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겐 이색 스포츠와 마찬가지였던 필라테스 수업이 3개월을 넘지 못하며 끝났다. 원래 하던 풋살과 헬스나 꾸준히 하지 왜 갑자기 필테냐고 물으신다면 거북목 예방 차원이었다. 여행할 때 찍은 내 사진들을 보고 충격을 받았는데… 바다 앞에 있는 인간 거북이 그 자체였으니까. 자연스러운 모습을 찍어주고 싶은 친구 덕분에 자연으로 돌아가고픈 거북이가 된 나를 마주할 수 있었다. 예방이 필요하단 걸 즉각 알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필라테스를 등록했다. 막상 상담받으러 가보니 남자 회원분들이 꽤 있어 다행이었고 맘 편히 결제까지 하게 되었다.
수업을 들으며 내가 지금까지 안 쓴 근육도 있구나 싶을 정도로 구석진 근육의 자극까지 느낄 수 있었다. 또 몸이 이렇게까지 떨려도 되는 건가 의구심이 들 정도로 부들부들. 눈치 없는 땀방울은 기구에 툭툭 떨어져 민망하다. 몇 번 호되게 당하고 되도록 필테가기 전엔 무리한 헬스는 하지 않는다. 필 받아서 이두와 삼두 달린 날에 상체 위주의 수업이라면 땀샘 폭발이니까. 3개월간 수업을 들었지만 아직까지 어려운 게 호흡법이다. 첫 수업 때 배우는 기본 중 기본이지만 가장 어렵다. 헬스 할 때도 마찬가지인데 힘을 줄 때 들숨인지 날숨인지 헷갈린다. 특히 필라테스에선 쌤이 숨을 들이마시고 내쉬는 타이밍을 알려주시긴 하지만 자신 있고 상쾌하게 숨을 내쉬는 수강생들과 달리 타이밍과 숨의 양이 어느 정도일지 아직도 어렵다. 호흡만 잘해도 살 빠진다던데 역시 살 빼는 건 숨 쉬는 것만큼 쉽지 않다.
운동도 몸이 적응하는 듯하다. 첫 필테는 확실히 운동이 되는 느낌이 들었지만 지금은 수업이 끝나면 내가 운동을 한 건지 가벼운 스트레칭을 한 건지 구분이 안 간다. 내 기본자세에 큰 도움을 주고 있나 객관적으로 판단한 결과 그대로인 걸 보고 필테 해본 사람이 돼본 걸로 만족하기로 했다. 그간 주변 사람들이 운동 뭐하고 있냐 물어볼 때 필테라고 답하면 10명 중 10명은 놀라거나 웃었다. 자기관리 열심히 한다는 반응과 레슨 받을 때 레깅스 입냐는 질문. 몸의 균형과 자세의 올곧음을 신경 쓴다는 거니 확실히 자기관리의 스포츠임은 분명하다. 1 대 6 수업임에도 불구하고 꽤 값이 나가서 프리미엄 스포츠인 것도 확실. 옷은 걱정과는 다르게 레깅스를 꼭 입어야 하는 건 아니다. 쌤들마다 다르겠지만 대부분 타이트한 트레이닝복을 입거나 반바지를 입으신다. 가장 FM인 복장은 안다르 레깅스랑 기능성 반팔이 아닐까 싶긴 하지만 민망함을 이겨낸 남성 회원분을 아직까진 뵌 적이 없다. 전국에 계신 예비 남성 회원님들께 한마디 하자면, “자유롭게 입되 레깅스는 참아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