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목과 갈대
어떤 것에 꼿꼿이 맞설 줄도 알지만 때때로 부드럽게 흘려보낼 줄도 아는 태도에 관하여
코끝을 간지럽히는 샛바람이 머릿결을 살랑일 때마다 기분이 좋다. 언제든 불어와도 기분 좋게 맞이할 수 있다.
하지만 태풍이나 비바람은 어떤가. 피할 수 있다면 피하고 여의찮다면 막아야 한다. 아무리 거대한 수천 년의 거목이라도 쓰러지지 않으며 베이지 않는 나무란 없다.
이럴 땐 오히려 태풍에 맞서 싸우는 거대한 거목이 아니라 유유자적 흔들릴 수 있는 갈대가 되어야 한다.
중력과 반대로 움직이거나 강물의 물살과 반대로 움직이는 것과 같이 무언가를 거슬러 올라가기 위해서는 엄청난 에너지가 소모된다. 하지만 물길 따라 흘러가는 대로, 힘의 순방향대로 있는 것은 에너지가 소모되지 않는다.
항상 긴장하고 힘을 잔뜩 준 채로 살아갈 수는 없다. 부드럽고 현명한 태도는 나를 소모하는 일로부터 벗어나게 해주는 쉼터와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