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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디디 Apr 09. 2024

각성한 프로덕트 디자이너에게 글쓰기의 의미란

4년 차 프로덕트 디자이너의 브런치 도전기

2021년, 스타트업에 입사해 프로덕트 디자이너로 명함을 내밀 수 있게 된 지 3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요령이 없어 시간을 낭비하기도, 결과보단 끝내는 것에 초점을 맞췄던 적도 있지만 유능한 프로덕트 디자이너가 되고자 나름의 노력을 다했던 시간이었다.


하지만 내가 한 노력은 증명할 수 없고, 내가 가진 능력은 확신하기 어렵다.


제품을 만들기 위한 일련의 고민은 나만 알 수 있다. 내가 어떤 책을 읽고, 어떤 계획 하에 어떤 공부를 하는지 증명해야 하는 순간에 당도했을 땐 급조한 내용인지, 진실인지 타인의 판단이 결정한다.

나는 이 점을 이직을 위한 인터뷰를 거치며 깨달았다. 지난 3년간 나의 부족함을 동기로 이런저런 나름의 노력을 했지만, 가고 싶던 회사의 최종 탈락을 경험하며 증거 없는 노력은 면접관에게 그다지 매력적인 요소는 아니라는 것을 인정하게 됐다.


결정적으로 '나도 노력했는데 왜 몰라주지'라며 투정하기엔 증명할 거리가 넘치는 디자이너들도 많다.


그래서 이제는 프로덕트 디자이너로서 내가 내세울 수 있는 능력을 구체화하고, 이를 위한 소소한 노력을 기록하기로 결심했다. 팔리는 디자이너가 되기 위해 글을 쓰며 기대하는 점은 아래와 같다.






1. 나 자신을 알자

내가 어떤 사람인지 파악하고 이에 맞는 계획을 세우고자 한다. 나는 나로 NN 년을 살아왔으니 나에 대한 무수한 데이터가 쌓여있지만, 복잡하고 모순되기도 한 데이터들을 꺼내 정리하는 과정을 거쳐서야 스스로 생각을 정리할 수 있었다. 그런 점에서 '나에 대한 확신'이 글쓰기를 통해 기대하는 점 중 하나이다.


최근 읽은 [메타인지, 생각의 기술]이라는 책에서는 내가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을 판단하는 노 왓(know-what)을 통해 자신의 부족함에 대한 문제의식을 촉발하고, 이를 통해 개선점을 찾는 종합적 인지 과정으로 넘어가게 된다고 설명한다. 면접 단골 질문이기도 한(심지어 내가 면접관으로 참여할 때 직접 물어보기도 한다) 나의 '강점과 약점'을 이해하고 앞으로의 계획을 구체화하려고 한다.



2. 관점을 넓히자

프로덕트 디자이너라는 직업에 대한 만족을 느끼는 순간 중에는 같은 직군의 동료들과 각자의 생각을 나눌 때가 있다. 좋은 UX에 대한 정의는 다양하고, 하나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10명의 디자이너가 있다면 10개 그 이상의 솔루션이 나오기 마련이다. 이런 이유로 많은 주니어 디자이너들이 혼자 일하는 것을 걱정하고, 피드백의 부재에 위기감을 느낀다고 생각한다. 나 또한 현 회사에 동료 프디가 여럿 있지만 각자의 프로덕트를 담당하는 구조로 더 많은 디스커션을 나누지 못하는 것에 대한 갈증이 있다. 그리고 이런 갈증을 일정 부분 글쓰기가 해결해 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한다. 나의 생각을 먼저 공유하고, 이에 대한 여러 배경의 디자이너(혹은 유관 직군)의 생각을 들으며 더 폭넓은 관점을 함양하고 싶다는 원대한 목표가 있다.



3. 현타 완충제가 되어주라

직장인이라면 공감할 수도 있는데, 회사는 이익을 추구하는 집단이고 개인의 커리어를 예쁘게 쌓는데 도움이 되는 일만 할 수 없다. 성숙한 UX 조직에서 이상적인 '문제 정의-실험-데이터를 통한 검증' 이터레이션을 통해 짜잔 하고 제품을 성공시킬 수 있다면 참 좋겠지만, 스타트업에서 일하고 있는 나의 경험으로는 특정 고객사의 요구사항만을 위한 기능을 릴리즈하거나 당장의 매출을 위한 소모적인 업무도 하게 된다. 그리고 이런 일이 제품 성장을 위한 방향과 격차가 있다고 느낄 때 현타가 온다. 이런 류의 현타를 극복하는데 작던 크던 커리어 성장을 위한 활동을 하고 있는 것이 도움이 되었다. 일에서 느끼는 위기감을 조금이라도 해소할 수 있다고 해야하나. 또, 한때 작가를 꿈꿔봤을 정도로 생각을 정리하고 그것을 글로 풀어내는 과정을 좋아하기도 한다. 그런 점에서 종종 찾아올 현타의 완충제 혹은 유익한 취미로서 글쓰기가 도움이 되길 바란다.






이러한 기대를 충족하기 위해 결국 꾸준히 나의 생각을 글로 공유하는 것이 필요하다. 스스로 계획적이고 실행력이 좋다고 자부하지만, 지속하는 의지가 약점이라고 생각하는 만큼 글쓰기를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위한 장치도 마련해 뒀다. 합이 잘 맞는 동료 프로덕트 디자이너 두 분을 섭외해 글쓰기 스터디를 만들었다. 의지는 약하지만 책임감은 강한 나에게 정기적인 약속을 잡고 할당된 과업을 해야 하는 상황은 글쓰기를 지속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2024년이 끝날 땐 이 브런치가 나의 노력과 능력을 증명할 수 있는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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