠른 세상
갑자기 솟구치는 짜증이나 화 같은 감정들은 이리저리 흔든 페트병 속 탄산음료 같다. 뚜껑을 열자마자 화산처럼 폭발하지만, 결국 그 뒤에 남는 것은 끈적함과 찝찝함이다.
요즘은 세상이 너무나도 빨라서, 빨라지면 안 될 것조차도 빠르게 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정보의 홍수 속에서 사람들은 '정보의 질'보다는 '정보를 습득하는 시간'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세 줄 요약, 15초 이내의 짧은 영상들과 같은 것들은 그 정보가 얼마나 정확한가, 얼마큼의 품질을 갖고 있는가 와는 상관없이 무분별하게 수용되고 받아들여진다. 이러한 것들에 익숙해지는 것은 상당히 위험한데, 삶에서 유용한 가치를 가지는 것들의 대부분은 이들처럼 이른 시일 안에 얻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객관적으로 불충분한 노력은 주관적으로 판단되어 '이만큼 했으면 됐지'라는 허무한 결말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