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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작가 Oct 12. 2020

작은 존재가 작은 존재에게

우연히 텔레비전에서 어린아이가 심리치료를 받는 모습을 보았다. 강아지와 아이가 서로 교감하며 시간을 보내는 방식의 치료였다. 강아지를 껴안거나 쓰담쓰담 하게 하면서

강아지와 아이가 서로 친해지는 시간을 가진 뒤 상담사는 아이에게 그간 하지 못하고 담아두었던 말들을 털어놓게 했다. 


그리고 상담사는 아이에게 이렇게 물었다.

“루이(강아지 가명)가 뭐라고 말하는 것 같아?”


아이는 이렇게 답했다.

“괜찮다고. 다 괜찮다고 말해줬어요.”


사실 루이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아이의 곁에 있어 준 게 전부였다. 하지만 아이는 루이가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었고 대답까지 해 주었다고 느꼈다. 작은 존재에게 위로받는 일은 이 아이에게만 국한된 일일까?


어른이 바라보는 아이, 아이가 바라보는 강아지와 고양이,

그리고 강아지와 고양이가 바라보는 사람. 스스로가 작은 존재라고 느껴질 때, 서로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되는, 또 다른 작은 존재가 있었다. 온기를 그리워하는 우리는, 함께 있을 때 서로 이런 메시지를 주고받는다.


‘너도 이렇게, 나처럼, 이곳에 있구나. 그러니까 괜찮아. 그래서 다 괜찮아졌어.’


서로가 서로를 감싸며 서로가 서로의 부분이 되는 순간은 그저 함께하는 그 순간이었다. 작은 존재가 작은 존재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우열이 없었다. 더는 누가 더 작고 큰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지 않았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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