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둘이 살까
한때 이른 안식년을 보냈던 내가 그 당시 썼던 시에는 유달리도 너와 둘이 사는 이야기가 많아. 내가 썼던 시에서 너와 나는 재개발구역에서 방 두 개짜리 집을 구해서 살기도 하고, 가만히 선처럼 누워 천장에 떠다니는 단어들을 망치질해 함께 살 집을 지어보기도 하지. 닭장을 만들고, 텃밭을 만들어 네가 좋아하는 부추와 내가 좋아하는 감자를 심자고도 했어.
사실 오래전부터, 사실은 오래전부터 너와 함께 사는 걸 꿈꿨나봐.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이야기같았지. 나는 외국을 떠돌면서 살아가고 있었고, 너는 한국에 터전을 잡고 있었으니깐. 우리 둘이 함께 살려면, 둘 중 누구 하나는 자신의 커리어와 삶을 희생시켜야했으니깐, 그리고 그건 우리의 옵션중 어느곳에도 들어있지 않았어. 적어도, 나에게는.
그런데, 니가 나와 함께 하러 오는구나. 한달이라는 짧은 시간동안, 니가 나랑 살러오는구나. 우리 둘이 살면 어떨까. 마치 초등학교때 소풍가기 전날처럼 설레고 잠이 오지 않는다. 소꼽놀이 같겠지, 진짜 사는건 다르다고 사람들은 말하겠지. 남들은 결혼도하고, 애도 낳고 사는데 서른 둘이 다 되서야, 겨우 짧은 동거에 설레여하는 내가 참 웃기다가도, 니가 오면 뭘 같이 할까, 뭘 같이 먹을까, 어떤 노래를 같이 들을까, 어떤 곳을 같이 갈까. 어떻게 같이 시간을 보낼까. 다시 또 설레여. 빨리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