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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행처럼 소설처럼 Aug 23. 2019

커피와 함께

커피와 함께 5회

발전을 이루는 코스타리카의 커피


탄소중립(CO2 Neutral) 커피

 탄소중립 커피는 과연 존재할까?  필자는 지난 1회에 다음과 같은 설명을 했다.

“지구 온난화의 주범인 탄소 배출 관련 대부분의 나라들이 자국 산업 발전을 위해 탄소 배출 권한을 조금이라도 더 획득하고자 노력하는 상황에서 코스타리카는 정 반대로 2021년까지 탄소중립국이 되겠다고 코스타리카 정부 스스로 2007년 전 세계인들에게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녹색경제(Green Economy)라는 새로운 패러다임(Paradigm)을 제시하고 있는 코스타리카는 탄소중립국을 향해 순항 중이며, 이에 맞춰 기업들도 탄소중립을 위해 노력 중인데, 커피 분야에서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COOPE DOTA(도타 협동조합)이다.  이 조합은 세척 시 물 사용량 최소화, 정수를 위해 거름망, 침전조 사용, 커피 과육을 비료로 사용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통해 이미 2010년 BSI(영국표준협회)로부터 커피 분야에서 세계 최초로 PAS2060(탄소중립 달성 인증서)을 획득했는데, 2012년 11월 카타르에서 개최된 제 18차 기후 변화 총회에서 바로 이 도타 협동조합의 커피가 소개되었다.  여러 나라의 대표들은 맛을 보면서 탄소중립 커피라는 데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고 특히 그 훌륭한 맛에 찬사를 보냈는데, 도타(Dota)는 코스타리카에서 최고의 커피산지로 꼽히는 타라쑤(Tarrazu) 지방에 위치해 있다.  이후, 여러 나라에 도타(Dota) 또는 타라쑤(Tarrazu) 커피가 소개되며 유명세를 타게 되었는데, 실제로 코스타리카의 8개 커피산지(Brunca, Guanacaste, Orosi, Tarrazu, Tres Rios, Turrialba, Valle Central, Valle Occidental) 중에서 신맛과 단맛 그리고 자스민 같은 연한 꽃내음이 조화를 이룬 타라쑤(Tarrazu) 커피를 최고의 커피로 꼽는 데에 많은 사람들이 주저하지 않는다.

 세계 최초의 탄소중립 커피, 코스타리카의 모범적인 환경 정책을 명확히 보여준 사례가 아닐까?


스페셜티(Specialty) 커피

 브라질, 베트남, 인도네시아..., 전세계에서 커피를 가장 많이 생산하는 나라들이다.  브라질이 전세계 커피의 30%, 베트남이 19%, 인도네시아가 9% 정도를 차지하고 있는데, 이들은 Robusta를 많이 재배한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맛과 향이 떨어지고 저지대에서 대량 생산 및 기계로 수확이 가능한 Robusta가 전세계 커피의 약 30 ~ 40%이고, 해발 900 m 이상 고산지대에서 까다로운 조건 하에 생산되는 Arabica가 60 ~ 70%인데, 농장이 위치한 높이에 따라 SHB등급(해발 1,200 m 이상), GHB등급, HB등급으로 구분한다.  SHB등급 중에서도 매우 특별한 고급 커피를 스페셜티(Specialty)커피라 하는데, 전세계 커피의 약 3% 밖에 안 되는 소량으로 일반 시장에서 구입하기는 쉽지 않으며,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첫째, 스페셜티 커피는 기본적으로 SHB등급, 바꿔 말하면, 해발 1,200 m 이상 고산지대에서 재배되며, 코스타리카의 스페셜티 커피 농장들은 대부분 해발 1,400 ~ 1,800 m 지대에 위치해 있다.

 둘째, 빨갛게 익은 커피체리만 엄선하여 수확한다.  기계로 수확하는 Robusta와는 달리 Arabica는 수확 시 커피체리를 손으로 딴다고 지난 회에서 설명했다.  그런데, 커피나무 가지 하나에 열린 수십 개 체리들을 살펴보면 빨갛게 익은 것도 있지만, 아직 미성숙 단계로 주황색, 노란색 심지어 녹색 체리도 있기 때문에 손으로 가지를 훑어 따거나 또는 움켜쥐듯이 따면 미성숙 즉 익지 않은 체리가 섞이게 된다.  커피농장들은 근로자들이 딴 커피체리의 양에 따라 급여를 지급하므로, 근로시간과 체리의 양을 고려할 때 익지 않은 체리가 적당히 섞이더라도 짧은 시간에 많은 양을 따는 게 농장 측이나 근로자 측 모두에게 유리할 것이라고 (커피농장에 따라 처한 상황이 다르겠지만) 충분히 유추해볼 수 있다.  그러나, 스페셜티 커피는 근로자들이 사랑과 정성으로 빨갛게 익은 커피체리만 골라서 하나 하나 손가락으로 따낸 것이다.  한 가지에 열린 수십 개 체리들을 한 번에 따는 것이 아니라, 어제 만졌던 가지를 오늘 또 만지고 내일 또 만지며 빨간 체리만 골라서 따내기 때문에 당연히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수확량이 적으므로 근로자들의 임금도 감소하겠지만, 스페셜티 커피 농장은 이를 감안하여 근로자들에게 넉넉한 급여를 지급해야 한다.  참고로, 익지 않은 체리가 섞인 채 가공한 후 로스팅을 진행하면 좋지 않은 맛과 향이 나는데, 이를 감추기 위해 진한 로스팅(Dark Roasting)을 하는 경우도 있다, 물론, 로스팅은 무려 8가지로 나뉘어지며 단계에 따른 상이한 맛과 향을 주기 위함이 주 목적이라는 것을 분명히 밝힌다.

 셋째, 햇볕에 말린 고추인 태양초를 우리 나라에서 고급으로 치듯이 커피의 씨도 햇볕에 건조해야 고급이다.  커피 가공 시 체리의 과육을 제거하고, 씨를 세척한 후 햇볕에 건조하는데, 물론, 비가 오지 않는 건기에 진행하지만, 자연 현상을 어떻게 다 예측할 수 있으랴, 어쩌다 흩뿌려진 비를 맞을 수도 있고 햇볕이 충분치 않을 수도 있는데, 이 경우 건조기를 이용하여 건조하면서 이상적인 함수율(씨의 습기)인 10 ~ 12%에 맞추게 된다.  그러나, 스페셜티 커피는 무조건 햇볕에만 건조하여 함수율에 맞추는 최고급 커피이다.  혹시 거대한 건조기 시설을 자랑하는 농장이 있다면 과연 좋은 농장일까?, 이는 본 글을 읽은 여러분들의 판단에 맡긴다.

 정리해보면, 스페셜티 커피는 SHB등급(해발 1,200 m 이상), 빨갛게 익은 체리, 햇볕에 건조라는 세 가지 필수불가결한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물론, 이 밖에 생두(Green Bean)의 색깔, 모양, 크기, 무게 및 청결한 가공 등도 중요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 맛의 특징은 로스팅에 의한 구수하고 쓴 맛에 원래 과일인 커피체리의 달콤새콤한 맛이 어우러진다는 것이다.

 Robusta를 주로 재배하는 나라일 경우에도 고산지대에 Arabica를 재배할 수 있고 또 좋은 농장도 있을 것이다.  다만, 법에 의해 Arabica만 재배하고 있으며 최근 스페셜티 커피를 재배하는 농장이 증가 추세인 코스타리카에 필자가 거주하고 있어 이에 따른 설명을 독자 여러분들께 드리는 것일 뿐, 필자는 모든 커피와 커피 관련 종사자에게 깊은 감사와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커피 없는 아침?, 상상조차 하기 싫다.  오늘 아침에도 부드럽게 코를 자극하는 커피의 향과 혀끝을 감싸는 그윽한 맛에 밝은 하루를 시작하며 주위 지인들의 하루도 함께 희망차길 기대한다.


제목에 첨부한 사진은 해발고도 2708 미터에 위치한 포아스 화산(Volcán Poás). 분화구 지름이 1200 미터에 이르는 지구상에 존재하는 활화산 중 가장 거대한 화산입니다.

읽어주신 독자님들께 감사 드립니다, 다음 회에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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